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이 사건은 간단한 수술을 받은 환자가 저산소증 및 심정지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후 사망하자, 유족들이 병원의 의료진에게 적절한 시기에 기관내삽관을 하지 않은 의료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에 즉각적으로 기관내삽관을 시행하지 않고 뇌CT 검사를 먼저 진행한 것이 합리적인 진료 범위를 벗어난 과실이며, 이 과실이 환자의 저산소성 뇌손상 및 사망의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환자의 급박한 상태와 의료진의 진지한 노력 등을 고려하여 병원의 책임을 40%로 제한하고, 최종적으로 병원이 망인의 아내 B에게 48,703,542원, 미성년 자녀 C와 D에게 각 63,442,849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망인은 2020년 2월 15일 간단한 부분마취 수술 후 일반 병동에 입원해 있던 중, 새벽 5시경 산소포화도가 44%까지 급격히 떨어지는 이상 증세를 보였고, 이후 심정지에 이르렀습니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술로 자발순환을 회복시켰으나 망인은 혼수상태를 유지했습니다. 의료진은 망인의 혼수상태 원인을 찾기 위해 뇌CT 검사를 먼저 시행한 후, 새벽 7시 2분경 기관내삽관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망인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2022년 7월 23일 사망에 이르렀고, 유족들은 의료진이 기관내삽관을 지연하여 망인의 사망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의료진의 기관내삽관 지연이 의료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 의료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과실상계 비율), 망인 및 유족들에게 지급될 손해배상액 산정(일실수입 및 위자료).
피고 제주대학교병원은 원고 B에게 48,703,542원, 원고 C, D에게 각 63,442,849원과 각 금액에 대해 2022년 5월 12일부터 2024년 2월 7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 및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총비용 중 1/2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합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의 일부를 변경하여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였으며, 병원의 의료과실을 인정하되 책임 비율을 40%로 제한하여 망인의 유족들에게 총 175,589,240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률적 쟁점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의료과실의 판단: 의료인은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므로, 진료 상황에서 통상적인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본 판례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의 산소포화도 저하 및 심정지 상황에서 기관내삽관을 즉시 시행하지 않고 뇌CT 검사를 먼저 진행한 것이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나 주의의무를 위반한 의료과실로 판단되었습니다.
의료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추정: 의료행위의 전문성과 인과관계 증명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환자 측이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진료상 과실)과 그 과실이 환자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기관내삽관 지연 과실이 망인의 저산소성 뇌손상 및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아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의료기관 측이 손해가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음을 증명하면 추정이 번복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액 산정: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책임의 제한(과실상계): 의료과실이 인정되더라도 손해의 모든 책임을 의료기관에 지울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의 기존 건강 상태, 사고 발생의 긴급성, 의료진의 노력 여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의료기관의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이 40%로 제한되었습니다.
상속관계: 망인이 사망함에 따라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망인의 위자료)은 망인의 법정상속인인 배우자 B와 자녀 C, D에게 민법에서 정한 상속비율(배우자 3/7, 자녀 각 2/7)에 따라 상속됩니다. 유족 고유의 위자료는 각자에게 직접 귀속됩니다.
지연손해금: 금전채무의 이행을 지체할 경우 발생하며, 소송 진행 기간 중에는 민법상 이율(연 5%)이 적용될 수 있으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판결선고일 다음 날부터는 연 12%의 높은 이율이 적용됩니다.
민사소송법 제420조: 제1심 판결을 인용하여 항소심 판결 이유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본 사건에서도 제1심 판결의 이유를 대부분 그대로 인용하고 일부 내용을 수정하거나 추가하는 방식으로 판결이 이루어졌습니다.
의료사고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진료기록을 최대한 확보하고, 시간대별 환자의 상태 변화와 의료진의 조치 내용을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응급상황에서의 의료진 판단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의료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자연과학적, 의학적으로 의심이 없을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개연성'이 인정되면 증명이 완화될 수 있으므로, 의료 자문 등을 통해 이러한 개연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손해배상액 산정 시에는 망인의 소득, 가동연한, 유족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되며, 위자료 역시 사고 경위와 유족들의 정신적 고통 정도를 바탕으로 산정됩니다. 또한, 의료기관의 책임이 100% 인정되지 않고 환자의 기존 상태나 응급상황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책임 비율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