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B박물관이 유물 정밀측정 장비 구매 입찰을 진행한 후, 낙찰자인 A회사가 해당 장비의 '규격서 작성 기반이 된 두 개 제조업체 제품의 모델명' 공개를 청구했으나 박물관이 이를 거부했습니다. A회사는 이 비공개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모델명은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고 가격 추론도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박물관의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B박물관은 유물 정밀측정 장비인 D 장비 구매를 위해 2022년 10월 25일 입찰공고를 냈고, 주식회사 A가 낙찰받아 2022년 12월 8일 계약금액 81,439,700원으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A회사의 직원은 예정가격 산정을 위한 거래실례가격 조사내역과 표준시방서 작성 근거 규격서 등의 정보 공개를 요청했으나, 박물관은 일부를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이에 A회사는 다시 2023년 2월 16일 '공통 규격서 작성의 기반이 된 두 개의 제조업체 제품 모델명'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박물관은 이 역시 비공개 결정했습니다. A회사는 박물관의 이러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B박물관의 정보 비공개 처분이 정보공개심의회 심의 누락이나 이유 제시 의무 위반과 같은 절차상 위법이 있는지 여부와, 공개 청구된 '장비 모델명' 정보가 '법인 등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여 비공개 대상 정보인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B박물관장이 원고 주식회사 A에 대해 2023년 2월 27일 내린 '규격서 작성의 기반이 된 두 개 제조업체 제품의 모델명'에 관한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B박물관의 정보 비공개 처분이 정보공개심의회 심의 누락이나 이유 제시 의무 위반으로 인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지 않았으며, 소송 중 처분사유 추가·변경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핵심 쟁점인 '장비 모델명'이 '법인 등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여 비공개 대상 정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모델명 자체는 이미 공개된 정보이고, 업체 상호나 견적가액이 포함되지 않아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국가계약법령상 예정가격 산정 방식 등을 고려할 때 모델명 공개만으로 해당 장비의 가격을 추론하기 어렵고, 업체들의 비공개 요청도 '거래실례가격 조사내역' 등에 관한 것이었을 뿐 모델명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들어, 모델명이 비공개 대상 정보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정보공개 거부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비공개 대상 정보):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해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영업상 비밀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등은 비공개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모델명'은 그 자체로 이미 공개된 정보일 가능성이 크고, 업체 상호나 구체적인 견적가액이 포함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타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함이 유리한 사업활동에 관한 일체의 정보' 또는 '사업활동에 관한 일체의 비밀사항'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예정가격 산정 방식이 복잡하고, 장비 특성상 동일 모델이라도 가격이 다양하게 책정될 수 있어 모델명 공개만으로 가격을 추론하여 영업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모델명'은 이 법 조항에서 정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보공개법 제12조 제1항, 제6항,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 제2항 (정보공개심의회): 공공기관은 정보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곤란한 사항이나 이의신청 등에 대해 심의하기 위해 정보공개심의회를 설치·운영하지만, 모든 정보공개 청구에 반드시 심의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심의 누락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이유 제시 의무):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는 행정청의 자의적인 결정을 막고 당사자가 불복 절차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처분서 기재 내용과 관련 법령, 그리고 처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사자가 처분의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 처분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비공개 근거 조항으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가 명시되어 있었고 원고도 이를 근거로 불복 절차를 진행했으므로, 이유 제시 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제8조의2 제1항 및 시행령 제2조 제1호, 제7조, 제9조 (예정가격 산정): 국가기관이 입찰 또는 수의계약을 할 때 낙찰자 및 계약금액 결정을 위해 미리 예정가격을 작성해야 합니다. '추정가격'은 국제입찰 대상 여부 판단 기준으로 예정가격 결정 전에 산정된 가격을 의미하며, '예정가격'은 적정한 거래실례가격, 원가계산에 의한 가격, 감정가격, 유사 물품의 거래실례가격 또는 견적가격 등을 기준으로 계약수량, 이행기간, 수급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참작하여 산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러한 복잡한 예정가격 산정 방식 때문에 단순히 입찰공고에 공개된 일부 가격 정보만으로 모델명을 통해 정확한 가격을 추론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정보공개를 청구할 때는 청구 대상 정보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모델명'으로 청구 대상을 변경하여 이전 청구와 구별했습니다. 공공기관이 정보공개를 거부할 때 제시하는 비공개 사유가 합당한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경영상·영업상 비밀' 주장의 경우, 해당 정보가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음이 사업 활동에 얼마나 유리한지, 공개될 경우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등을 따져보아야 합니다. 제품의 '모델명'과 같은 정보는 그 자체로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상호나 구체적인 견적가액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공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공기관의 예정가격이나 계약 금액 산정 방식은 법령에 따라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일부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특정 제품의 정확한 가격을 추론하기 어렵다는 점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는 그 목적에 제한이 없으므로, 청구인의 정보 사용 목적이 부당하다고 공공기관이 주장하더라도 이는 정보 공개 여부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