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회에서 벌어진 논란을 보면 법이 얼마나 권력의 눈치를 보는지 알 수 있다. 민주당이 검찰총장과 검사를 탄핵 절차 없이도 파면할 수 있게 검찰청법을 개정하겠다고 하면서 '입법 깡패'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는 대장동 사건 항소를 검찰이 포기하자 이에 반대한 검사장들을 일방적으로 파면 가능하게 법을 바꾸려 한 것이다. 검사 출신 조응천 전 의원은 이를 '법으로 죄를 지우는 연성 독재'라고 표현했다. 법이 공익보다 권력자의 사익을 위한 도구가 되면 법의 지배는 무너진다.
검찰 내부에서는 16명의 검사장이 방침에 반발했다. 조 전 의원은 친정권 인사 여부와 상관없이 검사는 의문 제기를 마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도 예외가 아니며, 입법 압력이 법관 인사권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한다. 법관은 정직·감봉·견책 외에는 파면이 불가능한데도 제한을 요구하고 있어 법조인 독립성이 위태롭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이 일부에 의해 임의 조정되고 있으며, 이에 항의하는 검사들이 있는 지검은 예산 전액 삭감 위기에 놓였다. 이는 권력에 껄끄러운 대상에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 국회가 편을 나누고 권력자 기호에 맞는 법을 만들며 예산권으로 압박 행사를 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국민의힘도 ‘공소 취소 금지법’ 등을 추진하며 민주당의 법안을 ‘표절’이라 하지만, 대다수는 권력자 이익을 위한 입법이라고 본다. 법은 사회정의를 위한 것이지만 정치 싸움 도구로 전락하는 현실이다.
‘법의 지배(Rule of law)’는 법 안에서 권력이 행사되어 모든 이가 법 아래 있음을 뜻하며,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는 권력이 법을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 차이가 우리 시대 법의 위기이며 연성 독재 상황의 배경이다.
대한민국 법과 정치가 권력 다툼과 꼼수의 무대가 되면서 국민 목소리는 사라지고 있다. 법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고 공유하고 토론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