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 행정
아들인 원고 A씨가 아버지 C씨로부터 어머니 B씨를 거쳐 약 6억 1천5백만 원을 송금받았으나, 세무당국이 이를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자, 원고 A씨는 이 돈이 대여금이며 일부는 변제하고 나머지는 채무 면제받았다고 주장하며 증여세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고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세무당국의 증여세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광주지방국세청은 2017년 어머니 B씨의 재산 취득 자금 출처 조사를 진행하던 중, B씨가 남편 C씨로부터 약 34억 4천7백만 원을 받아 그중 8억 4천2백만 원을 아들 A씨에게 2006년 10월부터 12월까지 총 22회에 걸쳐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아들 A씨가 8천만 원을 어머니 B씨에게 반환한 것을 제외한 7억 6천2백만 원에 대해 피고 광주세무서장이 2018년 8월 1일 원고 A씨에게 총 3억 8천9백6십3만 7천4백2십 원의 증여세 및 가산세를 부과했습니다. 원고 A씨의 이의신청으로 광주지방국세청은 원고 A씨가 어머니 B씨에게 1억 4천6백5십만 원을 추가로 송금한 것을 인정하여, 2018년 10월 19일 증여세를 2억 8천2백5십2만 8천6백9십 원으로 감액 경정 처분(이 사건 처분)했습니다. 원고 A씨는 이 감액된 처분마저도 증여가 아닌 대여금 변제 및 채무 면제이므로 취소해야 한다며 조세심판 청구를 거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아버지 C씨가 아들 A씨에게 송금한 6억 1천5백만 원이 증여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대여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 A씨가 C씨의 회사인 D 주식회사 계좌로 4억 6천만 원을 송금한 것이 C씨에 대한 채무 변제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남은 채무 1억 5천5백만 원이 C씨로부터 면제받은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A씨가 아버지 C씨로부터 받은 돈에 대한 증여세 부과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유지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항소 비용은 원고 A씨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아버지는 여러 회사를 경영하여 6억 원 이상을 증여할 충분한 재력이 있었던 반면, 아들은 사회초년생으로 소득이 거의 없었습니다. 둘째, 아버지가 아들에게 거액을 송금하면서 차용증이나 영수증 등 대여 관계를 증명할 어떠한 문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사건 이후에 작성된 진술서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아들은 차용원금, 기간, 이자 등 차용 조건이나 채무 면제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넷째, 아들이 아버지의 회사 계좌로 돈을 입금한 것은 별개 법인인 회사에 지급한 것이므로 아버지를 직접 변제했다고 볼 수 없으며, 회사 계정별 원장 기재와 아들의 입금 내역도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시 시행되던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금전을 증여받은 후 3개월 이내에 반환하더라도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아들이 돈을 반환하려 했다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증여세 부담 의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는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중요한 법적 원칙들이 적용되었습니다. 먼저, 과세 당국에 의해 증여자로 인정된 사람의 예금이 인출되어 납세자 명의의 예금 계좌로 예치된 사실이 밝혀진 경우, 그 돈은 납세자에게 증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다른 목적(예: 대여)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납세자(돈을 받은 사람)가 이를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둘째, 일정한 직업이나 재산이 없는 사람이 재산 취득 자금 출처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그 직계존속(부모님 등)이 증여할 만한 재력이 있다면, 해당 취득 자금은 그 재력 있는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법리는 가족 간 금전 이동에 대한 증여세 부과에서 세무 당국이 증여를 추정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또한, 당시 시행되던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6. 12. 30. 법률 제813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4항은 증여받은 재산을 증여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반환하는 경우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보는 규정을 두고 있었으나, '금전'의 경우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금전의 특성상 동일성 확인이 어렵고, 증여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금전에 대해서는 이러한 증여 취소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가족 간의 금전 거래가 대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명확한 증거를 남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여금임을 주장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반드시 준비해야 합니다. 첫째, 차용증을 반드시 작성하고 공증까지 받는 것이 좋습니다. 차용증에는 대여 금액, 대여 날짜, 상환 기한, 이자율, 상환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둘째, 실제 이자가 오고 간 내역을 통장 거래 내역 등으로 증빙해야 합니다. 셋째, 돈을 빌려 간 사람의 소득이나 재산 상황, 그리고 돈을 빌려준 사람의 재력 등이 대여금임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돈을 변제할 경우, 반드시 실제 대여자에게 직접 변제하거나 대여자가 지정한 계좌로 정확히 송금해야 합니다. 법인과 개인은 법적으로 별개의 주체이므로, 개인이 빌린 돈을 개인이 아닌 법인 계좌로 변제하면 채무 변제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금전의 증여는 일정 기간 내에 반환하더라도 증여세가 면제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초기부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