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주식회사 H는 1959년 설립되어 합판제조업을 영위하며 1968년부터 인천 중구에 공장을 운영해왔습니다. 이 공장은 해안과 맞닿아 원재료를 바지선으로 직접 들여오고 공장 내 생산 설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천시는 1969년 해당 지역에 도로 개설을 계획했으나 약 50년간 미집행 상태였습니다. 2020년 6월 인천광역시 중구청장은 이 도로 개설을 위한 실시계획을 인가 고시했는데 이 계획에 따르면 도로는 H사 공장과 해안 사이를 가로막고 공장 부지 일부가 도로에 편입됩니다. H사는 도로 개설 시 공장 운영이 불가능하여 폐업할 수밖에 없다며 도시계획시설결정 해제를 신청했으나 중구청장은 이를 반려하고 실시계획을 인가했습니다. 이에 H사는 절차적 하자(경관심의 미실시)와 실체적 하자(이익형량 위반, 비례의 원칙 위반)를 주장하며 실시계획 인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오랜 기간 계획만 존재했던 도시계획 도로가 한 공장의 핵심 사업장 부지를 가로지르게 되어 이로 인해 공장이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해질 상황에 처하자 공장 측이 해당 도로 개설 계획 인가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며 발생한 분쟁입니다.
도로 개설 실시계획 인가 처분에 경관법상 경관 심의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는지와 도로 개설로 인한 공익과 공장 운영 중단이라는 사익 침해 사이의 이익형량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피고인 인천광역시 중구청장이 2020년 6월 29일 인천광역시 중구 고시 제2020-120호로 한 도시계획시설(도로)사업 실시계획 인가처분 중 중1-12호선 도로개설공사 부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절차적 하자에 대해 경관법에서 정하는 '도로법에 따른 도로'에는 국토계획법에 따른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개설되는 도로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체적 하자에 대해서는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달성할 공익과 원고의 사익 등을 객관적이고 정당하게 비교·교량하지 않아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약 50년간 미집행된 도로 계획, 원고 공장의 운영 방식(해안을 통한 원자재 입고 컨베이어 벨트 사용)에 대한 중대한 불이익, 기존 도로로도 충분한 교통 수요 충족 가능성, 장기간 미집행 시설에 대한 타당성 재검토 및 지방의회 보고 의무 불이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행정청의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인가 처분이 적법했는지를 다룹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국토계획법): 도시계획시설의 결정 및 실효 도시관리계획의 타당성 재검토 단계별 집행계획 수립 등 도시계획 전반에 관한 기본 법률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50년 가까이 미집행된 도시계획시설의 실효와 관련된 규정 도시관리계획의 타당성 재검토 단계별 집행계획 수립 및 지방의회 보고 의무 등이 행정청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쟁점으로 다루어졌습니다.
경관법: 아름다운 경관을 보전하고 관리하기 위한 법률로 특정 규모 이상의 도로 사업에 대해 경관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국토계획법에 따라 개설되는 도로는 경관법상 도로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도로법: 도로의 종류와 개설 및 관리에 관한 기본적인 법률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도로법에 따른 도로'와 '국토계획법에 따른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설치된 도로'의 구분이 중요하게 작용하여 경관법 심의 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재량권 일탈 및 남용 금지 원칙 (비례의 원칙): 행정청이 재량을 행사할 때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과도한 수단을 사용하거나 공익과 사익을 정당하게 비교형량하지 않아 개인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행정법의 기본 원칙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 중구청장이 도로 개설의 공익과 원고 공장의 폐업 위기라는 사익을 제대로 비교형량하지 않아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공익이 아무리 중요해도 개인에게 과도한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오랜 기간 미집행된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가 사업을 진행할 경우 해당 시설로 인해 침해되는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이 중대하다면 그 사업의 공익성과 침해되는 사익을 면밀히 비교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공익사업으로 인한 사유재산권 침해 시 행정청은 법령에 따른 타당성 재검토 단계별 집행계획 수립 지방의회 보고 등 절차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 계획이 개인이나 기업의 핵심 운영 방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단순히 사업 실현 가능성만 검토하는 것을 넘어 침해되는 이익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정도를 충분히 고려했는지 주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