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 아일랜드는 GDP 대비 국가부채 120%, 실업률 17%에 달하는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당시 집권당의 긴축 정책에 야당 역시 반대가 심했으나, 제1야당 신임 당수 앨런 듀크스는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간다면 결코 발목을 잡지 않겠다”는 ‘탈라트 전략’을 선언하며 정쟁을 멈추고 초당적 협력을 선택했습니다. 이로써 정부는 사회 각계와 대화를 통해 대타협의 길을 열 수 있었습니다.
이 협력의 결과로 1987년 노동조합, 기업, 정부가 참여하는 첫 사회연대협약이 탄생했습니다. 이 협약은 임금 인상 자제를 노조가 수용하는 대신 정부와 기업이 세제 개혁과 고용 증진을 통해 실질 임금 상승을 도모하는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1987년부터 2009년까지 8차례 갱신된 사회연대협약은 아일랜드의 경제 체질을 확실히 바꾸며 ‘켈틱 타이거’로 불리는 급격한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됐습니다.
사회연대협약이 체결되기 전 아일랜드는 연간 노동쟁의가 100건 이상 발생하는 ‘노조 공화국’이었습니다. 협약 도입 후 공공과 민간 기업은 임금 동결에 가깝게 임금을 안정시켰고 결과적으로 노동비용 증가율은 10%대를 넘던 시절에서 1%대 이하로 대폭 하락했습니다. 이는 기업의 자본 수익률을 높여 재투자와 고용 창출을 촉진하고, 토착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막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정부는 긴축 재정을 유지하며 세율 인하에 성공, 경기 활성화를 달성했습니다. 사회연대협약은 임금 협상 뿐 아니라 재정 건전성 확보, 물가 안정, 사회 정책까지 아우르는 거시경제 운영의 틀로 자리 잡았습니다.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정책 연속성을 보장했고, 경제 주체들은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에서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아일랜드 사례는 정치와 노사 간의 갈등을 법적 규제나 강제적 조치가 아닌 ‘합의와 협력의 틀’로 해결했을 때 경제적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법률적 분쟁 상황에서 당사자들은 상대방 이해를 존중하고 공동의 이해관계를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또한 사회적 합의가 지속 가능하려면 구성원들의 신뢰와 정책 일관성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