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는 경제적으로는 힘들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토끼같은 자식들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흥부의 형인 욕심쟁이 놀부는 이미 많은 재산을 가지고 풍요롭게 살고 있어도 더 많은 재산을 갖지 못하는 것이 항상 불만이었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두 형제의 아버지는 항상 착하고 부지런하게 사는 흥부를 위해 “본인은 모든 재산을 흥부에게 물려준다.”는 내용과 함께 작성연월일, 주민등록번호, 성명을 손으로 직접 기재한 후 날인하고, 작성연월일 앞에는 “청담동에서”라고 적은 유언장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놀부는 유언장에 주소가 누락되었으니 이 유언장은 무효라고 주장하는데...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 주장 1
놀부 : 흥부야! 유언장을 작성할 때는 유언 내용과 작성연월일, 주소, 성명을 모두 기재하고 날인해야 해. 그런데 “청담동에서”라고만 쓴 것은 청담동에서 어디를 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주소와 구별되는 특별한 표시라고도 볼 수 없어. 따라서 이 유언장은 주소가 빠졌으니까 무효야!
- 주장 2
흥부 : 아이고~ 형님. 아버지가 청담동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사셨는데, 왜 이리 억지를 부리십니까! 심지어 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 주민등록도 청담동으로 했다는 것, 다 아시잖아요. 아버지께서 줄곧 생활하셨던 “청담동”을 직접 손으로 명확하게 써서 유언장을 작성하셨으니, 이 유언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요!
정답 및 해설
놀부 : 흥부야! 유언장을 작성할 때는 유언 내용과 작성연월일, 주소, 성명을 모두 기재하고 날인해야 해. 그런데 “청담동에서”라고만 쓴 것은 청담동에서 어디를 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주소와 구별되는 특별한 표시라고도 볼 수 없어. 따라서 이 유언장은 주소가 빠졌으니까 무효야!
유언은 고인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의사표시로서, 그 유언을 근거로 하여 상속의 개시 등 다양한 법적 문제가 뒤따르게 됩니다. 이에 따라 「민법」에서는 유언의 내용 뿐 아니라 형식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규정하여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에는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모두 자서하고 날인해야만 효력이 있습니다(「민법」 제1066조제1항). 만약, 유언자가 주소를 자서하지 않았다면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으로서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해당 유언은 효력을 잃게 됩니다. 이때, 자서가 필요한 주소는 반드시 「주민등록법」에 의해 등록된 곳일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생활의 근거되는 곳(「민법」 제18조)으로서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정도의 표시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암사동에서’라고만 기재한 유언장에 대해 주소가 누락되어 효력이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대법원 2014. 09. 26. 선고 2012다71688 판결). 따라서 돌아가신 두 형제의 아버지가 청담동의 주소지에 거주했다고 하더라도, 유언장에 “청담동에서”라고만 주소를 기재한 것은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정도의 표시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유언장은 주소의 누락으로 그 효력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고인의 유지가 법률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점은 안타깝지만, 유언은 형식이 엄격한 법률행위임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