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외국인 근로자 일터 변경 제한에 대한 헌법소원 판단

이 사건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사업장 변경의 사유와 횟수를 제한하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및 관련 고용노동부 고시가 자신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청구인들은 사용자의 부당한 대우, 근로조건 위반, 위험한 작업 환경 등으로 인해 현재 사업장에서 계속 일하기 어렵다며 사업장 변경을 요청하였으나, 현행 법규상 정해진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변경이 어려웠다고 주장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사업장 변경 사유를 제한하는 법률 조항과 고시 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 청구인들의 직장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에 대한 청구는 현재 시점에서 기본권 침해의 현재성이 인정되지 않아 각하되었습니다.

분쟁 상황

다섯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사업장 변경을 시도했으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흐○○(캄보디아인): 사용자가 근무시간을 일방적으로 변경하여 연장근로수당 없이 연장근로를 시키고, 기숙사비를 추가 공제하여 근로계약서상 통상임금보다 적은 월급을 지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추○○(몽골인): 사용자가 건설기계조종사 면허가 없는 자신에게 무면허 건설기계(지게차) 조종을 강요하고, 협박성 발언을 일삼는 등 부당한 대우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베트남인): 취업활동 기간 연장을 위해 사용자의 요구로 근로계약 불이행 위약금 명목으로 300만 원을 예치했으나, 이후 근로감독관의 시정 지시로 돌려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우즈베키스탄인): 사용자가 보호장구를 지급해주지 않아 인체에 유해한 유기용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미얀마인): 2020년 1월 31일 공장에서 10명이 사상한 산업재해 사고를 목격한 후 사용자에게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이러한 상황들이 '외국인고용법' 및 관련 고시에서 규정하는 사업장 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사업장을 변경하지 못한 채 계속 근로해야 하므로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와 횟수를 제한하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 및 제4항, 그리고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 고시 제4조와 제5조가 외국인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 신체의 자유, 근로의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헌법재판소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사업장 변경 사유 제한)과 고용노동부 고시 제4조 및 제5조(구체적인 사업장 변경 사유)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4항(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 등 나머지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현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했습니다.

결론

헌법재판소는 고용허가제도의 목적이 내국인 고용 보호와 중소기업 등의 안정적인 인력 확보에 있음을 고려했습니다.

사업장 변경 사유를 고용노동부 고시에 위임한 것은 전문적이고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비전문취업 외국인 근로자(E-9)와 방문취업 외국인 근로자(H-2) 사이에 사업장 변경 사유 제한에 차이가 있는 것은 외국국적동포 여부, 체류자격 요건, 취업활동 범위, 도입 취지 등에 차이가 있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해당 조항들이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며,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의 경우 청구인들이 아직 해당 제한 횟수를 모두 소진하지 않았으므로 현재 기본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번 판결에서 주로 다루어진 법률 및 법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 (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의 허용): 이 조항은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사유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
- 휴업, 폐업, 고용허가 취소, 고용 제한, 부적절한 기숙사 제공,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 등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고 인정되어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경우.
-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그 밖의 사유(예: 상해 등으로 해당 사업장 근무 부적합하나 다른 사업장 근무는 가능한 경우).
구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 고시 제4조 및 제5조: 이 고시는 위 법률 제25조 제1항 제2호의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 제4조(근로조건 위반): 월 임금의 30% 이상 2개월 이상 체불/지급 지연, 월 임금의 10% 이상 4개월 이상 체불/지급 지연, 최저임금 미달 지급, 임금 또는 근로시간 20% 이상 감축(1년 내 2개월 이상), 근로시간대 2시간 이상 변경(1년 내 1개월 이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3일 이상 휴업 필요한 부상/질병 발생 후 사용자의 1개월 내 미조치 등입니다.
- 제5조(부당한 처우 등): 성폭행 피해(긴급 필요 인정), 성희롱/성폭력/폭행/상습적 폭언, 직장 동료 등으로부터의 유사 피해, 국적/종교/성별/신체장애 등 이유 불합리한 차별 대우, 비닐하우스 숙소 제공 후 자율개선명령 불이행 등입니다.
직장선택의 자유: 헌법 제15조에 규정된 직업선택의 자유에는 직장을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가 포함됩니다. 법원은 외국인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국내법과 정책적 판단에 따라 구체화된다고 보며, 고용허가제의 목적(내국인 고용 보호, 중소기업 노동력 안정 확보)을 위해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평등권: 헌법 제11조에 규정된 평등권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합니다. 법원은 비전문취업 외국인 근로자(E-9)와 방문취업 외국인 근로자(H-2) 간의 사업장 변경 사유 제한 차이가 외국국적동포 여부, 도입 취지 등 여러 요인에 기반한 합리적 차별이라고 보았습니다.
포괄위임금지원칙: 헌법 제75조에 따라 법률은 행정부에 입법을 위임할 때 그 범위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사유제한조항이 고용노동부 고시에 위임한 내용이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중대한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를 예측할 수 있게 하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을 변경하고자 할 때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과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매우 구체적이고 제한적인 사유에 해당해야 합니다.

엄격한 변경 사유: 사용자의 임금체불(월 임금의 30% 이상 2개월 또는 10% 이상 4개월), 최저임금 미달 지급, 임금 또는 근로시간 20% 이상 감축(1년 내 2개월 이상), 근로시간대 2시간 이상 변경(1년 내 1개월 이상) 등 '근로조건 위반'은 고시 제4조에 명시된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부당한 처우: 성폭행, 성희롱, 폭행, 상습적 폭언, 국적/종교/성별/신체장애 등 차별 대우, 비닐하우스 숙소 제공 후 자율개선명령 불이행 등의 '부당한 처우'는 고시 제5조에 구체적으로 열거되어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 사용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3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했고, 사용자가 1개월 내에 안전·보건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에만 변경이 허용됩니다.
횟수 제한: 원칙적으로 취업활동 기간 중 3회, 연장 기간 중 2회로 사업장 변경 횟수가 제한됩니다. 다만, 근로자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한 변경은 횟수 제한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권익보호협의회: 사업장 변경 사유 입증이 어렵거나 고시 조항에 준하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외국인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를 통해 사업장 변경이 허용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