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A 씨는 오랫동안 어촌계 계장으로 활동하며 조합원으로 소속되어 있었으나 B 조합의 대의원회에서 제명 결의를 당했습니다. 이에 A 씨는 제명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그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3천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D어촌계는 과거 신항만 조성으로 인한 어업 활동 어려움에 대처하기 위해 공유수면 매립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이후 중단되었고, 해양수산부는 같은 지역에 재해방지시설(방재언덕) 설치사업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피고 B 조합은 재해방지시설 사업에 찬성하며 이에 따른 대체 위판장 부지 확보를 추진했지만, 원고 A 씨가 계장으로 있는 D어촌계는 공유수면 매립사업의 연장선에서 재해방지시설 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B 조합은 A 씨가 △조합이 추진하는 사업에 반대하고 △조합에 비판적인 공문을 발송하며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다른 어촌계장들의 서명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반대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조합 정관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대의원회에서 A 씨를 조합원에서 제명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B 조합이 원고 A 씨를 제명한 결의가 정관에 따른 적법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설령 제명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그 제명 처분이 징계권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위법한 제명 결의로 인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므로 피고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B 조합이 2020년 8월 26일 자 대의원회의에서 원고 A 씨에 대해 한 조합원 제명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원고 A 씨가 청구한 위자료 3천만 원에 대해서는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각각 절반씩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제명 사유로 제시한 8가지 중 오직 1가지 사유(다른 어촌계장들의 서명을 동의 없이 이용해 탄원서에 첨부한 행위)만이 유효하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유만으로 조합원 제명이라는 가장 강력한 처분을 내린 것은 징계권의 한계를 넘어선 남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제명으로 인해 A 씨가 수십 년간 종사해 온 어민으로서의 생업을 사실상 이어나갈 수 없게 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는 반면, 피고 조합이 얻는 이익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으며, 조합 정관에 따라 다른 대체 징계 수단을 먼저 사용할 수도 있었음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제명 결의는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는, 원고 A 씨에게 제명 사유에 해당하는 일부 행위가 있었으므로, 제명 결의가 사회상규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인정될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산업협동조합법 제15조: 이 법령은 어촌계의 설립 근거를 규정하며, D어촌계가 이 법에 근거하여 조직된 점이 판결의 기초 사실이 되었습니다. 2. 형법 제239조 제1항 (사서명부정사용죄): 원고 A 씨가 다른 어촌계장들의 서명이 기재된 명부를 그들의 의사에 반하여 탄원서에 첨부한 행위가 이 법 조항에서 규정하는 '사서명부정사용'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어, 제2제명사유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3. 조합원 제명 결의의 효력과 징계권 남용: 단체가 조합원을 제명하는 경우, 법원은 제명 사유의 존부와 더불어 결의 내용의 당부(타당성)를 심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명 처분은 조합원의 지위를 박탈하는 중대한 행위이므로, 조합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최종적인 수단으로서만 허용됩니다. 제명 처분 시 조합원의 생업에 미치는 영향, 단체의 목적, 다른 대체 징계 수단의 유무 등이 징계권 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대법원 판례는 제명처분이 징계권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경우 효력이 없다고 봅니다. 4.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단체의 결의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그 무효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단체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려면, 구성원에게 불이익한 처분을 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특정 구성원을 단체에서 몰아내려는 고의로 명목상의 사유를 만들거나, 처분 사유가 단체 정관 등에 해당되지 않거나 처분 사유로 삼을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알 수 있었는데도 처분 결의를 한 경우 등 사회상규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단체 구성원에 대한 제명 처분은 해당 구성원의 지위를 박탈하는 매우 중대한 결정이므로, 단체의 이익을 위해 정말 불가피한 경우에만 최종적인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제명 사유가 존재하는지 뿐만 아니라, 그 처분이 해당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과 단체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여 징계권의 남용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특히 제명으로 인해 생업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더욱 엄격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단체는 제명 외에도 시정 명령, 개선 요구, 직무 정지, 경고 등 다양한 단계의 징계 수단을 가질 수 있으므로, 최후의 수단인 제명 처분 전에 다른 대안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제명 처분이 무효라고 인정되더라도, 곧바로 단체의 불법행위 책임(위자료 청구)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려면 처분 사유가 전혀 없었거나, 처분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며 단체가 이를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고의적으로 처분을 강행한 경우 등 사회상규에 반하는 위법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