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 행정
기업어음 발행 기업들의 당좌계좌를 관리하며 어음금을 지급해 온 은행들이 기업어음 할인액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무서로부터 가산세 부과 처분을 받았습니다. 은행들은 자신들이 원천징수의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이의를 제기했고, 법원은 은행들이 어음금 지급 업무만을 위탁받았을 뿐, 원천징수 의무를 대리하거나 위임받은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세법상 '어음 대리'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하여 가산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기업어음 발행 기업은 자금 조달을 위해 기업어음을 발행하고, 투자자들은 이 어음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합니다. 어음 만기일이 되면 어음 소지인이 어음 발행 기업의 당좌예금 거래 은행에 어음을 제시하여 액면금을 지급받게 됩니다. 이때 어음의 액면금과 할인된 구매 가격의 차액은 이자 소득으로 간주됩니다. 세무 당국은 어음 발행 기업의 당좌예금 관리 은행들이 이 이자 소득에 대해 법인세 원천징수를 해야 한다고 보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산세를 부과했습니다. 은행들은 자신들이 어음 발행 행위나 할인 행위에 관여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어음금 지급 업무만을 위탁받은 것이므로 원천징수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기업어음 발행 기업의 당좌예금 관리 은행이 어음금 지급 업무만 수행했을 때, 기업어음 할인액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 의무가 발생하는지, 특히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4항의 '원천징수의무자의 대리 또는 위임을 받은 자' 또는 같은 조 제5항의 '어음을 대리하는 금융회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세무서장들이 원고 은행들에 대하여 부과한 가산세 처분 중 일부(정당세액을 초과하는 부분)를 모두 취소하였습니다.
법원은 원천징수 의무는 납세의무자의 재산권 제한과 연관되므로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고 확장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원고 은행들은 기업어음 발행 기업으로부터 어음금 지급 업무만을 위탁받았을 뿐이며, 원천징수 업무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위임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세법상 '어음의 대리'는 어음의 발행, 배서, 보증 등 '어음 행위'를 대리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단순히 어음금 지급 업무를 대리하는 것을 '어음의 대리'로 해석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는 확장 해석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 은행들은 기업어음 할인액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주로 '구 법인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3조 제4항과 제5항'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1.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4항 (원천징수의무자의 대리 또는 위임): 이 조항은 원천징수의무자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은 자에게 원천징수 의무를 부과합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해석할 때, 단순한 어음금 지급 업무 위탁만으로는 원천징수 의무까지 묵시적으로 위임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묵시적 위임은 명시적 위임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위임 의사를 추단할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2.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5항 (금융회사의 어음 대리 시 원천징수 의무): 이 조항은 금융회사가 내국법인이 발행한 어음을 인수, 매매, 중개 또는 '대리'하는 경우에 원천징수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여기서 '어음의 대리'를 어음의 발행, 배서, 보증과 같은 '어음 행위'를 대리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단순한 어음금 지급 업무를 위임 또는 위탁받은 것을 '어음의 대리'로 보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반하는 확장 해석 또는 유추 해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3. 원천징수제도의 취지 및 한계: 법원은 원천징수제도가 조세 포탈 방지와 징세 편의를 위한 예외적인 징수 방법임을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원천징수 의무는 의무의 존부, 세액, 시기 등을 쉽고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에게만 부과되어야 하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적용됩니다. 본 사건에서 은행들은 이 사건 할인액의 최종 소득자가 누구인지, 할인액이 얼마인지, 이미 원천징수가 이루어졌는지 등을 알기 어려운 지위에 있었으므로, 은행들에게 원천징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제도의 한계를 일탈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금융기관이 단순히 기업어음의 어음금 지급 업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어음 할인액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 의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천징수 의무는 소득금액 지급자가 소득의 종류, 금액, 귀속자 등 원천징수에 필요한 정보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을 때 주로 발생합니다. 조세 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며,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납세자에게 불리하게 확장하거나 유추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기업어음 할인액에 대한 원천징수는 주로 어음의 인수, 매매, 중개 등 어음 거래의 본질적인 행위에 관여하는 금융기관이나 해당 어음을 직접 보유한 자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리'라는 법률 용어는 법률 행위를 대신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단순히 사실 행위(예: 어음금 지급)만을 위임받았다고 하여 세법상 '대리'로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