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이 정부의 초반 국정동력을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달입니다.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는 세계적 쟁점 인물들이 집결하며 한국 외교전의 중대 분수령 역할을 하는데요. 이런 중요한 시기에 정부 내부에서 다시금 ‘자주파’와 ‘동맹파’ 갈등이 어김없이 재연되는 모습, 이건 좀 신물이 나죠.
남북관계를 우선시하는 자주파와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동맹파의 구도는 한국 정치판에서 어찌 보면 진부한 소재입니다. 그런데 이 갈등이 현재 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라인에서 ‘분파 싸움’처럼 벌어지면서 국정 현안을 가로막고 있어요. 특히 노무현 정부 라인 인사들이 자주파로 묶이면서 갈등이 격화되었습니다.
외교 현안을 국익이란 기준으로 실용적으로 판단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판국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동맹파가 대통령 발목 잡는다”며 공개적으로 갈등을 키웠는데요. 진짜 필요한 건 민감한 시기를 두고 집안싸움이나 벌이는 게 아니라 한목소리로 국익을 위한 전략 세우기 아닐까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말처럼 자신이 어느 ‘파’인지도 모를 일을 두고 사내 싸움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꼴. 이러다간 우리 국익은 뒷전이 되고 국회의원들끼리 눈치 싸움만 하다 중대한 외교 기회도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선서에서 명확히 천명한 건 '낡은 이념을 넘어선 실용주의와 통합'이었습니다. 굳이 ‘자주파’니 ‘동맹파’니 나눠서 싸울 이유도, 그럴 시간도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결과,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 아닐까요?
공교롭게도 노무현 정부 당시 자주파로 분류된 인사들이 외교정책 성공을 이끈 것도 아니고, ‘자주파’ ‘동맹파’ 딱지 붙이기에만 몰두하며 실무 협력은 부재한 상황. 이젠 이런 구태의연한 대립 프레임을 넘어서 실용적이고 국익 중심적인 외교가 절실한 때입니다. 국민들도 파당 싸움에 지쳤으니, 제발 정치권은 이념을 내려놓고 진짜 할 일을 하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