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한 고등학교 교사가 성희롱 발언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학교법인으로부터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습니다. 교사는 이에 불복하여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다시 법원에 징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여러 징계 사유 중 상당수는 인정하기 어렵고, 인정된 일부 사유도 교육적 의도에서 비롯된 부분이 있어 징계 수위가 과도하다고 판단하여, 정직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2018년 7월 E고등학교에서 일부 교사들의 성희롱적 발언 제보가 들어오자 학교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경찰에 통보했습니다. 학교법인 B는 2018년 8월 10일 원고 교사 A에게 1차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으나, 교사 A는 소청심사를 통해 2018년 11월 7일 직위해제 취소 결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경찰이 교사 A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개시를 통보하자 학교법인은 2018년 9월 18일 다시 2차 직위해제 처분을 했습니다. 검찰은 2019년 2월 11일 성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불기소처분을, 아동학대법 위반 혐의 중 일부는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나머지는 공소를 제기했습니다. 광주광역시 교육감은 교사 A에 대한 중징계(파면)를 요구했으나, 2019년 9월 27일 법원에서 아동학대법 위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어 확정되었습니다.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학교법인은 2019년 10월 이사회에서 중징계를 요구했고, 교원징계위원회는 2019년 11월 4일 교사 A에게 정직 3개월을 의결했습니다. 교육감이 재심의를 요구했으나 징계위원회는 기존의 정직 3개월을 재의결하였고, 학교법인은 2019년 12월 6일 교사 A에게 2020년 1월 1일자 정직 3개월 처분을 통지했습니다. 교사 A는 2020년 1월 6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징계 취소를 청구했지만, 2020년 4월 8일 심사위원회는 일부 사유는 인정되지 않으나 대부분의 사유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교사 A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에 교사 A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교사의 특정 언행이 성희롱에 해당하거나 교원으로서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학교법인이 내린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이 과도하여 재량권을 벗어나거나 남용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원고 A에 대하여 정직 3개월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한 결정을 취소한다고 선고했습니다. 이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이 잘못되었고, 교사 A에 대한 정직 3개월 징계가 과도했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1/3, 피고 및 피고 보조참가인이 나머지 2/3를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교사 A에 대한 정직 3개월 처분 결정이 여러 징계 사유 중 상당수가 인정되지 않거나 교육적 의도에 참작할 부분이 있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기각 결정을 취소하고, 결과적으로 교사 A의 징계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본 판결은 성희롱 및 교원의 품위유지 의무와 관련된 여러 법리와 법령을 적용했습니다.
1. 성희롱의 정의 및 판단 기준 (대법원 2018두74702 판결 등) 성희롱은 반드시 행위자의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나 고용 관계 등에서 지위를 이용하거나 관련하여 성적 언동이나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성적 언동'은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판결은 교사의 '가슴이 없어서 아무런 느낌이 나지 않았다'는 발언, '섬에서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여자들 같다'는 발언, '난 여자가 처음이라고 하는 말은 안 믿는다'는 발언, '선생님 꼬시냐?'는 발언, '섹시하다'는 발언, '치마 왜 줄이냐? 봐 달라는 거 아니냐?'며 다리 쪽을 훑어보는 언행, '몸매 보여주려고 그렇게 드러나는 옷 입고 왔냐?'는 발언, '변녀'라는 발언, '여자 생리 태우는 것을 보았다'는 발언, '남자 바람 피우는 게 뭐가 문제냐. 나는 성매매를 떳떳하게 생각한다'는 발언 등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2.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 및 증명의 정도 (대법원 2018두74702 판결 참조) 성추행 또는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해당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여기서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와 학교법인)에게 있습니다. 사실의 증명은 자연과학적 증명처럼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3. 성인지 감수성 (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및 대법원 판례 참조)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을 심리할 때에는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성폭력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피해 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거나 진술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4. 교원의 품위유지 의무 (사립학교법 제55조 제1항, 국가공무원법 제63조, 대법원 2019두48684 판결 등) 사립학교 교원은 국가공무원법 제63조에 따라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교원은 미래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할 학생들을 교육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므로, 일반 직업인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됩니다. '품위'란 국민에 대한 교육자로서 직책을 수행하기에 손색이 없는 인품을 의미하며, 교원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의무를 말합니다. 어떠한 행위가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평균적인 교원을 기준으로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판결은 '치마가 짧다며 고개를 숙이며 '다 보인다'는 발언', '몸매가 다 망가졌다. 언제 살 뺄래?'는 발언, '성소수자가 이해 안 된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발언 등이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5.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2019. 3. 18. 교육부령 제178호 개정 전) 이 규칙은 품위유지 의무 위반 유형(성희롱, 그 밖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에 따라 비위의 정도(심함/약함)와 고의/중과실/경과실 여부에 따른 징계 기준(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정직 3개월 처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적용되었습니다.
6. 징계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 기준 (대법원 2013두16107 판결 등) 징계 처분은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속하지만, 그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법합니다. 직무 특성, 비위 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 목적 및 수반되는 여러 사정 등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판단합니다. 법원은 인정된 징계 사유들의 경위에 참작할 바가 있는 점 등을 들어 징계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성희롱 판단은 행위자의 성적인 의도 유무뿐 아니라,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인지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교사라는 직업의 특수성상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일반 직업인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며,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를 유지할 의무가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징계 처분의 적정성을 다툴 때는 징계 사유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명확한 증거로 다투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징계 양정이 비위 사실의 내용, 동기, 정황, 징계로 이루고자 하는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과도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것인지 주장해야 합니다. 성희롱 관련 소송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피해 사실을 즉시 알리지 못하거나 진술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여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됩니다. 형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더라도, 징계 절차는 별개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형사상 무죄가 징계 사유 불인정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징계 처분의 적정성 판단에는 중요한 고려사항이 됩니다. 만약 교육적 의도에서 비롯된 행동이더라도 부주의하거나 과도한 언행으로 인해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하거나 성희롱으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교사는 학생 지도 시 신중한 태도와 적절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