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사단법인 A는 국방부와 원가계산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에 따라 품목들의 원가를 산정하여 제출했지만 엑셀 프로그램 사용 중의 실수와 순환 오류로 인해 12개 품목 모두의 원가가 잘못 산정되었습니다. 이 오류로 국가에 3,060,359원의 손해가 발생했고 원고는 이 금액을 배상했습니다. 이에 피고 국방부장관은 원고에게 45일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이 절차적으로 위법하고 실체적으로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단법인 A는 국방부와 1억 9,860만 3천 원 상당의 원가계산용역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 특수조건에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원가계산을 부적정하게 할 경우 국가계약법에 따른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2017년 4월에 12개 품목에 대한 최초 원가산정 결과를 통보했는데, 엑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에서 '포장재료비'를 잘못 링크하고 '간접경비 산출표'에서 순환 오류를 범하여 모든 원가 항목이 잘못 산출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국가에 3,060,359원의 손해가 발생했고 원고는 2018년 6월에 이를 배상했습니다. 이후 국방부장관은 2018년 10월 26일에 원고에게 45일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행정절차법상의 이유 제시 의무나 처분 가능 기간을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에게 국가계약법에서 정한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그리고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라는 제재가 필요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의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하거나 일탈한 위법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국방부장관이 사단법인 A에 대해 내린 45일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절차적 위법 주장에 대해 처분서에 일부 잘못된 법령이 기재되었으나 원고가 처분 과정 전반을 통해 처분 사유를 충분히 인지했으므로 이유 제시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즉시'나 '지체없이'라는 규정은 확정적인 처분 가능 기간이 아니며 법률이 정한 처분시효 내에 처분이 이루어졌으므로 기간 도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실체적 위법 주장에 대해 원고의 원가산정 오류는 12개 품목에 걸쳐 반복되었고 상식적으로 과다한 수치가 산정되는 등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어도 오류를 충분히 알 수 있었으므로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군수물자에 대한 원가산정 오류는 군 전투력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제재의 필요성도 인정했습니다. 셋째,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대해 피고의 처분은 관련 법규상의 처분기준(3개월)보다 감경된 45일 처분이며 원고의 중대한 과실과 군수물자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주로 행정절차법과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의 여러 조항들이 적용되었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및 시행령 제14조의2: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합니다. 이때 원인이 되는 사실과 근거 법령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지만, 당사자가 처분 사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 다소 포괄적인 이유 제시도 위법하지 않다고 봅니다.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8호 나목 및 구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2호 나목: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원가계산금액을 적정하게 산정하지 아니한 자'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은 원가계산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통상적인 주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주의만 기울였어도 잘못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구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2항 및 시행규칙 제77조 제1항: 부정당업자에 대해 '즉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거나 '지체없이'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법원은 이러한 문구가 확정적인 처분 가능 기간을 정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신 행정청이 해당 사유를 인지한 날로부터 가급적 빨리 처분하여 계약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해석합니다.
국가계약법 제27조 제4항: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 또는 7년의 처분 시효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및 별표 2: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의 개별 기준과 일반 기준을 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에서는 원가산정 부적정에 대한 처분 기준 3개월에서 최대 1/2까지 감경할 수 있는 규정이 적용되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처분 기준이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이지만, 기준이 불합리하거나 처분이 현저히 부당하지 않는 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보지 않습니다. 또한 재량권 일탈·남용에 대한 증명 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국가 계약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할 때에는 다음 사항들을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원가계산과 같이 중요한 업무는 사소한 프로그램 운용 실수나 단순한 계산 착오도 '중대한 과실'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최종 결과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검수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은 수치가 산출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국가와의 계약 시에는 계약 내용과 특수조건에 명시된 제재 규정을 미리 숙지하고 준수해야 합니다. 부실한 계약 이행은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입찰자격 제한과 같은 행정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행정기관의 처분에 대한 이유 제시가 다소 포괄적이거나 일부 잘못된 법조항이 기재되었더라도, 처분 과정 전반을 통해 당사자가 처분의 근거와 사유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면 절차적 위법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넷째, 법률에 명시된 '즉시'나 '지체없이' 같은 문구가 항상 확정적인 처분 가능 기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처분은 해당 법률이 정한 전체 처분 시효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다섯째, 행정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는 위반행위의 내용, 공익 목적, 개인의 불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며, 내부 처분 기준보다 가볍게 이루어진 처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군수품과 같이 국가 안보 및 공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의 계약은 더욱 엄격한 책임이 요구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