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관리 시스템 개발 관련 영업비밀 및 저작권 분쟁 판결

주식회사 A(원고)는 주식회사 C(피고)에 의뢰하여 한우관리 시스템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이후 피고 C이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기업지원사업에 신청하고 디자인 개선 지원을 받자, 원고는 피고들이 영업비밀 침해, 부정경쟁행위, 저작권 침해를 저질렀다며 손해배상과 사용 금지를 청구했습니다. 피고 C은 원고에게 미지급된 유지보수료 등을 반소로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영업비밀 및 부정경쟁행위 주장을 기각하고, 저작권 침해(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는 인정했으나 구체적인 청구 요건 불비와 손해 불입증으로 인해 손해배상 및 금지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반면 피고 C의 비밀유지 의무 위반으로 유지보수계약이 해지된 것을 인정하여, 해지 시점까지의 유지보수료와 자료입력비 총 13,650,000원을 원고가 피고 C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반소피고): 주식회사 A는 축산통합관리시스템 제조업 및 유통, 판매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 피고(반소원고): 주식회사 C는 소프트웨어 개발, 판매 및 임대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 피고: B는 주식회사 C의 대표이사입니다.

분쟁 상황

원고 주식회사 A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피고 주식회사 C에 의뢰하여 기존 한우관리 시스템에 신규 기능을 추가하고 인터넷 및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D'라는 명칭의 컴퓨터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1억 3천만 원이 넘는 개발대금을 지급했고, 프로그램 소유권은 원고에게 있으며 상호 비밀유지 의무를 규정한 협정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특허권을 출원하고 저작권 등록도 마쳤습니다.

그런데 2015년 피고 C은 원고의 동의 없이 이 사건 프로그램 및 모바일 프로그램의 사용자 화면, 아이콘, 특허출원 도면 등을 재단법인 L의 기업지원서비스사업에 제출하여 수혜기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후 L이 선정한 수행기업으로부터 10,733,000원 상당의 디자인 개선 작업을 지원받아 기존 프로그램과 유사하지만 피고 C의 로고가 포함된 새로운 디자인 결과물(2차적 저작물)을 만들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들이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하고 원고의 영업비밀을 침해했으며, 원고의 상당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물을 무단 사용하여 부정경쟁행위를 했고, 프로그램 저작권을 침해(특히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과 프로그램 사용 및 공개 금지, 디자인 결과물 폐기를 청구했습니다.

한편 피고 C은 원고가 2016년 3월부터 유지보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미지급 유지보수료 및 한우농가 자료입력비 총 73,650,000원을 반소로 청구했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의 비밀유지 의무 위반으로 인해 유지보수계약을 해지했으므로 해지 시점까지의 비용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고가 주장하는 한우관리 시스템 관련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피고들의 영업비밀 침해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2. 피고들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의 부정경쟁행위(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물 무단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3. 피고들이 원고의 한우관리 시스템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특히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했는지 여부.
4. 원고와 피고 C 간의 유지보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는지 여부 및 원고가 피고 C에게 지급해야 할 유지보수료와 자료입력비가 얼마인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본소 중 영업비밀 침해 금지 청구 (별지1 목록 제4, 5항)​: 각하되었습니다. 원고가 침해 금지를 구하는 노하우와 알고리즘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아 청구 취지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본소 중 영업비밀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별지1 목록 제1, 2, 3, 6항)​: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 프로그램이 특허 출원되어 공지된 내용 이외의 영업비밀임을 원고가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고, 원고가 영업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3. 본소 중 부정경쟁행위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 프로그램은 이미 특허권 및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으므로, 보충적 규정인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4. 본소 중 저작권 침해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 피고들이 원고의 프로그램 사용자 화면 등을 이용하여 기업지원사업을 신청하고 디자인 개선 지원을 받은 행위는 원고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했습니다. 피고들은 원고의 프로그램을 기초로 기능과 화면 구성이 유사한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었으며, 이는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한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들의 이용 허락 주장은 증거 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5. 본소 중 저작권 침해 정지 및 폐기 청구: 기각되었습니다. 원고가 금지 대상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했고, 'D'라는 명칭 사용 금지는 저작권 침해 정지 청구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정지 청구가 기각되므로 폐기 청구도 기각되었습니다.
6. 본소 중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 기각되었습니다. 피고들의 행위로 인해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디자인 개선 비용 10,733,000원이 원고의 손해로 직접 이어졌다는 증거가 없었습니다.
7. 반소 중 유지보수료 등 청구: 원고가 피고 C에게 13,650,000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피고 C이 원고 동의 없이 기업지원사업에 프로그램을 제출한 것은 유지보수계약상 비밀준수의무 위반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원고의 2016년 4월 25일 자 계약 해지 통보가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는 계약 해지 시점까지의 2016년 3월분 및 4월분 유지보수료 12,000,000원과 한우농가 자료입력비 1,650,000원, 총 13,650,000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의 영업비밀 및 부정경쟁행위 관련 본소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저작권 침해는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청구 요건 불비와 손해 미입증을 이유로 관련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반면, 피고 C의 비밀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원고의 유지보수계약 해지를 인정하고, 해지 시점까지의 미지급 유지보수료와 자료입력비 13,650,000원을 원고가 피고 C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본소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고, 반소 소송비용은 피고 C이 4/5, 원고가 나머지를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률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구 부정경쟁방지법)​:

   • 제2조 제2호 (영업비밀의 정의)​: '영업비밀'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합니다. 여기서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음'은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져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는 정보를 입수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상당한 노력에 의한 비밀유지'는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도록 표시하거나 고지하고, 접근 대상과 방법을 제한하는 등 객관적으로 비밀이 관리되고 있음을 인식 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본 판결에서는 원고가 특허 출원을 통해 기술을 공지하려 했던 점 등을 들어 충분한 비밀유지 노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제2조 제1호 (차)목 (부정경쟁행위의 보충적 일반조항)​: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특허법, 저작권법 등 다른 지식재산권법에 모순·저촉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적용되는 '보충적' 성격을 가집니다. 본 판결에서는 원고의 프로그램이 특허권 및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으므로 이 조항의 적용을 배제했습니다.
   • 제10조 및 제11조 (침해행위 금지 및 손해배상)​: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인정될 경우, 침해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고,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2. 저작권법 (구 저작권법)​:

   • 제2조 제16호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내에서 직간접적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을 말합니다.
   • 제5조 제1항 (2차적 저작물)​: 원저작물을 번역, 편곡, 변형, 각색, 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로서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됩니다. 2차적 저작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면서도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정도의 수정·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되어야 합니다. 본 판결에서 피고 C이 원고의 프로그램을 기초로 만든 디자인 결과물은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한 채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되어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 제22조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를 가집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는 것은 이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 제123조 제1항 및 제2항 (침해의 정지 및 폐기 청구)​: 저작권을 침해하는 자에 대해 침해의 정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고, 침해 행위에 의해 만들어진 물건의 폐기 등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청구 대상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합니다.
   • 제125조 제1항 (손해배상 청구)​: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성립요건을 충족해야 발생하며, 실제로 손해가 발생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3.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지식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이 조항을 근거로 합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면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계약서의 중요성: 프로그램 개발 계약 시 소유권, 저작권 귀속, 비밀유지 의무, 이용 범위, 계약 해지 조건 등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구두 합의는 추후 법적 분쟁 시 입증이 어렵습니다.
2. 영업비밀 관리 노력: 영업비밀로 보호받고자 하는 정보는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이는 물리적 접근 제한, 정보 접근자 지정, 비밀유지 고지, 서약서 작성 등 객관적으로 비밀 관리 상태를 인식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3. 특허/저작권 등록: 프로그램의 경우 특허와 저작권 등록을 통해 권리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다만, 특허 출원 시 공개되는 내용은 영업비밀로서의 보호를 상실할 수 있으므로, 특허 출원 내용 외에 별도로 비밀 관리되는 정보가 있다면 이를 명확히 특정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4. 청구의 특정성: 법적 소송에서 금지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침해 대상과 침해 행위의 유형(예: 복제, 배포)을 사회 통념상 다른 것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노하우'나 '알고리즘' 같은 추상적인 표현만으로는 청구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5. 손해액 입증: 저작권 침해 등 지식재산권 침해 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실제로 손해가 발생했음을 구체적인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침해자가 얻은 이익이 곧 피해자의 손해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6. 부정경쟁방지법의 보충성: 특허법, 저작권법 등 개별 지식재산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의 보충적 일반조항(제2조 제1호 (차)목)이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