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집행
원고인 주식회사 A는 피고인 B 주식회사의 골프장 특별회원권을 이용해 회원권 임대 영업을 해왔습니다. 피고의 최대주주 H이 원고와 회원권 사용 중지에 대한 이면 약정을 체결했으나, 원고는 이 약정에도 불구하고 회원권 임대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자, 피고에게 약정금 및 손해배상금 총 10억 5천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H에게 피고를 대리할 적법한 권한이 없었고, 상법상 또는 민법상 표현대리 책임도 인정되지 않으며, 피고에게 회원권 사용 중지에 대한 계약상 의무나 불법행위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는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수분양자들에게 특별회원권을 분양했습니다. 원고는 수분양자들에게 분양대금 일부를 대여하고 G 골프장에서 특별회원권을 이용해 회원권 임대 영업을 해왔습니다. 2014년 E이 자금 압박으로 채권금융기관의 공동관리를 받게 되면서 주채권은행 N은 특별회원권 사용을 정지시켰습니다. 이에 원고는 N에 회원권 사용중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했고, 이후 원고, 피고, E 사이에 회원권 사용 중지 확약서 내용을 포함하고 특정 특약사항을 담은 이면 약정서가 작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원고는 이 약정 이후에도 특별회원권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피고에게 약정 불이행에 따른 약정금 10억 5천만 원 및 지연손해금, 그리고 2017년 11월 8일부터 회원권을 사용할 수 있는 날까지 월 2,50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청구를 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최대주주 H이 적법한 대리권을 가지고 약정을 체결했거나, 설령 대리권이 없었더라도 상법상 표현대표이사책임 또는 민법상 표현대리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회원권 임대 영업을 승인해놓고 사용을 중지시켜 영업을 방해했으므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H이 피고를 대리하여 약정을 체결할 적법한 권한이 있었는지 여부, H의 행위에 대해 상법상 표현대표이사책임 또는 민법상 표현대리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 피고가 회원권 사용 중지에 대해 원고에게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 책임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재판부는 H이 피고의 최대주주로서 내부적으로 중요 결정을 해왔지만, 대외적으로 피고를 대리하여 약정을 체결할 적법한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H이 '대리인'이라는 명칭으로 서명한 것은 상법상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으로 볼 수 없으며, 원고의 대표이사가 피고 및 E의 운영에 깊이 관여하여 H에게 대리권이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민법상 표현대리 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는 수분양자들에게만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며, 회원권 사용 중지가 주채권은행의 관리·감독에 따른 것이므로 피고의 위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세 가지 법리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리권의 유무 및 효력: 법인을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대리권을 가진 자(통상 대표이사 또는 그로부터 적법하게 위임받은 자)가 계약을 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H은 피고의 이사였지만 대표이사는 아니었으므로, 피고를 대리할 적법한 권한이 있었는지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법원은 H이 피고의 최대주주로서 중요 결정을 해왔더라도, 대표이사가 H에게 대리권을 구체적으로 수여한 근거가 없고, 피고가 은행 관리를 받는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사전 협의 없이 큰 재정 부담을 초래하는 약정 대리권을 주었을 리 없으며, 약정서에 피고 법인 인감 대신 H의 서명만 있는 점 등을 들어 H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상법 제395조(표현대표이사의 행위와 회사의 책임): 이 조항은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가 외관상 회사의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예: 사장, 부사장, 전무 등)을 사용하여 거래행위를 한 경우, 회사가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합니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 H은 약정서에 '대리인'이라는 명칭으로 서명했는데, 법원은 '대리인'이라는 명칭은 사회 일반의 거래통념상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상법상 표현대표이사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민법상 표현대리(민법 제126조 권한 외의 표현대리): 대리인에게 본인을 대리할 권한이 없거나 대리권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를 한 경우에도,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외관이 존재하고 본인이 그 외관 발생에 어느 정도 원인을 제공했으며, 상대방이 그 외관을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본인에게 그 대리행위의 효력이 미치는 제도입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 대표이사가 피고 및 E의 운영에 오랫동안 깊이 관여해왔고, 과거에도 정식 대표이사와 법인 인감이 날인된 계약을 해왔던 점 등을 근거로, 원고가 H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없음을 잘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H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민법상 표현대리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 책임: 계약상 의무는 계약 당사자에게만 발생하며, 불법행위는 위법한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했을 때 성립합니다. 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특별회원권을 분양한 상대방은 수분양자들이었으므로, 원고에게 직접 회원권 사용을 보장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한 회원권 사용 중지는 피고와 E이 채권은행의 관리·감독을 받게 된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피고의 위법행위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아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는 반드시 계약 상대방의 법적 대표자(예: 대표이사)가 직접 계약을 체결하거나, 대표자가 아닌 사람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적법한 대리권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위임장, 이사회 회의록 등 명확한 증빙 서류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최대주주나 회장 등 실질적 경영자라 할지라도 법인 등기부 등본에 기재된 법적 대표자와 대외적 대표권은 다를 수 있으므로 이를 혼동하여 계약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계약 체결 시에는 회사의 재정 상태나 경영 환경 변화(예: 채권은행의 공동관리)가 계약 이행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고, 필요한 경우 이러한 상황에 대한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거에 회사의 다른 대표자와 정식 절차(법인 인감 날인 등)를 거쳐 계약했던 경험이 있다면, 현재 체결하는 계약도 동일한 수준의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계약 상대방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리권 유무에 대한 '정당한 이유'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되므로 주관적인 믿음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