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장폐색으로 병원에 내원하여 수술을 받은 후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수술 지연, 경과관찰 소홀, 전원의무 위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수술 지연, 경과관찰 소홀, 전원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환자 본인에게 수술의 위험성과 합병증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의료진과 병원에 대해 위자료 1,500만원(유족에게 각 7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과거 장폐색 치료 이력이 있는 망인 K은 2018년 8월 13일 복통으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장폐색 추정 진단을 받았습니다. 진통제 투여에도 복통이 지속되어 같은 날 복부 CT 촬영 후 입원했습니다. 입원 후에도 복통이 계속되다 다음 날 새벽 활력징후가 악화되자 긴급히 작은창자 분절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당시 소장이 유착되어 내탈장되고 두 곳이 천공된 상태였으며 오염이 심했습니다. 수술 후 망인은 패혈성 쇼크와 다장기부전으로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던 중, 8월 27일 헤모글로빈 수치가 급격히 감소하고 8월 28일 복통과 혈변 증상을 보여 복부 CT 검사 결과 활동성 출혈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피고 병원 의료진은 혈관중재술이 가능한 N병원으로 망인을 전원 조치했으나, 망인은 다음 날인 8월 29일 N병원에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부모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수술을 지연하고, 수술 후 경과관찰을 소홀히 했으며, 상급 병원으로의 전원 의무를 위반하고, 수술 전 위험성 등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의료법인 L의료재단, G, H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 7,5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8. 29.부터 2023. 7. 11.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들의 피고 F, I에 대한 청구 및 피고 의료법인 L의료재단, G, H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법원은 의료진의 수술 지연 과실, 수술 후 경과관찰 과실, 전원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피고 G(수술 결정 외과 의사), H(집도의), 그리고 이들의 사용자인 피고 의료법인 L의료재단은 환자 본인에게 수술의 위험성, 합병증(특히 패혈증 쇼크 및 전원 필요성)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망인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15,000,000원을 인정하고, 이를 망인의 부모인 원고들에게 각 7,500,000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환자의 부모가 주장한 고유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의사의 주의의무: 의료인은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격상, 당시의 의료수준과 자신의 지식·경험에 따라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맞게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적절한 치료가 어렵다면 신속하게 전문적인 치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해야 할 의무도 포함됩니다 (대법원 2006다41327 판결 등). 본 판례에서는 의료진의 수술 지연이나 경과관찰 소홀, 전원의무 위반은 인정되지 않았는데, 이는 당시 환자의 활력징후나 CT 판독 결과, 그리고 의료진의 대응이 통상적이고 적절한 수준에서 이루어졌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의사의 설명의무: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할 때, 응급 상황 등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의료행위를 받을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 2005다5867 판결 등). 이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 내용을 문서화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으며, 의사에게 이행 입증책임이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수술 전 망인의 의식이 명료했고 설명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동의서 내용이 불충분하고 핵심적인 위험성(패혈증, 전원 가능성)이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고 재단, G, H의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사망 등)가 발생한 경우, 환자 측은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설명을 받았더라면 결과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인과관계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법원 2005다5867 판결 등). 다만, 설명의무 위반의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환자 본인이므로, 환자 가족이 고유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별도로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 2013다28629 판결 등). 본 판례는 이러한 법리에 따라 망인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15,000,000원을 인정하고, 이를 망인의 부모가 상속받도록 하였습니다.
의료진의 설명의무: 긴급한 수술 상황이라도 환자의 의식이 명료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의료진은 환자 본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합병증, 그리고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의 자연적인 경과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합병증이나 필요한 경우 상급 병원으로의 전원 가능성 등도 명확히 알려야 합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은 환자가 자신의 몸에 대한 의료행위를 받을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환자가 성인이고 판단 능력이 있다면 환자 본인에게 직접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의료 기록의 중요성: 설명의무 이행 여부를 다투는 경우, 의료진 측은 설명 내용을 문서화하여 보존해야 할 직무상 필요가 있습니다. 동의서에 부동문자 외에 구체적인 내용이 충분히 기재되어 있어야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범위: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때 환자 본인의 위자료가 인정되는 것이고, 가족의 고유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별도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