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 노동
E가 피고의 감사로 등기되고 피고 법인의 인감 등을 보관하며 피고 부부의 토지 매입 및 법인 설립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던 중 피고를 대리하여 원고와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했으나, 피고 부부가 이에 대해 사후에 항의하고 업무 중단을 지시하면서 계약의 유효성에 다툼이 발생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E의 계약 체결이 무권대리임을 인정하면서도, 피고가 E의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부부는 E에게 토지 물색 및 법인 설립 업무를 위임했고 E는 피고 법인의 감사로 등기되며 법인 관련 주요 서류들을 보관하게 되었습니다. E는 피고 부부의 승인 없이 원고와 근린생활시설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했고 피고 부부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E에게 계약 진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음에도 원고는 용역 업무를 진행하여 경관심의와 건축심의를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원고는 용역 대금 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E에게 계약 체결 권한이 없음을 주장하며 대금 지급을 거부하여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 설계 계약이 유효한 대리권에 의해 체결되었는지 여부, E의 행위가 표현대리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가 무권대리인과의 계약 이행으로 사무관리에 따른 비용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피고가 E의 사용자로서 무권대리 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사용자 배상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E가 피고를 대리하여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할 유권대리권이나 표현대리가 인정되지 않고, 원고의 사무관리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E가 피고 대표자의 지휘·감독 아래 피고의 업무를 대리 또는 대행하며 외형상 피고의 사무집행과 관련하여 원고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아, 피고는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로서 E의 무권대리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원고에게도 대리권 확인 소홀 등의 과실이 있다고 보아 피고의 책임 범위를 50%로 제한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5,58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E의 설계 용역 계약 체결이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 이루어진 외형상 사무집행 행위에 해당하므로, 비록 실제 대리권이 없었더라도 피고가 사용자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나 원고 또한 대리권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되어 손해배상액이 50%로 제한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5,58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이 사건에서 법원은 E가 비록 피고의 정식 직원이 아니었더라도, 피고 대표자의 지휘·감독 아래 피고의 업무를 대리 또는 대행하였으며 외형상 객관적으로 피고의 사무집행과 관련하여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하여 피고에게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민법 제756조는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는 반드시 유효한 고용 계약에 한정되지 않고, 사실상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그 지휘·감독 아래 사업을 집행하는 관계에 있을 때도 적용될 수 있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와 업무 관련성이 있다면 법인은 그 직원이 아닌 사람이 저지른 무권대리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표현대리 (민법 제126조 등): 원고는 E에게 피고를 대리할 권한이 없었더라도 외형상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피고의 인감도장 및 인감증명서 소지 등)에서 원고가 E를 대리인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계약이 유효하다는 표현대리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위임장 등 대리권을 증명할 다른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고, 원고가 피고의 대표자에게 대리권 유무를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표현대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존재하고, 그 믿음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법리가 엄격하게 적용된 것입니다. 사무관리 (민법 제734조): 원고는 E의 행위가 무권대리라면 원고가 피고를 위해 사무를 처리한 것이므로 사무관리에 기한 비용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E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이므로 '의무 없이 타인의 사무를 관리'하는 사무관리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사무관리는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없이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경우에 인정되는데,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계약을 전제로 행동했으므로 사무관리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법인의 대리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는 반드시 대표자나 법인 정관에서 정하는 절차에 따라 대리권 유무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법인인감, 인감증명서만으로는 대리권을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우며 위임장이나 이사회 결의록 등 추가적인 서류를 요구하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 체결 후 대금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상대방으로부터 업무 진행 중단 지시를 받았다면, 즉시 업무 진행을 멈추고 계약의 유효성 여부와 대금 지급 가능성을 재확인하여 추가적인 손해 발생을 막아야 합니다. 사업 추진을 위해 특정인에게 포괄적인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 위임의 범위와 보수 등에 대한 명확한 서면 합의를 통해 분쟁의 소지를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용자 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피해자에게 대리권 확인 소홀 등 과실이 있다면 손해배상액이 감액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