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수도권 전철과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가 국토교통부장관의 수도권 연락운송 운임수입 배분 결정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습니다. 원고들은 배분 결정의 근거가 된 연구 용역 결과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해당 결정이 적법하며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수도권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은 각자의 노선을 운영하지만, 승객들은 환승 시스템을 통해 여러 노선을 이용하며 요금을 지불합니다. 그러나 환승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개표역 운영기관이 먼저 요금을 수입하고, 나중에 운영기관들 간 협의를 통해 운임을 정산해왔습니다. 2009년 이후 새로운 노선들이 개통되면서 기존 정산 방식으로는 정산이 어려워졌고,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운영기관들은 2012년 새로운 연락운임 및 일일정산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협약에는 용역 결과에 따르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국토교통부장관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서울연구원이 용역을 수행하여 연락운임 배분 결과를 제시했지만, 원고들(서울메트로,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은 용역 결과에 심각한 오류가 많다며 최종 검수를 거부하고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원고들은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연락운임 정산 분쟁에 대한 결정을 신청했고, 국토교통부장관은 서울연구원의 용역 결과에 따르도록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에 불복하여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원고 서울메트로는 약 288억 원, 원고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는 약 63억 원을 덜 배분받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도시철도법 제34조 제2항(연락운송 운임수입 배분 결정 권한을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부여한 조항)이 헌법상의 권력분립 원칙, 적법절차 원칙,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국토교통부장관이 배분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행정절차법상 사전 통지, 근거와 이유 제시, 불복 방법 고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배분 결정의 근거가 된 연구 용역 결과에 원고들이 주장하는 다양한 계산 오류가 있어 결정 자체가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국토교통부장관의 수도권 연락운송 운임수입 배분 결정은 위헌 또는 위법하지 않으며,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도시철도법 제34조 제2항이 헌법상 권력분립, 적법절차, 명확성,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국토교통부장관은 도시철도 운영에 대한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춘 주무관청이며, 그 결정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어 사법적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 당사자 간 협의를 전제로 하고 신청에 의해 이루어지며 행정절차법이 적용된다는 점, 법령의 목적과 장관의 감독 기능에 비추어 판단 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한, 분쟁 조기 해결을 통한 도시철도 운영 합리화라는 공익이 사익 제한보다 크다고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절차적 위법성 주장에 대해, 법원은 사전 통지는 불필요함이 명백하며, 결정서의 근거와 이유 제시가 미흡했으나 원고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데 지장이 없었고, 불복 방법 고지 의무 위반은 인정되지만 이미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결정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체적 위법성 주장에 대해, 법원은 일부 용역 결과 오류(소프트 환승역 경로탐색 오류, Trip-Chain O/D 생성 오류 일부, 민자기관 환승경로 탐색 오류, 1회권 발매수입금 처리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가장 큰 오류로 지적된 경계역 초승수입 배분은 기존 협정 및 합리적 해석에 따른 것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운임수입 배분은 복잡하고 기술적 한계가 있어 정확한 배분이 어렵고, 운영기관들이 용역 결과와 합의가 안 될 경우 장관 결정에 따르기로 합의했던 점, 약 2년간의 충분한 협의와 전문가 자문, 그리고 조정금액(k-factor 적용 등)이 오류로 인한 정산 차액을 흡수할 수 있다고 보아 국토교통부장관의 결정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도시철도법 제34조 제2항 (구 도시철도법 제17조 제2항): 도시철도 운영자들이 연락운송에 관한 운임수입 배분 등에 대해 협의가 불성립하거나 해석에 분쟁이 있을 때 국토교통부장관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입니다. 법원은 이 조항이 헌법상의 권력분립 원칙(국가 권력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의미하며, 주무관청의 전문성과 감독 기능을 고려할 때 합헌적이라고 봄), 적법절차 원칙(결정 신청 전 이미 협의 절차를 거쳤고 행정절차법 및 행정소송을 통한 구제 가능성을 고려할 때 위반 아님), 명확성 원칙(결정의 대상과 요건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고 판단 기준을 법령 목적 등에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위반 아님), 과잉금지 원칙(분쟁 조속 해결 및 도시철도 운영 합리화라는 정당한 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며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갖춤)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1조 (사전 통지 의무): 행정청이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 당사자에게 미리 통지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 결정의 성질상 당사자가 이미 주요 사항을 알고 있었고 분쟁 해결을 위해 수시 의견 청취가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하여 사전 통지가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처분 근거 및 이유 제시 의무): 행정청이 처분 시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법원은 결정서 자체에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더라도 용역 결과와 전체 과정을 통해 당사자들이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실제 소송 제기에 지장이 없었으므로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6조 (불복 방법 고지 의무): 행정청이 처분 시 당사자에게 불복 가능 여부, 방법, 기간 등을 알려야 하는 의무입니다. 법원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은 인정했지만, 원고들이 이미 적법하게 소송을 제기하여 구제 절차로 나아갔으므로 이 위반만으로는 처분 취소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재량행위와 사법심사: 국토교통부장관의 운임수입 배분 결정은 '재량행위'로 보았습니다.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는 행정청의 재량 판단에 법령 해석이나 법리 오해, 사실 오인, 비례·평등 원칙 위반 등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었는지를 판단 대상으로 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용역 결과에 일부 오류가 있더라도, 복잡한 상황과 기존 합의, 그리고 조정 과정을 고려할 때 장관의 결정이 현저히 합리성이나 공평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철도사업법 제9조 제1항: 여객운임이 여객운송에 대한 직접적인 대가임을 규정하고 있어, '초승기관'의 의미 해석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운송기관 간의 복잡한 요금 정산 문제는 초기부터 명확하고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전문 기관의 용역 결과를 활용할 때는 용역의 전 과정(과업 지시서 작성, 데이터 제공, 중간 보고, 최종 검수 등)에서 모든 당사자가 충분히 참여하고 검증하여 신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만약 분쟁 발생 시, 주무관청의 결정에 따르기로 합의했다면, 해당 결정은 주무관청의 재량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결정에 중대한 오류나 합리성을 현저히 결여한 재량권 일탈·남용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또한, 기존에 합의된 사항이나 관행은 새로운 명시적 합의가 없는 한 계속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으므로, 관련 협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문서화하여 변경해야 합니다. 데이터의 한계나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완벽한 정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현실적인 수준에서 합리적이고 공평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유연한 접근 방식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