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89세 망인 E는 낙상 사고 후 척추 압박골절 진단을 받고 피고 의사 B에게 경피적척추후굴풍선복원술을 받았습니다. 시술 전후 망인이 복용하던 항혈전제(아스트릭스, 엘리퀴스)가 중단되었고, 시술 15일 후 망인은 호흡곤란 및 혈압저하 증상으로 상급병원으로 전원되었으나 혈전증으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자녀들은 피고 B가 항혈전제 투여를 중단하고 부적절한 조치를 취했으며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시술 전 항혈전제 중단은 출혈 가능성을 고려한 적절한 조치였고, 간호사가 복약 중단에 대해 설명하여 설명의무 위반이 없었으며, 망인의 고령과 기저질환을 고려할 때 의사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고, 상급병원으로의 전원 조치도 적절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망인 E(1930년생)는 2019년 12월 22일 낙상 사고로 허리를 다쳐 2019년 12월 23일 H병원에 입원하여 피고 B 의사로부터 '쿰멜씨병을 동반한 급성 요추 1번 압박골절, 아급성 흉추 6번 압박골절' 진단을 받았습니다. 2019년 12월 26일 피고 B는 망인에게 경피적척추후굴풍선복원술을 시행했습니다. 이후 망인은 H병원에서 계속 입원치료를 받던 중 2020년 1월 17일 호흡곤란과 혈압저하 등 증상을 호소하며 광주 동구 제봉로 42 소재 전남대학교병원으로 전원되었으나, 2020년 1월 19일 02:32경 상장간막동맥혈전증(좌심방 혈전) 등으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자녀들인 원고 A와 선정자 C, D는 피고 B가 시술 전후 기존에 복용하던 항혈전제(아스트릭스, 엘리퀴스)의 복용을 중단시키고 헤파린제 등 항혈전 주사제도 투여하지 않아 혈전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환자의 통증 호소와 호흡곤란 등 증상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설명의무도 위반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각 20,000,000원의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피고 의사가 시술 전후 항혈전제 복용을 중단시키고 적절한 처치를 하지 않아 환자에게 혈전이 발생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의료상 과실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 의사가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항혈전제 등 기존 복용 약품 관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 의사의 의료상 과실 또는 설명의무 위반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선정당사자)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선정당사자)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사에게 의료상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술 직전 항혈전제 복용 중단 지시는 출혈 가능성을 고려할 때 적절한 조치였고, 간호사를 통해 복약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져 설명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망인의 고령(89세)과 고혈압, 심부전증 등 기왕증을 고려할 때, 항혈전제 복용 중단이 직접적으로 혈전 증상과 사망을 초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망인에게 혈전으로 인한 호흡곤란 및 혈압저하 증상이 나타났을 때 상급병원으로 이송한 조치도 시간적인 면에서 적절했다고 보아, 피고의 조치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입증책임 완화 법리: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므로, 환자 측이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이나 그로 인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법원은 피해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사정(예: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등 참조).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의료상 과실의 존재 자체는 환자 측이 입증해야 하며,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다20127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41863 판결 참조). 본 사안에서는 원고 측이 피고의 의료상 과실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시술 전 항혈전제 복용 중단이 출혈 가능성을 고려한 적절한 조치였고, 환자의 고령과 기왕증을 고려할 때 항혈전제 중단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의료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설명의무: 의료인은 환자에게 의료행위의 내용, 필요성, 위험성, 발생 가능한 부작용, 그리고 시술 전후의 약물 복용 지침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의 동의를 얻을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의무 위반은 별도의 위자료 지급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 원고 측은 피고가 항혈전제 복용 방식에 대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진료기록 감정 결과에 따라 피고의 지시로 H병원 소속 간호사가 망인에게 기존 항혈전제 복용 중단을 설명했고, 이후 보호자 요청으로 간호사실에서 직접 내복약을 챙기며 해당 항혈전제를 제외한 약을 투여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나 H병원 측이 복약에 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인의 적절한 처치 의무: 의료인은 환자의 상태 변화에 따라 적절한 진단과 처치를 신속하게 수행할 의무가 있습니다. 환자에게 예상치 못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상태가 악화될 경우,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고 전문가와의 협진을 진행하며, 필요시 상급 병원으로 전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본 사안에서는 망인이 2020년 1월 17일 호흡곤란과 혈압저하 증상을 보였을 때 피고가 곧바로 혈전으로 진단하고 항혈전제 투여를 결정하지는 않았으나, 곧바로 상급 병원인 전남대학교병원으로 이송한 사실이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이송 조치가 시간적인 면에 비추어 적절했다고 평가하며, 피고가 항혈전제 투여를 직접 결정하지 않은 것과 망인의 증상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진료감정의 또한 이송 시점과 항혈전제 투여 시점의 차이가 크지 않아 예후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소견을 밝혔습니다.
의료 관련 손해배상 청구는 일반적인 사고와 달리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합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의료행위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환자 측의 책임이므로, 의무기록 등을 통해 의사의 처치 과정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과실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특정 의료행위가 아닌 다른 원인이 환자의 피해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환자에게 기존에 다른 질병이나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수술이나 시술 전후 약물 복용 중단과 같은 중요한 결정에 대해 의료진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었는지, 그리고 그 설명이 진료기록에 남겨져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 환자 상태가 악화되었을 때 의료진이 적절하고 신속한 대처를 했는지 여부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증상이 악화되었을 때 상급 병원으로의 전원 등 시기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의료인의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섯째, 진료기록 감정 등 의료 전문가의 소견은 법원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객관적인 감정 결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