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 갈등 조장과 지시 불이행으로 해고된 인사 임원 사건

독일 본사의 한국 법인에서 인사 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던 원고 A는 대표이사의 지시 불이행, 인사팀장의 권한 임의 정지, 대표이사 사임 관련 부적절한 발언, 내부 감사 및 징계 절차 방해 등 여러 징계 사유로 인해 2019년 8월 13일 징계 해고되었습니다. 원고 A는 이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역시 기각되었습니다. 이에 불복하여 원고 A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법원은 원고 A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회사의 징계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B 주식회사의 인사 담당 임원으로, 독일 본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사 담당 매니저 직위도 겸임했던 인물.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
•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원고 A의 부당해고 구제 재심 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B 주식회사: 독일 기업 D의 한국 법인으로 가정용 및 산업용 펌프 제조업을 하는 회사. 원고 A를 징계 해고한 회사.
• E 전무: B 주식회사의 전무로, 매출실적 허위보고 등 비위 행위로 인해 징계 절차에 회부되었던 인물. 원고 A는 E 전무의 징계 절차를 방해하려 했다는 징계 사유가 적용됨.
• F 대표이사: B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원고 A에게 여러 업무 지시를 내린 인물. 원고 A의 지시 불이행 및 유언비어 유포와 관련된 징계 사유의 대상이 됨.
• G 인사팀장: 원고 A의 지휘 하에 있던 B 주식회사 인사팀장. 원고 A에 의해 권한이 정지되거나 질책받았으며, E 전무의 징계 관련 업무를 수행했음.

분쟁 상황

B 주식회사의 인사 담당 임원이었던 원고 A는 내부 감사 과정에서 E 전무의 매출실적 허위보고 비위가 드러나자, 대표이사 F의 E 전무 징계 관련 지시에 불응하고, 오히려 E 전무의 비위 조사에 개입하여 절차를 방해하려 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지휘 아래 있던 G 인사팀장의 권한을 임의로 정지시키고 정당한 업무 출장을 방해하며 질책했으며, 대표이사의 사임에 관한 유언비어를 사내에 유포하는 등 여러 차례 사내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대표이사에 대한 불복종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에 회사는 2019년 8월 13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 A를 징계 해고했습니다. 원고 A는 이 해고가 부당하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 및 재심 신청을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최종적으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고 A에 대한 징계 절차가 적법했는지 여부 (회사가 수집한 이메일 자료의 위법성, 재심 절차 통지 누락 여부).
2. 원고 A에게 적용된 징계 사유들 (음해성 메일 발송, 인사팀장 권한 정지, 대표이사 사임 관련 부적절 발언, E 전무 비위 조사 방해 및 G 인사팀장 질책, 대표이사 지시 불이행 등)이 실제로 존재하며 정당한지 여부.
3. 이 사건 해고가 회사의 징계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 (해고의 사회 통념상 타당성).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 A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1. 징계 절차의 적법성: 회사가 원고 A의 회사 계정 이메일을 징계 자료로 사용한 것은 회사의 소유 문서를 활용한 것이므로 원고의 사생활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임원인사규정의 적용을 받는데 해당 규정에 징계 재심 절차 규정이 없으므로, 회사 측이 재심 통지를 하지 않은 것이 절차상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 징계 사유의 존재 여부: 법원은 이 사건 제1 내지 5 징계 사유가 모두 정당한 징계 사유로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원고 A가 시간적으로 밀접한 시점에 G 인사팀장에게 대표이사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하고, 대표이사에게 G을 믿지 말라는 이메일을 보낸 것은 상호 간의 신뢰를 저하시키려는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G 인사팀장의 권한을 임의로 정지하고 업무에서 배제한 행위는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징계 사유로 보았으며, 대표이사 사임 관련 부적절한 발언도 인정했습니다. E 전무 비위 조사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G 인사팀장의 정당한 출장을 방해, 질책하며, E 전무에 대한 출석통보서 내용을 수정하도록 지시한 행위도 징계 사유로 인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표이사의 정당한 업무 지시를 합리적 이유 없이 거부하고 임원들이 보는 형태로 대표이사에게 불복종하는 이메일을 보낸 행위도 징계 사유로 보았습니다.
3. 징계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법원은 원고 A가 참가인의 인사 부문 임원으로서 높은 직업윤리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의 지시에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불응하고, 임의로 하급 직원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등 사내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E 전무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방해하고 대표이사에 대한 유언비어를 유포하여 회사의 경영질서와 위계질서가 크게 훼손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독일 본사에서도 원고와의 신뢰관계가 훼손되었다는 판단 하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해고는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원고 A가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 비용은 원고 A가 모두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근로기준법 제23조 (해고 등의 제한)​: 사용자는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 A의 여러 비위 행위가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는지가 주요 쟁점이었으며, 법원은 원고의 행위들이 고용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당한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징계 재량권의 일탈·남용 원칙: 징계 처분이 위법하다고 인정되려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여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경우여야 합니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례에서 직무의 특성, 징계 사유의 내용과 성질, 기업 질서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한 경우에만 징계권 남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21962 판결,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 A가 고위 임원으로서 저지른 비위 행위가 회사의 경영 질서와 위계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으므로 해고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징계 절차 관련 법리: 취업규칙이나 회사의 인사규정에 징계 관련 절차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징계 처분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1992. 10. 9. 선고 91다14406 판결 취지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 A가 적용받는 임원인사규정에 징계 재심 절차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회사가 원고에게 재심 통지를 하지 않은 것이 절차상 하자가 아니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문제 상황에서 이 판례를 참고할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회사 이메일 사용의 유의점: 회사에서 제공하는 이메일 계정은 회사의 자산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주고받은 내용은 징계 절차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사적인 내용이라도 회사 계정을 이용했다면 사생활 침해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임원의 높은 책임감: 임원과 같이 회사의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직원은 일반 직원보다 높은 직업윤리와 회사 지시에 대한 충실 의무가 요구됩니다. 대표이사의 정당한 업무 지시를 공개적으로 거부하거나 사내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는 매우 중대한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 내부 분쟁 조장 및 방해 금지: 특히 인사 담당 임원이 회사 내부의 갈등을 조장하거나 다른 직원의 비위 조사 및 징계 절차에 부당하게 개입하여 방해하는 행위는 회사의 경영 질서와 위계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는 고용 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의 중대한 사유로 인정되어 해고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 내부 규정 확인: 징계 절차의 적법성 판단 시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이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만약 해당 규정에 재심 절차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회사가 그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고 하여 징계가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징계 양정의 종합적 고려: 징계의 수위가 적정한지 판단할 때는 해당 직원의 직위, 담당 업무의 내용, 비위 행위의 동기와 경위, 기업 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 근무 태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됩니다. 고위 임원의 경우 그 행동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더욱 엄중하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