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원고 A는 자궁경부 무력증 예방을 위해 O병원에서 자궁경부 원형결찰술(더블 맥도날드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후 질 분비물 증상으로 P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좌측 수신증과 신장 위축 소견이 확인되었습니다. 결국 신장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어 좌측 신장 절제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원고 A 및 그 가족들은 O병원과 P병원의 의료진이 진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 등이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고 병원들의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7년 두 번의 유산 및 조산을 겪은 후, 2019년에 다시 임신했습니다. 조산을 예방하기 위해 2019년 3월 11일 피고 O병원에 내원하여 자궁경부 원형결찰술(더블 맥도날드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2019년 8월 22일 제왕절개로 자녀 D를 출산했습니다. 이후 2019년 10월 4일 질 분비물이 발생하는 증상으로 피고 P병원 비뇨기과에 내원했습니다. P병원 의료진은 혈액, 소변, 복부 CT, 방광내시경, 요역동학, 골반 MRI 등 다양한 검사를 시행했으며, 복부 CT에서는 좌측 수신증과 요관 방광 접합부까지 확장된 요관 등의 소견이 확인되었으나, MRI에서는 특이사항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P병원은 원고 A에게 산부인과 진료를 권유했습니다. 원고 A는 2019년 12월 13일 기존에 진료받던 R병원 산부인과에 내원하여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 R병원 의료진은 P병원에서 촬영한 CT 및 MRI 영상을 재판독한 결과, 좌측 원위부 요관이 확장되어 있고 숨겨진 누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2019년 12월 27일 신장 스캔 검사에서 좌측 신장 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것을 확인하고 요관 카테터 삽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여 요관 폐색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2019년 12월 28일 신장에 직접 관을 꽂는 경피적 신루설치술을 시행했으나 신장 기능이 회복되지 않았고, 2020년 4월 7일 좌측 신장을 절제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O병원과 P병원의 의료진이 진료상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 등으로 원고 A의 신장 손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O병원 의료진이 자궁경부 원형결찰술 과정에서 원고 A의 좌측 요관 일부를 함께 결찰하거나, 수술 후 요관 질 누공에 대한 적절한 진단 및 처치를 하지 않은 진료상 과실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O병원 의료진이 수술 전 요관 질 누공, 요관 협착 등 합병증 발생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 O병원 의료진이 수술 후 질 분비물이 발생할 경우 요관 손상 가능성을 고려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도설명할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피고 P병원 의료진이 CT 및 MRI 검사 결과에서 확인된 수신증, 신장 위축 등의 소견을 간과하여 원고 A의 요관 협착 및 신장 손상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진료상 과실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다섯째, 피고 P병원 의료진이 CT 및 MRI 검사 결과를 원고 A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 O병원 및 피고 P병원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O병원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요관을 결찰했다거나 수술 후 적절한 진단 및 처치를 하지 않은 진료상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질 분비물 증상 발생 시기, CT 및 MRI 검사 결과, 신장 기능 수치, 요관 손상 원인 불명확성, 질염 등 다른 질 분비물 원인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또한 O병원의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수술 동의서에 인접 장기 손상 가능성이 기재되어 있었고, 특정 장기 손상 가능성을 강조한 것은 해당 장기의 손상 빈도 때문으로 보여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보았습니다. O병원의 지도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질 분비물의 다양한 원인, 이미 요관 손상 가능성을 설명한 점, 그리고 의료진이 후속 진료를 안내했음에도 원고 A이 다시 내원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도설명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P병원의 진료상 과실 주장에 대해서는 P병원 의료진이 원고 A의 증상에 대해 합당한 임상 및 영상 검사를 시행했고, 영상 검사만으로 요관 누공이나 협착을 직접 진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전문심리위원의 의견 등을 종합하여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P병원의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진료기록부에 검사 결과가 기재되어 있고, 당시 최종 진단이 내려진 상황이 아니었음을 고려할 때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어떠한 과실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인의 '주의의무', '설명의무', 그리고 '지도설명의무'가 핵심적인 법리로 적용되었습니다.
1. 의료인의 주의의무 (대법원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 등 참조):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맞춰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의료행위 당시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되며, 통상적으로 알려진 의학 상식을 뜻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O병원 의료진이 수술 중 요관을 결찰하는 과실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수술 후 질 분비물 증상의 시기, CT 및 MRI 검사 결과가 즉시 악화되지 않은 점, 신장 수치가 한동안 정상이었던 점, 요관 손상의 정확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즉, 특정 합병증이 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의료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는 없으며, 과실을 인정할 만큼의 명확한 개연성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적용된 것입니다.
2. 의료인의 설명의무 (대법원 1995. 1. 20. 선고 94다3421 판결 등 참조): 의사가 수술과 같이 환자의 신체에 침습을 가하는 의료행위를 할 경우,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 필요성, 그리고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치료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합병증이나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이라면 설명 대상이 됩니다. 이 사건에서 O병원은 수술 동의서에 '수술 시 인접 장기(요관, 방광 등)의 손상 및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고, 특정 장기 부분에 동그라미 표시 등을 통해 강조한 점을 고려하여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동의서에 요관 손상이 명시되어 있었으므로, 추가적인 강조 표시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3. 의료인의 지도설명의무 (의료법 제24조 및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7다70445 판결 참조): 의료인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가 종료된 후에도 환자가 예견되는 위험을 피하고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요양 방법이나 필요한 사항을 지도설명하는 데까지 미칩니다. 후유증 발생 가능성이 작더라도 중대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면 예방 및 대처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O병원이 수술 후 질 분비물 발생 시 요관 손상 가능성을 고려한 검사를 받으라고 지도설명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질 분비물이 자궁경부 원형결찰술 후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고, 질염 등 다른 원인도 있었던 점, 그리고 O병원 의료진이 이미 요관 손상 가능성을 설명했으며, 환자가 추가 진료 안내에 따르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지도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의료 시술이나 수술 전에는 의료진에게 예상되는 부작용이나 합병증에 대해 충분히 질문하고 설명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술 동의서의 내용은 단지 형식적인 문구가 아니라 환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정보이므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추가 설명을 요청해야 합니다. 수술 후 평소와 다른 이상 증상이나 불편함이 지속될 경우, 진료받았던 의료기관에 즉시 내원하여 다시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의사가 후속 진료를 권유하거나 경과 관찰을 지시한 경우에는 반드시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복잡하거나 원인을 알기 어려운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여러 의료기관의 진료 기록과 영상 자료를 비교 분석하거나 다른 전문의의 의견을 구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의료 분쟁 발생 시, 의료감정원의 감정 결과나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은 법원의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객관적인 의료 정보와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