
기타 민사사건
남편이 아내에게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작성해준 채무변제(준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상의 20억 4천만 원 위자료 채무에 대해, 아내가 강제집행을 신청하자 남편이 해당 공정증서가 무효라며 제기한 청구이의 소송입니다. 남편은 공정증서 작성에 대한 적법한 대리권 수여가 없었으며, 설령 유효하더라도 그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대리권 수여는 인정하였으나, 공정증서상의 20억 4천만 원이라는 금액은 위자료로서는 지나치게 과도하여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 기존 합의서상의 4천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강제집행을 불허했습니다.
남편인 원고 A는 2014년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배우자인 피고 B 외의 다른 이성 E과 부정행위를 하였습니다. 부정행위가 발각되자 원고는 2019년 10월 피고에게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혼인관계 유지를 조건으로 협의서를 작성했습니다. 이후 피고는 원고를 대리하여 공증인가 법무법인 D에서 원고가 피고에게 2,040,000,000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채무변제(준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했습니다. 2023년 피고가 이 공정증서에 기해 원고의 급여채권 및 예금채권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자, 원고는 이 공정증서가 무권대리인의 촉탁으로 작성되어 무효이거나, 과도한 금액으로 인해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서 무효임을 주장하며 강제집행 불허를 구하는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정증서 작성을 위한 남편의 대리권이 아내에게 적법하게 수여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준소비대차계약의 기초가 된 채무가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금 채무인지, 아니면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 배상 채무인지 여부입니다. 셋째, 공정증서상의 과도한 채무 금액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아내)의 원고(남편)에 대한 공증인가 법무법인 D 작성 증서 2019년 제1045호 채무변제(준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에 기초한 강제집행 중 40,000,000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이를 불허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 강제집행정지결정 역시 위 40,000,000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인가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1/5, 피고가 나머지를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공정증서 작성 당시 피고(아내)에게 원고(남편)를 대리할 적법한 권한이 있었다고 판단하여, 무권대리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공정증서상의 채무 액수가 원고의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 배상 채무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금액 2,040,000,000원은 일반적인 위자료 규모를 현저히 초과하여 원고에게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법률행위(민법 제103조)로서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합의서에서 위자료로 정한 40,000,000원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이므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가 핵심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비록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 지급 약정이라 할지라도, 그 금액이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감안하더라도 통상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여 채무자에게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경우, 이를 법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사회적 타당성이 없어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공정증서 작성에 있어서 대리권의 유무 및 준소비대차계약의 기존채무 존재 여부에 대한 법리도 적용되었습니다. 공정증서가 집행력을 가지려면 적법한 대리권에 의한 촉탁이 필요하며, 대리권이 없으면 채무명의로서 효력이 없습니다. 이 경우 대리권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효과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습니다. 준소비대차 계약은 기존 채무가 존재해야 유효하며, 기존 채무가 무효이거나 존재하지 않으면 준소비대차 계약 역시 효력이 없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인감증명서 발급 및 공증 비용 결제, 공증 사실 인지 후 이의 제기 없음 등의 정황을 근거로 대리권이 존재한다고 보았으며, 기존 채무는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 배상 채무로 보았습니다.
부정행위 등으로 인한 위자료 합의 시 지나치게 과도한 금액을 약정하거나 공정증서를 작성하는 경우, 법원에서 해당 약정의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채무자가 해당 금액을 감당하기 어렵고, 일반적인 손해배상 기준을 현저히 초과하는 경우 그러합니다. 따라서 감정적인 상황에서 합의를 하더라도 신중하게 금액을 결정해야 하며, 나중에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기존에 작성된 다른 합의서나 당사자 간의 대화 내용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공정증서 작성을 위임할 때에는 대리권의 범위와 내용을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공정증서 작성 통지를 받았을 때 이의가 있다면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