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수술 후 비골신경 마비와 병원의 책임 여부 사건

만 44세의 환자 A씨는 응급 심장 수술을 받은 후 우측 비골신경 마비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환자 A씨는 병원 의료진이 수술 중 전기수술기를 잘못된 부위에 부착하고, 수술 후 억제대를 과도하게 사용했으며 체위 변경을 소홀히 하여 신경 마비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병원을 상대로 6천5백만 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환자 A씨의 비골신경 마비가 당시 의료 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했더라도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이며, 의료진의 과실이나 그 과실과 신경 마비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환자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환자 A씨: 2012년에 승모판막 및 삼첨판막 수술을 받은 경력이 있는 44세 남성으로, 2013년 8월 심한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내원하여 심장 수술을 받은 후 비골신경 마비 증상을 겪고 병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원고입니다.
• 의료법인 B: C병원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으로, 환자 A씨에게 응급 심장 수술을 시행했으며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받은 피고입니다.

분쟁 상황

2013년 8월 19일, 44세 남성인 환자 A씨는 심한 호흡곤란 증상으로 피고 의료법인 B가 운영하는 C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A씨는 2012년 심장 판막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었고, 응급실 내원 당시 심한 저산소혈증과 혈압 저하 상태였습니다. 의료진은 혈액검사, 심전도, 동맥혈가스분석 등을 시행하고 산소와 혈관확장제 등을 투여했으나 증상이 지속되자 기관 내 삽관을 시행했습니다. 심장초음파 결과 인공판막부전증 소견이 보여 2013년 8월 20일 새벽 2시경 응급수술에 동의하고, 오전 2시 40분부터 약 8시간 50분 동안 승모판막재치환술 및 대동맥판막성형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2013년 8월 22일 새벽 4시 30분경 A씨는 '오른쪽 발에 감각이 떨어지고 움직이기 어렵다'고 호소했습니다. 신경과 협진 결과 '수술 후 압박성 신경통'으로 진단받았고 약물을 투여했습니다. 2013년 8월 30일 퇴원했으나, 이후 9월 9일과 10월 1일 병원 검사 결과 '우측 비골신경 마비를 주로 하는 좌골신경 마비' 증상이 확인되었습니다. 2014년 11월 13일 다른 병원에서도 '총비골신경 마비 소견을 근거로 한 말초신경병증, 비골신경 마비 장해' 진단서가 발급되었습니다. 환자 A씨는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① 장시간 수술 중 전기수술기의 대극판을 엉덩이, 대퇴부 등 넓은 부위가 아닌 좁은 종아리에 부착하고 젤리를 불충분하게 발랐으며, ②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발목 억제대를 과도하게 적용하고 최소 2시간마다 시행해야 할 체위 변경을 소홀히 하여 비골신경 마비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일실수입 72,856,142원, 기왕치료비 3,656,950원, 위자료 1,200만 원을 포함한 총 65,559,164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 병원 의료진이 심장 수술 과정에서 전기수술기의 대극판을 부착하고 사용한 방식에 의료상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2. 수술 후 환자에게 억제대를 적용하고 체위 변경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도한 사용 또는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3. 이러한 의료진의 행위가 환자 A씨에게 발생한 비골신경 마비 장해의 원인이 되는 의료과실 및 그에 따른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 A씨의 피고 의료법인 B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1. 환자 A씨의 비골신경 마비는 수술 후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며, 의료진의 과실행위 이외에 심한 저산소혈증 및 혈압 저하 상태, 장시간 수술, 체외순환기 가동 및 저체온 요법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2. 전기수술기의 대극판을 우측 종아리 후방에 부착한 행위는 비골신경 주행 경로가 아니며, 젤리 형태의 패드 부착으로 신경 마비가 발생할 정도의 압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과실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3.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억제대를 사용한 것은 환자 A씨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인공호흡기 튜브 이탈 등을 막기 위한 적정한 의료상 조치였으며,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계속 관찰하고 자세를 변경하며 억제대를 주기적으로 해제하는 등 적절히 처치했음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환자에게 적용된 발목 억제대가 비골신경이 압박되는 무릎 주위가 아니었으므로 직접적인 마비를 초래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4. 요양병원 지침인 '신체 억제대 안전지침'은 이 사건과 같은 응급 수술 후 중환자실 환자의 의료적 판단에 따른 억제대 사용에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이나 그로 인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서 법원이 적용한 주요 법리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료과실 및 인과관계 증명책임: 대법원 판례(2015. 1. 29. 선고 2012다41069 판결 등)에 따르면,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일반인이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이나 그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수술 중 또는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그 증상 발생에 의료상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을 증명하여 의료상의 과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어야 하며, 막연히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즉,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기본적으로 피해자(원고)가 증명해야 합니다.
2. 의사의 합리적 재량: 대법원 판례(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 등)는 의사가 진료를 하면서 환자의 상황, 당시의 의료 수준과 자신의 전문적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한 선택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 결과를 놓고 특정 조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3. 의료행위에 의한 후유장해의 합병증 가능성: 대법원 판례(2015. 2. 26. 선고 2013다27442 판결 등)에 따르면, 의료행위로 인해 후유장해가 발생했더라도, 그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 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했음에도 해당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거나 합병증으로 인해 2차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유장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비골신경 마비가 심장 수술의 합병증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적으로 고려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이 사건과 유사한 상황에서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의료과실 입증의 어려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단순히 수술 후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의료과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 측에서는 의료진의 구체적인 주의의무 위반과 그로 인한 손해 발생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해야 합니다.
2. 합병증의 가능성: 장시간의 대수술(특히 심장 수술)이나 환자의 수술 전 건강 상태(저산소증, 저혈압 등)는 수술 후 예상치 못한 합병증, 예를 들어 신경 마비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합병증은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결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의료진의 재량 존중: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 수준, 자신의 전문 지식과 경험에 따라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판단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진료 결과만을 가지고 과실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4. 의무 기록의 중요성: 수술 전후 환자 상태 기록, 간호 기록(억제대 적용 이유, 관찰 내용, 체위 변경 등), 각종 검사 결과 등의 의료 기록은 의료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의료 기록에 의료진의 충분한 관찰 및 적절한 조치 내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면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는 데 유리합니다.
5. 특정 지침의 적용 범위: 특정 진료 지침(예: 신체 억제대 안전 지침)이 존재하더라도, 그 지침이 모든 의료 상황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요양병원의 지침이 응급 수술 후 중환자실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듯이, 각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한 의학적 판단이 우선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