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 추락하여 사망한 근로자의 어머니가 원청, 하청업체, 현장소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청과 재하도급 업체 및 현장소장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사망 근로자의 어머니에게 위자료 3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원고가 망인의 상속인이 아님을 이유로 상속인으로서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되었고, 중간 하수급업체의 사용자 책임 및 불법하도급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2021년 12월 10일 오전 10시 7분경, 강원도 H 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 피고 D의 근로자 F이 엘리베이터 레일 설치 작업 중 작업발판에서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당시 작업장에는 추락 방지를 위한 작업발판, 추락방호망, 안전대 부착설비 등 안전조치가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사망한 F에게는 배우자 I와 자녀 J이 있었으나, I는 망인과 별거 중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했고, J은 상속을 포기했습니다. 이후 I는 상속한정승인을 받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원고에게 유족급여를, 피고 C에게 장례비를 지급했으며, 피고 C은 I 및 J과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합의금을 지급했습니다. 형사 재판에서는 피고 D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피고 E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피고 B 주식회사에게 벌금 1천만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이에 F의 어머니인 원고 A는 피고 B 주식회사, C 주식회사, D, E을 상대로 총 1억 7천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C과 망인의 배우자 및 자녀 간의 민형사상 합의가 원고(망인의 어머니)에게도 효력이 미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B(원청), D(재하도급인/실질적 사용자), E(현장소장)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 C(중간 하수급인)이 망인에 대한 사용자로서 책임이 있는지 또는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망인의 자녀가 상속을 포기했을 때 배우자가 단독 상속인이 되는지, 그리고 원고가 상속인으로서 손해배상청구권을 상속받을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마지막으로, 원고에게 인정될 위자료 액수는 얼마인지였습니다.
법원은 피고 B 주식회사(원청), D(재하도급인), E(현장소장)이 공동하여 원고에게 3천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1년 12월 10일부터 2024년 11월 12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피고 C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 및 피고 B, D, E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 B, D, E 사이 부분은 5/6를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C 사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공사 현장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원청인 B 주식회사, 재하도급인 D, 현장소장 E에게 사망 근로자 F의 어머니인 원고에게 위자료 3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공동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하수급인 C 주식회사는 F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이 없어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고, 불법하도급과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도 없다고 판단되어 책임이 면제되었습니다. 또한, F의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여 배우자가 단독 상속인이 되었으므로, 원고는 망인의 상속인 자격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상속받을 수 없다고 보아, 상속인으로서의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다만, F의 어머니로서 고유의 위자료 청구는 인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와 민법상 사용자 책임, 그리고 상속에 관한 법리를 다루었습니다. 첫째,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및 제38조 제3항 제1호, 제4항,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 제44조, 제45조에 따라 도급인(피고 B 주식회사), 현장소장(피고 E), 그리고 망인의 사용자(피고 D)는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추락 위험 장소에 작업발판, 추락방호망 설치 및 안전대 착용 등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사고 현장에 이러한 안전조치가 전혀 없었음을 인정하고 피고 B, D, E에게 안전조치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습니다. 둘째, 민법 제756조(사용자 책임)에 따라 도급인은 수급인의 불법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 책임이 없지만, 수급인의 일의 진행 및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경우에는 사용자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 C 주식회사는 피고 D에 대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아 사용자 책임이 부정되었습니다. 단순한 공정 확인이나 감리적 감독만으로는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셋째, 민법 제1043조 및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2023. 3. 23. 선고 2020그42)에 의하면,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면 그 상속분은 남아있는 '다른 상속인'인 배우자에게 귀속되어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됩니다. 따라서 망인의 자녀 J이 상속을 포기했으므로 배우자 I가 단독상속인이 되고, 망인의 어머니인 원고는 상속인 자격이 없어 상속인으로서의 손해배상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다만, 원고는 망인의 어머니로서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받았습니다.
공사 현장에서 추락과 같은 산업재해는 안전수칙 미준수와 안전시설 미비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도급인, 하수급인, 현장소장 등 현장 관리 책임자들은 작업 환경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법령에서 요구하는 안전시설(작업발판, 추락방호망, 안전대 등)을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해 근로자나 유족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사망사고 발생 시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권자는 상속 순위에 따라 결정됩니다.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면 배우자가 단독 상속인이 되므로, 부모는 상속인의 지위에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망인과 생계를 같이 하거나 특별한 관계에 있던 부모는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하도급 계약 관계에서는 원청이나 중간 하수급인이 수급인의 작업에 대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면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기 어려우며, 불법하도급 자체만으로는 사고 발생과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는 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족들은 개별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한 유족과의 합의가 다른 유족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