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원고와 피고가 10년간 연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약 1억 4천만 원의 금전에 대해 대여금 반환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자신이 지급한 돈이 대여금이라고 주장한 반면 피고는 연인 관계에서의 경제적 지원, 즉 증여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차용증이나 명확한 대여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문자 메시지 등 증거가 있는 118만 원 중 변제된 90만 원을 제외한 28만 원만을 대여금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한 원고의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원고 A와 피고 B는 2013년경부터 2023년경까지 약 10년간 연인 관계로 지내왔습니다. 이 기간 동안 원고는 피고 명의 계좌로 약 7,000만 원을 계좌이체하고, 피고가 운영하던 가게의 보증금, 월세, 인테리어 비용으로 약 2,470만 원을 지출했으며, 피고가 거주하던 아파트의 월세 560만 원 등을 대신 지급하는 등 총 1억 4,660만여 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약 4,980만 원을 지급받았으므로, 나머지 9,679만여 원이 잔존 대여금이라며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가 연인 관계에서 경제적 지원을 해준 것이며, 자신도 원고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돈을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여금임을 부인했습니다.
연인 관계에서 오고 간 금전이 '대여금'인지 아니면 '증여'인지 그 법적 성격을 판단하는 것이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대여금을 주장하는 사람이 해당 사실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28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3년 8월 24일부터 2025년 6월 25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가 청구한 나머지 약 9,600만 원에 대해서는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10분의 9, 피고가 10분의 1을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금전을 빌려주었다는 주장(대여금)에 대한 증명 책임이 돈을 빌려준 사람, 즉 원고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문자메시지로 빌려달라고 요청한 18만 원과 차용증을 작성한 100만 원 등 명확하게 대여 의사가 확인되는 금액만을 대여금으로 인정했습니다.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변제기, 이자율, 변제 방법 등에 대한 약정이 없었고, 원고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 반환을 요구한 증거도 부족하며, 연인 관계에서의 경제적 지원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아 증여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118만 원 중 이미 변제된 90만 원을 제외한 28만 원만 대여금으로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금전 대여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법적 원칙들을 보여줍니다.
민법 제598조 (소비대차의 의의): 소비대차는 당사자 일방이 금전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이를 소비한 후 그 동종, 동량, 동질의 물건을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깁니다. 이 판례에서는 원고가 피고에게 돈을 빌려주었다는 '대여', 즉 소비대차 계약이 성립했음을 증명해야 하는 책임이 있음을 강조합니다.
증명책임의 원칙: 법적 분쟁에서 어떤 사실이 존재함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그 사실을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돈을 '대여'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명확한 대여 의사가 담긴 문자 메시지나 차용증과 같은 증거가 있을 때만 대여금으로 인정했습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법정이율에 관한 특례): 민사소송에서 금전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소장 부본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 판결이 선고되는 날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이율을 적용하고, 그 다음 날부터 채무를 완전히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이율을 적용할 수 있다는 특례 규정입니다. 이 판결에서도 대여금 28만 원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2023년 8월 24일부터 2025년 6월 25일까지 연 5%로,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로 계산하여 지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개인 간, 특히 연인이나 가족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금전 거래를 할 때는 돈의 성격(빌려준 것인지, 준 것인지)을 명확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여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차용증'이나 '금전소비대차계약서'와 같은 명확한 처분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문자 메시지, 녹취록 등을 통해서도 대여 의사와 조건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돈을 이체할 때는 이체 내역에 '대여금' 등 성격을 명시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변제기, 이자율, 변제 방법 등 구체적인 상환 계획을 정하고, 돈을 빌려준 후에는 주기적으로 반환을 요구하는 기록(문자, 통화 녹음 등)을 남겨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상대방 계좌로 송금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대여금으로 인정되기 어려우며, 당사자 간의 합의(소비대차 계약)가 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