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 화재 사고로 인해 중단된 정부 전산시스템의 수가 초기에 알려진 647개에서 709개로 정정되었습니다. 이는 화재 발생 2주가 지나서야 정부가 수정 발표한 수치로, 초기 집계의 불완전함과 시스템 관리를 위한 통합운영관리시스템인 엔탑스(nTOPS)의 마비로 인해 정확한 현황 파악이 지연된 결과입니다. 중대본은 시스템 가동 중단 규모가 기존 집계보다 62개가 늘어난 점을 공식 확인하며, 이번에 새롭게 발생한 장애 시스템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에 대해 관리 기준 차이로 인한 집계 오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화재 사고를 통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 문제는 재난복구(DR, Disaster Recovery) 체계의 미비함입니다. 특히 서버 DR 적용률이 전체 647개 시스템 중 4.3%인 28개에 불과하며 스토리지 DR 역시 2.9%에 그쳤습니다. 화재 직격탄을 맞은 7-1 전산실에서 전소된 96개 시스템 중에는 서버 DR 적용 사례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되어 전산 재난 상황에서 신속한 백업 및 서비스 전환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전산 시스템 장애는 곧 행정서비스 제공의 중단을 의미하며 국민의 권리 행사를 저해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예컨대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 법제처의 ‘국가법령정보센터’ 등 주요 서비스가 여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는 공공기관의 정보 관리 의무와 관련한 법률적 책임 문제를 야기합니다. 정부와 기관은 전산망 및 데이터 보호에 관한 법률을 준수해 이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철저한 DR 체계를 갖춰야 하는데 이번 사고는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는 데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현재까지 709개 시스템 중 약 27.2%인 193개 시스템이 복구되었으나 복구 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업무에 참여하는 공무원과 민간 운영인력의 피로와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행안부는 이들의 애로사항 해소와 인력 지원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복구 체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공부문 전산 시스템에 대한 엄격한 재난 대비 체계 구축과 더불어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정보시스템 관리 개선이 요구됩니다. 구체적으로는 DR 서버 적용률 대폭 향상, 정기적 시스템 점검과 통합관리를 통한 장애 예방, 법률상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 유출방지 의무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장애 발생 시 신속한 정보 공개와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을 위한 체계적 소통 전략 마련이 중요합니다.
이번 화재 사건은 정부 전산 시스템의 관리 부실과 법적 의무 실천 미흡이 빚은 대표적인 사례로 향후 공공 데이터 시스템의 안정성과 국민 생활 지원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근본적인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