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A 주식회사는 12년 넘게 경리·서무 업무를 담당하던 지원직 근로자 B씨를 다른 사업소의 접수 업무로 발령했습니다. B씨는 이 전직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전직이 부당하다고 판정했습니다. 이에 A주식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이 위법하다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주식회사의 손을 들어주며 재심 판정을 취소했습니다.
근로자 B씨는 2003년 A 주식회사에 지원직으로 입사한 후 약 12년간 E휘트니스센터에서 경리·서무 등 사무직에 해당하는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2015년 3월 5일, A 주식회사는 B씨를 2015년 4월 1일부로 일반시설관리팀 신길사업소의 접수 업무로 발령했습니다. 이에 B씨는 해당 직무 변경이 부당하다며 2015년 6월 8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고, '업무상 필요성 인정 안 됨, 생활상 불이익 큼, 협의 절차 미준수'를 이유로 신청이 받아들여졌습니다. A 주식회사가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했으나, 2015년 11월 25일 동일한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직무 변경(전직)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직무 변경의 업무상 필요성, 근로자가 겪는 생활상의 불이익 정도, 그리고 근로자와의 협의 절차 준수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특히 B씨가 오랫동안 사무직에 해당하는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공식적으로는 지원직이었던 상황에서, 회사가 B씨를 지원직 업무로 발령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가 핵심이었습니다.
법원은 중앙노동위원회가 2015년 11월 25일에 내린 부당 전직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했습니다. 이는 A 주식회사의 직무 변경이 정당한 인사권 행사였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원은 A 주식회사의 B씨에 대한 직무 변경이 회사의 정당한 인사권 범위 내에 속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B씨가 지원직으로 채용되었고 회사는 직군 변경 요청을 지속적으로 거부했으므로, B씨가 사실상 사무직이었다거나 회사가 사무직 신뢰를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K 사업 인수 후 회계 인력 부족과 신길사업소의 경영 악화로 인한 인건비 절감 필요성, 그리고 상급 기관의 직군에 맞는 인력 운영 요구 등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었습니다. 셋째, B씨의 출퇴근 시간이 다소 늘고 3교대 근무를 하게 되었지만, 급여 감소가 없고 다른 직원들도 유사한 직무 변경을 겪은 사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로 인한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히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록 회사와 B씨 사이에 성실한 협의 절차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성 요건이 충족되면 그 절차 미비만으로 직무 변경이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직무 변경(전직)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 확립된 기준이 적용됩니다. 이는 ▲직무 변경의 업무상 필요성, ▲근로자가 겪는 생활상의 불이익, ▲직무 변경 과정에서의 협의 절차 준수 여부를 종합적으로 비교하여 판단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업무상의 필요성은 단순히 인력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을 넘어, 노동력의 적정 배치, 업무 효율 증진, 직장 질서 유지 등 다양한 사정을 포함합니다.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은 직무 변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출퇴근 어려움, 업무 강도 변화, 임금 감소 등을 의미하지만, 이러한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정당한 인사권 행사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협의 절차는 정당성 판단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직무 변경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 판결은 대법원 1991. 7. 12. 선고 91다12752 판결, 1996. 4. 12. 선고 957130 판결, 1997. 7. 22. 선고 97다18165, 18172 판결 등의 법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회사가 직무 변경을 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직무 변경의 업무상 필요성을 명확히 하고 관련 자료를 충분히 마련해야 합니다. 사업 확장, 축소, 재편, 경영 개선 노력, 상급 기관의 지시 등 다양한 상황이 업무상 필요성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둘째, 직무 변경으로 인해 근로자가 겪을 수 있는 불이익의 정도를 미리 파악해야 합니다. 출퇴근 시간 증가, 근무 형태 변경 등이 불이익이 될 수 있지만, 그 정도가 '통상적으로 감수할 수준을 현저히 넘어선' 것이 아니면 정당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셋째, 근로자의 직군과 실제 수행 업무가 장기간 일치하지 않았을 경우, 회사는 직제 개편이나 인력 운영의 합리화를 위해 직군에 맞는 업무 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의 이전 직무 경력이 새 직무와 완전히 다르다고 할지라도, 회사의 경영상 필요가 더 크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록 법원에서 협의 절차 미준수가 무조건 전직을 무효로 만들지는 않는다고 보지만, 근로자와 사전에 충분히 소통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은 분쟁을 예방하고 회사와 근로자 간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