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의 용도 폐지 국유지 무단 점유 사용 변상금 부과 사건

한국도로공사는 고속국도 관리청으로부터 국유재산의 관리·처분 업무를 위탁받아 강릉시 D 토지 및 K 토지를 1975년경과 1990년경부터 각각 고속국도 관련 시설 부지 등으로 사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토지들은 2003년과 2005년에 도로구역 지정이 해제되었고 2012년과 2014년에 기획재정부장관에 의해 용도 폐지되어 일반재산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도로공사는 피고(한국자산관리공사)와 대부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해당 토지 위의 건물을 물류창고 등으로 임대하여 사용함으로써 무단 점유·사용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이에 한국자산관리공사는 한국도로공사에 2012년 10월 11일부터 2017년 10월 10일까지의 기간에 대한 변상금 총 5억 4,979만 8,820원을 부과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 변상금 부과 처분이 무효이거나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한국도로공사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한국도로공사 (고속국도 국유재산의 관리·처분 사무를 위탁받은 법인)
• 피고: 한국자산관리공사 (용도 폐지되어 기획재정부장관에 인계된 일반재산의 관리·처분 사무를 위탁받은 법인)

분쟁 상황

한국도로공사는 과거 고속국도 건설 및 관리를 위해 취득하여 사용하던 토지에 대해 국유재산법상 용도 폐지 및 재산 유형 변경이 이루어졌음에도, 계속해서 해당 토지 위의 건물을 소유하고 타사에 임대하여 사용했습니다. 이에 국유재산의 관리·처분 권한을 가진 한국자산관리공사가 한국도로공사의 사용을 '무단 점유'로 판단하여 변상금을 부과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자신이 토지의 실질적 소유자이거나 취득시효가 완성되었고, 적법한 점유·사용 권한이 있으며, 용도폐지 처분 과정 및 변상금 부과에 절차적·실체적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법적 다툼을 벌였습니다.

핵심 쟁점

1. 이 사건 토지가 한국도로공사가 국가에 명의신탁한 한국도로공사 소유의 토지인지 여부.
2. 한국도로공사가 이 사건 토지를 20년 이상 점유하여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
3. 한국도로공사가 이 사건 토지를 점유·사용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
4. 기획재정부장관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용도폐지 처분이 위법한지 여부 (특히 교통시설특별회계 재산인지, 의견 제출 기회 부족 및 확약 위반,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 여부).
5. 변상금 부과 대상 기간 중 일부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
6. 한국도로공사가 실제 점유하지 않은 부분에 변상금을 부과한 위법이 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한국도로공사가 제기한 변상금 부과처분 무효 확인 청구 및 예비적 청구(처분 취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인 한국도로공사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한국도로공사의 주장을 다음의 이유로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 명의신탁 주장 불인정: 등기부상 '국(관리청 건설부)'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가 마쳐졌고, 관련 매도증서에도 매수인이 '국'으로 명시되어 있으며, 명의신탁 약정의 존재를 입증할 처분 문서가 없으므로 한국도로공사가 이 사건 토지의 실질 소유자라고 볼 수 없습니다.
2. 취득시효 완성 주장 불인정: 이 사건 토지는 국 명의로 소유권 취득 직후부터 도로구역 결정 고시가 있었고, 도로관리사업소 등 도로의 부속물 설치 목적으로 사용된 행정재산이었으므로, 국유재산법에 따라 시효취득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용도 폐지 이후 일반재산으로 전환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시점에서 20년의 취득시효 기간이 도과했다는 증거가 부족합니다.
3. 점유·사용 권한 주장 불인정: 한국도로공사가 취득한 재산으로 볼 수 없으며, 이 사건 토지는 이미 도로구역 해제 결정이 있었으므로 '고속국도'나 '도로구역'에 해당하지 않아 도로법상 물류시설 설치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2010년 이후에도 한국도로공사가 관리사무를 위탁받아 점유·사용할 권한이 있었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4. 용도폐지 위법 주장 불인정: 이 사건 토지는 교통시설특별회계가 아닌 일반회계에 속하는 국유재산으로 판단되므로, 2011년 개정된 국유재산법에 따라 총괄청(기획재정부장관)이 관리·처분 권한을 가집니다. 용도폐지 절차 시 소관 중앙관서의 장 및 재산관리기관에 의견제출 기회가 제공되었으므로 원고에게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은 절차적 위법은 없으며, 총괄청이 원고에게 토지사용권을 허용한다는 확약을 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습니다.
5. 신뢰보호/신의성실 원칙 위반 주장 불인정: 국가기관이 장기간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고 무단 점유를 방치한 것만으로는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 표명으로 보기 어려우며, 총괄청이 장기간 관리·처분을 해태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6. 소멸시효 완성 주장 불인정 (납부로 인한 포기)​: 피고의 변상금 부과권은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부과 처분일로부터 5년을 역산한 기간 중 일부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나, 한국도로공사가 2018년 1월 4일 변상금을 자진 납부함으로써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7. 미점유 부분 변상금 부과 주장 불인정: 이 사건 토지 위에 한국도로공사 소유의 건물들이 위치하며 주차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고, 건물의 소유자가 그 건물 부지를 점유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한국도로공사가 실제 점유하지 않은 부분에 변상금이 부과되었다는 주장은 이유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법원은 한국도로공사의 변상금 부과처분 무효 확인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국유재산법 제72조 (변상금)​: 국유재산을 무단으로 점유하거나 사용·수익한 자에게는 사용료의 100분의 120에 해당하는 변상금을 징수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한국도로공사의 토지 사용이 '무단 점유'로 판단되어 변상금이 부과된 근거 조항입니다.
2. 국유재산법 제7조 (국유재산의 보호)​: 행정재산은 민법 제245조에 따른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이 사건 토지가 과거 행정재산이었던 기간 동안에는 한국도로공사가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없었습니다.
3. 국유재산법 제8조 (총괄청과 중앙관서의 장의 국유재산 관리)​: 2011년 국유재산법 개정으로 일반회계에 속하는 행정재산과 일반재산 모두 총괄청(기획재정부장관)이 관리·처분 권한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과거 중앙관서의 장(국토교통부장관)이 관리하던 국유재산의 관리체계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4. 국유재산법 제22조 (용도폐지)​: 총괄청은 중앙관서의 장에게 행정재산의 용도폐지를 요구하고 불이행 시 직권으로 용도폐지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관 중앙관서의 장에게는 의견 제출 기회를 주어야 하지만, 직접 점유자인 원고에게 개별적인 의견 제출 기회를 줄 법적 의무는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5. 국유재산법 제73조의3 및 국가재정법 제96조 (소멸시효)​: 국유재산 관련 국가의 금전 급부 권리는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 완성으로 소멸합니다. 다만, 국가재정법상 '납입 고지'는 시효 중단의 효력이 있으나, 변상금 부과 '사전 통지'는 확정적인 금전 지급 요청이 아니므로 시효 중단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또한,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채무를 변제하면 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6. 신뢰보호의 원칙: 행정청이 개인에게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 표명을 하고, 개인이 그를 신뢰하여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그 이익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단순히 국가기관이 장기간 무단 점유를 방치한 것만으로는 변상금 부과를 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확약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7. 점유의 개념: '점유'는 사회관념상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보이는 객관적 관계를 의미합니다. 물건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과 사람의 시간적, 공간적 관계, 본권 관계, 타인 지배 배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토지 위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 건물 부지도 건물 소유자가 점유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법리가 이 사건에 적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국유재산의 용도 폐지 및 재산 유형 변경(행정재산에서 일반재산으로)은 소유권 및 관리·처분 권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관련 법령의 변경 사항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본인 소유 또는 관리 재산의 유형을 명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2. 국유재산에 대한 명의신탁이나 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하려면 등기부상 소유자 외에 자신이 실질적 소유자임을 입증할 명확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행정재산은 취득시효 대상이 아니므로, 과거 해당 재산의 용도 및 용도 폐지 시점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국유재산 관리 위탁 계약은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위탁 기간 만료 시에는 새로운 계약 체결, 권한 반납 또는 재산 매입 등 적법한 후속 조치를 취하여 무단 점유로 인한 변상금 부과를 피해야 합니다.
4. 변상금 부과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처분 과정의 절차적 적법성(특히 의견 제출 기회 부여 여부)을 면밀히 검토하고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후라도 변상금을 자진 납부하면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니 신중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5. 국유재산 점유·사용 시, 토지 위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면 해당 건물 부지 역시 건물 소유자가 점유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점유 면적 및 용도를 명확히 관리하고, 필요시 관련 국유재산 관리 기관과 사전에 협의하여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