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4급으로 정년퇴직한 원고는 공단이 2016년 도입하고 2017년 개정한 임금피크제 운영 규정 중 특정 조항이 소급적으로 임금을 삭감하여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통상임금 및 경영평가성과급을 반영하여 피크임금과 평균임금을 재산정할 경우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차액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그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는 과거에도 유사한 사유로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하여 확정된 바 있습니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는 이전 소송과 다른 법적 주장을 하며 같은 기간의 임금 및 퇴직금 청구를 재차 제기했고, 추가로 중간정산퇴직금 미지급액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이전 확정 판결의 기판력으로 인해 대부분의 임금 및 퇴직금 청구가 허용되지 않으며, 중간정산퇴직금 청구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고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거나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년 노사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했습니다. 이후 2017년 7월 5일 노사합의로 임금피크제 적용 기준을 일부 변경하는 규정(이 사건 임금지급률 조정 조항)을 개정하여 2017년 7월부터 원고에게 임금지급률 64.3%를 적용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이 임금지급률 조정 조항이 원고의 동의 없이 이미 수령한 임금을 소급 삭감하는 내용으로 무효이므로, 임금피크제 운영규정 중 유효 부분에 따라 계산한 임금 및 성과급 감소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통상임금 사건에서 인정된 시간외근무수당이 누락된 상태에서 피크임금이 산정되었고,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서 경영평가성과급이 제외된 채 퇴직금이 산정되었으므로, 이를 다시 산정하여 증가된 임금 및 퇴직금 차액인 5,594,91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원고는 2015년 12월 31일 중간정산퇴직금을 받았음에도 그 후 발생한 추가 중간정산퇴직금 미지급분도 청구했습니다.
이전 확정 판결의 '기판력'이 동일 기간의 임금 및 퇴직금 청구에 미치는지 여부, 임금피크제 관련 '임금지급률 조정 조항'의 무효 여부, 통상임금 및 경영평가성과급 반영을 통한 임금 및 퇴직금 재산정 주장의 적법성, '중간정산퇴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및 소멸시효 중단 또는 시효이익 포기 주장의 타당성,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은 이전 소송의 확정 판결이 이 사건 임금 및 퇴직금 청구의 대부분에 대해 '기판력'을 가지므로 허용되지 않으며, 중간정산퇴직금 청구는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고,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거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확정판결의 기판력 (민사소송법): 법원이 내린 확정 판결은 동일한 당사자 간에 같은 소송물에 대해 다시 다툴 수 없도록 하는 효력인 '기판력'을 가집니다. 이전 소송에서 이미 판단된 법률관계에 대해, 나중에 다시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거나 이전 변론 종결 이전에 주장할 수 있었던 공격·방어 방법을 내세워 모순되는 판단을 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는 당사자가 이전 소송에서 그러한 사정을 알았는지, 혹은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있었는지와는 관계없이 적용됩니다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다49981 판결 등 참조). 본 사건에서 원고가 이전에 임금피크제 무효를 주장하며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청구했으나 패소 확정되었으므로, 이번 소송에서 임금피크제 운영규정 중 특정 조항의 무효를 주장하며 같은 기간의 임금 및 퇴직금 차액을 청구하는 것은 이전 확정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됩니다. 임금 산정 방법이나 세부 항목 변경 주장은 소송물을 달리하는 것이 아닌, 소송물을 이유 있게 하는 '공격 방법'의 차이에 불과합니다.
임금채권의 소송물 (근로기준법 및 판례):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사용자에게 지급 의무가 있는 것을 말합니다 (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34393 판결 등 참조). 기본급, 성과급, 상여금, 각종 수당 등 다양한 명목의 임금은 그 명칭과 관계없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전체가 '하나의 소송물'로 취급됩니다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2다45178 판결 등 참조). 임금의 세부 항목이나 산정 근거 규정에 대한 주장은 소송물을 달리하는 것이 아니라, 소송물의 당부를 뒷받침하는 공격 방법에 불과합니다.
퇴직금채권의 소송물 및 소멸시효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 민법): 퇴직금은 사용자가 일정 기간 계속근로하고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후불적 임금 성격의 금원입니다. 구체적인 퇴직금 청구권은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발생하며, '하나의 소송물'입니다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다21821, 25502 판결 등 참조). 임금청구권과는 청구 원인을 달리하는 별개의 소송물입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에 따른 중간정산퇴직금은 근로자가 요구하고 사용자가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 퇴직을 요건으로 발생하는 일반 퇴직금 청구권과는 법적 근거와 성질이 달라 '별개의 소송물'로 봅니다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1다77290 판결 등 참조). 퇴직금채권은 민법상 채권으로 보아 원칙적으로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며, 특히 중간정산퇴직금은 중간정산이 성립한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됩니다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6다20542 판결 등 참조).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는 표시된 행위의 내용, 동기, 경위, 당사자의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 등 참조). 또한, 소멸시효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신의칙에 반하는지는 채무자가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는지,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는지, 소멸시효 주장이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불법행위 책임 (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민법 제750조). 그러나 단순히 임금이나 퇴직금의 미지급이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지급 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한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봅니다 (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6다17355 판결 등 참조). 사용자가 지급 의무의 존재나 범위에 대해 다툴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다면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한번 확정된 법원 판결은 동일한 법적 분쟁에 대해 다시 다툴 수 없는 '기판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임금 청구와 같이 동일한 근로관계에 기반한 권리 주장은 소송물로 포괄적으로 취급될 수 있으므로, 이전 소송에서 미처 주장하지 못한 공격방어방법이라 할지라도 기판력에 저촉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임금채권 및 퇴직금채권은 원칙적으로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권리 행사를 늦추지 않아야 합니다. 특히 퇴직금 중간정산 청구권은 중간정산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시작됩니다. 소멸시효는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재판상 청구', '최고' 등의 방법으로 중단시킬 수 있으나, 이미 기간이 만료된 후에는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없습니다. 사용자가 일부 채무를 변제했다고 하여 다른 종류의 채무나 이미 시효가 완성된 채무의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포기의 의사표시는 구체적인 행위의 내용, 동기,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단순히 임금이나 퇴직금이 미지급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미지급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다툴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미지급 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