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금전문제 · 건축/재개발
주식회사 D가 원고 주식회사 A에게 공사를 하도급하고, 원고, 피고 B 주식회사, D 사이에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합의를 체결했습니다. 이 합의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하도급대금의 일부를 지급했으나, 나머지 42,900,000원에 대해서는 신탁계약의 자금집행순서에 따른 정지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주장하며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법원은 직접지급 합의에도 불구하고 선순위 자금집행이 완료되어야 한다는 정지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고, 원고가 이를 증명하지 못했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건축 신축공사의 하수급인인 원고가 원도급인 주식회사 D와 도급인의 지위를 승계한 신탁사 피고 B 주식회사 간의 직접지급 합의를 근거로 피고에게 미지급된 하도급대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신탁계약 상의 자금집행순서에 따른 정지조건(선순위 자금집행 완료)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고, 이로 인해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원고 측은 직접지급 합의의 목적과 하도급법 등 강행법규의 취지를 들어 해당 정지조건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합의 시 설정된 자금집행순서가 정지조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해당 정지조건이 실제로 충족되었는지 여부, 그리고 이러한 정지조건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또는 「건설산업기본법」 등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이 사건 소송과 관련된 모든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합의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미지급 공사대금 42,9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직접지급 합의에 따른 원고의 하도급대금 직접청구권에는 '그보다 앞선 순위의 자금집행이 모두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정지조건이 붙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원고가 이 조건이 충족되었음을 증명하지 못했고, 신탁계약의 자금집행순서가 사업 추진에 필수적인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어 공사대금을 부당하게 후순위로 취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해당 정지조건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원고의 재항변(다시 주장하는 변론)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본 판례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제14조 및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의 직접지급청구권과 관련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도급법 제14조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 이 조항은 하수급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도급인이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도 도급인은 해당 청구권 발생 이전에 원수급인(이 사건에서는 주식회사 D)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하수급인(원고 주식회사 A)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이는 원수급인에게 채무불이행 등의 사유가 있거나, 본 판례와 같이 공사대금 지급에 대한 정지조건이 있는 경우, 도급인이 이를 들어 하수급인의 직접지급 청구를 거부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 이 조항 또한 하수급인의 보호를 위한 것으로, 도급인이 건설사업관리기술인 등의 확인을 받아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법의 취지는 하수급인이 원수급인의 부도 등으로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여 하수급인을 보호하는 데 있으나, 이 경우에도 도급인이 하수급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면 직접 지급 의무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정지조건부 법률행위: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취 여부에 의존하게 하는 조건을 정지조건이라고 합니다. 본 판례에서는 신탁계약 상의 '선순위 자금집행 완료'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도급대금 지급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정지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은 해당 조건 성취로 인해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당사자(여기서는 원고)가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증명책임: 어떤 사실의 존재 여부가 불분명할 때, 그 사실의 존재를 주장하여 이익을 얻으려는 당사자(이 경우 원고)가 이를 증명해야 한다는 법률 원칙입니다. 본 판례에서 원고는 정지조건이 성취되었음을 증명하지 못하여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대법원 판례 (2023. 6. 29. 선고 2023다221830 등): 건축사업에서 신탁업자와 신탁계약 체결 시 자금집행순서 관련 약정은 불확정기한이 아닌 정지조건으로 보아야 하며, 선순위 채권 집행 전에는 후순위 채권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대법원 판례 (2010. 6. 10. 선고 2009다19574 등): 하도급법상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도 도급인은 직불청구권 발생 전에 수급인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하수급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법리를 확인하였습니다.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합의를 체결할 때는 단순히 지급 약정뿐만 아니라, 그 약정에 포함된 모든 조건, 특히 자금집행 순서와 같은 정지조건의 내용을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직접지급 합의 시 해당 약정의 근간이 되는 원도급계약이나 신탁계약 등 상위 계약의 조항, 특히 자금 집행 순서에 관한 특약사항을 반드시 확인하여 혹시 모를 제한이나 조건이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만약 자금집행 순서에 따른 정지조건이 있다면, 해당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 증명 책임을 지는 당사자는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여야 합니다. 법원은 자금집행 순서가 사업의 순조로운 진행과 위험 분담을 위한 합리적인 약정이라면, 이를 강행규정 위반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하도급법을 통해 보호받는 하수급인의 권리 또한 상위 계약의 조건에 따라 제한될 수 있음을 이해하고 계약 체결 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