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원고 A는 부친 고 B가 진폐증으로 사망하였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진폐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공단은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고인의 진폐증이 경미했고 다른 기저질환 및 노환으로 인한 폐렴이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고 B는 1985년 1월 6일부터 1990년 4월 11일까지 약 5년 3개월간 분진작업을 수행했으며 2005년 3월 7일 진폐증(병형 1/0)과 원발성 폐암 진단을 받고 요양했습니다. 이후 당뇨병, 뇌경색증, 고혈압, 치매 등 여러 만성 질환으로 치료를 받다가 2022년 6월 11일 폐렴을 직접 사인으로 만 78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고인의 아들인 원고 A는 근로복지공단에 진폐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2023년 4월 6일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 A는 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진폐증으로 진단받은 근로자의 사망이 진폐증 또는 그 합병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 진폐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피고 근로복지공단의 진폐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원은 고인의 진폐증 병형이 1/0으로 가벼웠고 사망 약 1년 전과 20일 전의 흉부 검사에서도 악화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2005년 진단받은 원발성 폐암은 2007년경 수술로 완치되어 사망 시까지 15년간 재발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고인은 사망 당시 만 78세였고 당뇨병, 뇌경색증, 고혈압, 전립선증식증,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고혈압성 심장병, 치매 등 여러 만성 소모성 질환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기저질환과 노령으로 인한 기초 체력 및 면역력 저하가 폐렴 발생 및 악화의 주된 원인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진폐증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가 지급되는지 여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률에 따라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받기 위해서는 업무상 질병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상당인과관계에 대해 업무상 질병이 사망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더라도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면 충분하다고 보지만, 업무상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나 기존 질병에 의한 사망 시기를 앞당겼거나 그 증상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음이 의학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즉 단순히 진폐증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유족급여가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진폐증이 고인의 사망에 직접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미쳤음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고인의 진폐증이 경미했고 폐렴과 같은 다른 질환 및 노령이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판단되어 진폐증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유족급여 지급 여부는 질병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때 단순히 질병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질병이 사망의 주된 원인 또는 적어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음이 의학적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고인의 질병 경중도, 다른 기저질환의 유무 및 그 질환이 사망에 미친 영향, 사망 직전까지의 질병 진행 양상 등 모든 의학적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과관계를 판단합니다. 특히 노령으로 인한 자연적인 퇴행성 변화나 기존에 앓던 만성 질환이 사망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과의 인과관계 입증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의료 기록, 진료 기록 감정 결과 등 객관적인 의학적 증거 확보가 인과관계 입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