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망 A는 D 주식회사 반도체사업부에서 설비엔지니어로 약 1년 8개월간 근무하다 퇴사 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망 A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불승인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망 A의 소송수계인인 어머니 B는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망 A의 업무와 백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여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망 A는 2014년 7월 8일부터 2016년 3월 23일까지 약 1년 8개월간 D 주식회사 반도체사업부 17라인에서 건식 식각 공정 설비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주요 업무는 웨이퍼 가공 공정 설비를 배치하고 조율하는 SET-UP 업무, 건식식각 공정 설비 내부의 챔버를 세정하고 부품을 교체하는 PM 업무, 사후정비 BM 업무였습니다. 근무 형태는 초기 4개월 주간 근무 후 퇴사 시까지 3주 3교대 근무(06:0014:00, 14:0022:00, 22:00~06:00)와 1주 주간 근무를 번갈아 수행했으며 퇴사 무렵 1주 평균 60시간의 과중한 근로를 했습니다. 망 A는 Main-FaB(클린룸 지상층)과 그 하부의 SuB-FaB(CSF, FSF)에 수시로 출입하며 웨이퍼 가공 공정에서 사용되거나 생성되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염화수소, 불화수소 등 다양한 유해화학물질과 이온주입 공정에서 발생하는 전리방사선 그리고 극저주파 전자기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특히 PM/BM 업무 중에는 IPA(이소프로필알콜)를 이용한 챔버 세척, 가스 라인 및 RF 제너레이터 부품 교체 등으로 유해물질에 직접 노출될 수 있었고 전력 설비가 밀집된 SuB-FaB 출입으로 높은 수준의 극저주파 자기장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망 A는 만 31세 무렵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으며 백혈병과 관련된 유전적 소인, 병력이나 가족력은 없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망 A가 근무한 기간이 짧고 유해인자 노출 수준이 이전보다 개선되었다는 이유로 추가적인 전문 조사를 하지 않고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내렸습니다.
반도체 공장 설비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유해물질, 극저주파 자기장, 과로 및 교대근무 등에 노출된 것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병 또는 악화의 업무상 인과관계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이 망 A에게 2021년 10월 20일 한 요양급여 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망 A가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유해화학물질, 극저주파 자기장, 과로 및 교대근무 등 여러 유해요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고 이러한 요소들이 망 A의 체질 등 다른 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발병시키거나 촉진했을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특히 첨단산업 분야에서 발병 원인 규명이 어려운 희귀 질환의 경우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조사 미흡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유리한 간접 사실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 이 조항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법원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될 필요는 없으며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해석합니다. 즉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건강 상태, 질병 원인, 작업장 유해 물질 존재 여부, 근무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추론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첨단 산업의 특성상 발병 원인 규명이 어려운 경우에도 인과관계를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되며 사업주의 협조 거부 등으로 유해 요소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 사실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또한 여러 유해 요소의 복합적·누적적 작용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직업성 암의 인정 기준): 이 시행령은 특정 유해 물질에 노출된 경우 발생하는 직업성 암의 인정 기준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0.5ppm 이상 농도의 벤젠에 노출된 후 6개월 이상 경과하여 발생한 급성·만성 골수성 백혈병 등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이 근무했던 반도체 공정에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들이 사용되거나 생성될 높은 개연성이 있었음이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비록 노출 농도가 허용 기준 미만이었다 하더라도 여러 유해인자에 복합적으로 노출되거나 장시간 근무하는 경우 유해성이 증가할 가능성, 순간적인 고농도 노출 가능성, 개인적 소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가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첨단 산업 분야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하며 불확실한 위험에 대한 보상을 통해 산업 발전을 장려하는 기능이 인과관계 판단에 규범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첨단 산업 현장이나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은 발병 원인 규명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업무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가 쉽게 부정되지 않습니다. 근로자의 질병이 희귀 질환이거나 해당 산업군에서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우, 인과관계 인정에 유리한 간접 사실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작업 환경에 여러 유해 물질이나 유해 요소가 존재한다면, 개별 요인들이 복합적이고 누적적으로 작용하여 질병 발병이나 악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사업주가 작업 환경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관련 행정 기관의 조사 거부 또는 지연 등으로 유해 요소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을 때에도 이는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 사실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직무상 과로와 교대근무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 또한 면역력 저하를 통해 질병 발병 및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근무 기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유해 물질 노출 정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실제 작업 내용과 노출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