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이 사건은 건설 현장에서 H빔 절단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안전 수칙 미준수와 안전 장비 미확보로 인해 H빔에 발이 깔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입니다. 원청과 하청 업체는 모두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이 인정되었으나, 근로자 본인도 작업반장으로서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이 고려되어 전체 손해액의 60%에 해당하는 123,450,890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원고 A는 피고 C 주식회사에 고용되어 피고 B 주식회사가 원청으로 진행하는 건설 현장의 토공사에서 용접 및 작업반장으로 일했습니다. 2020년 4월 26일 오후 1시 30분경, 원고는 H빔 절단 및 해체 작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원래 H빔 상단을 잡아주는 건설 기계인 스키드로더가 다른 작업에 투입되어 혼자 용접기를 이용해 절단 작업을 했습니다. 이때 절단된 H빔이 원고 쪽으로 쓰러지자 피하려 했으나, 발목에 착용한 안전 각반이 작업장 바닥에 놓여 있던 철근에 걸려 넘어지면서 피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H빔이 원고의 왼쪽 발에 떨어져 심각한 으깸 손상, 골절, 피부 결손 등의 상해를 입고 발 절단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청(피고 B)과 하청(피고 C) 양측이 근로자인 원고에 대한 안전 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특히 원청의 경우, 하청 근로자의 작업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를 제외한 안전 조치 의무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단서 조항의 해석이 문제 되었습니다. 셋째, 사고 발생에 있어 피해 근로자인 원고 본인에게도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 및 그 과실 비율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넷째, 원고가 입은 손해(일실수입, 치료비, 개호비, 보조구비, 위자료)의 구체적인 금액과 이미 지급받은 산업재해보상보험 급여를 어떻게 공제할 것인지에 대한 산정입니다.
법원은 피고 B 주식회사와 주식회사 C이 공동하여 원고 A에게 총 123,450,89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금액 중 111,494,330원에 대해서는 2020년 4월 26일부터, 11,956,560원에 대해서는 2023년 8월 30일부터 2024년 1월 9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다만, 원고 본인의 과실이 인정되어 피고들의 책임은 전체 손해액의 60%로 제한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1/2, 피고들이 나머지 1/2을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청과 하청 모두 근로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 및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공동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원고 역시 작업반장으로서 안전 위험을 인식하고도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산정된 손해배상액에서 원고가 이미 받은 산업재해보상보험 급여를 공제한 금액이 피고들에게 지급될 금액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을 근거로 피고들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민법상 채무불이행 책임): 대법원 판례(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에 따르면, 사용자는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는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합니다. 이 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가 손해를 입으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C은 원고의 사용자로서 H빔 절단 작업 시 스키드로더 없이 단독 작업을 지시·감독하지 않고 안전 교육을 철저히 하지 않아 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2항 (사업주의 위험 예방 조치 의무): 사업주는 해체 등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 방법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피고 C은 이러한 법률상 의무도 위반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조 제1항 (작업장 바닥 안전 유지 의무): 근로자가 작업장에서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등의 위험이 없도록 작업장 바닥 등을 안전하고 청결한 상태로 유지해야 합니다. 피고들은 작업 장소 바닥에 철근이 놓여 있었음에도 안전표시를 하거나 철근을 제거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도급인(원청)은 관계수급인(하청)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 및 보건 조치를 해야 합니다. 다만, 보호구 착용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 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B은 원청으로서 원고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가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작업하는 장소의 안전 점검 및 확인'은 위 제63조 단서에서 말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청인 피고 B에게도 작업장 바닥 철근 문제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 위반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법리들을 종합하여 원청과 하청 모두의 공동 책임이 인정되었고, 동시에 원고 본인의 과실도 고려되어 최종적인 손해배상액이 산정되었습니다.
유사한 건설 현장 사고를 예방하거나 처리할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