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 행정
원고인 AA상선 주식회사는 DDD국제유한공사와 공동으로 영국령 버진 제도에 합작회사 BBB 리미티드를 설립하여 중국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CCC석유화공연합유한책임공사의 원유를 운송하는 사업을 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단일선체 유조선 입항 금지로 운송계약이 중단되자, 합작회사는 2011년 이사회를 통해 총 자산 OOOO달러 중 대부분인 OOOO달러(약 99.02%)를 중간배당 형식으로 원고와 DDD에 각각 OOOO달러씩 분배했습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합작회사를 국내에 실질적 관리장소를 둔 내국법인으로 보고 법인세 등을 부과했으나 합작회사가 이를 납부하지 않자, 피고인 종로세무서장은 합작회사가 실질적으로 해산 및 청산되었다고 판단하여 원고를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2012년 4월 20일 2008 사업연도 법인세 OOOO원 등 총 OOOO원을 납부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에 불복하여 조세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국 회사(AA상선)가 외국 회사(DDD)와 조세피난처(버진 제도)에 합작법인(BBB 리미티드)을 설립하여 국제 운송 사업을 영위하던 중 사업이 중단되었고, 합작법인의 자산 대부분을 중간배당 형태로 주주들에게 분배했습니다. 한국 세무 당국은 이 합작법인이 한국 법인세법상 '내국법인'에 해당하고 자산 분배는 '실질적인 해산 및 청산'으로 보아, 납부되지 않은 법인세에 대해 한국 주주(AA상선)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부과했습니다. AA상선은 합작법인이 외국법인이고 해산 및 청산 절차도 형식적으로 거치지 않았으므로 제2차 납세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부과 처분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합작회사(BBB 리미티드)가 대한민국 법인세법상 '내국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즉 사업의 '실질적 관리장소'가 국내에 있었는지 여부와 합작회사가 국세기본법 제38조에서 규정한 '해산 및 청산' 절차를 명시적으로 거치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를 거친 것으로 보아 원고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합작회사 BBB 리미티드가 비록 버진 제도에 설립되었으나 이사회 개최, 주요 의사결정, 회계 기록 보관, 실질적인 업무 수행 등이 국내에서 이루어졌으므로 국내에 '실질적 관리장소'를 둔 내국법인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합작회사가 사업 목적 소멸 후 대부분의 자산을 중간배당 형식으로 주주들에게 분배한 것은 실질적으로 국세기본법 제38조에서 정한 '해산 및 청산'에 해당하므로, 원고인 AA상선이 분배받은 재산을 한도로 제2차 납세의무를 진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피고 종로세무서장의 법인세 부과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본 사건은 국세기본법 제38조의 '제2차 납세의무'와 법인세법 제1조 제1호의 '내국법인' 정의 및 '실질과세의 원칙'이 핵심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1. 국세기본법 제38조 (제2차 납세의무): 이 조항은 해산한 법인이 국세를 납부하지 않고 청산 후 남은 재산을 분배한 경우, 재산을 분배받은 자가 분배받은 재산 한도 내에서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해산 및 청산'의 의미를 상법상 형식적인 절차를 넘어 세법의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폭넓게 해석했습니다. 즉 명시적인 해산 및 청산 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업이 종료되고 자산이 분배되었다면 이에 해당하여 주주에게 제2차 납세의무가 부과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2. 법인세법 제1조 제1호 (내국법인의 정의): 국내에 본점이나 주사무소 또는 '사업의 실질적 관리장소'를 둔 법인을 내국법인으로 봅니다. 이 규정은 조세회피 지역에 명목상의 본점을 두고 국내에서 실질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하면서 납세의무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설되었습니다. 본 판결에서는 합작회사의 이사회 개최 장소, 주요 의사결정, 회계 기록 보관, 실질적인 업무 수행 등이 국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아 합작회사를 국내에 실질적 관리장소를 둔 내국법인으로 간주했습니다.
3. 실질과세의 원칙: 헌법상의 기본 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 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입니다. 조세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 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 행위를 규제하고 과세의 형평을 제고하며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습니다. 본 판결에서 법인은 '해산 및 청산'의 의미를 판단하는 데 이 원칙을 중요하게 적용하여, 형식적인 중간배당이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청산과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원칙은 조세법률주의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으며 조세법규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합니다.
해외에 법인을 설립할 때는 단순히 법인 설립지의 조세 제도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해당 법인의 '실질적인 관리장소'가 어디인지를 명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중요한 의사결정, 회계 관리, 주요 영업 활동이 이루어진다면 외국에 설립된 법인이라도 국내 세법상 '내국법인'으로 간주되어 전 세계 소득에 대해 한국 법인세 납세의무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 법인의 해산 및 청산 절차를 밟을 때는 외형적인 법적 형식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사업의 종료'와 '자산 분배'가 이루어졌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특히 조세회피 목적이 의심되는 경우, 상법상의 절차와는 다르게 세법의 '실질과세 원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법인의 자산 분배 시에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세금 문제, 특히 '제2차 납세의무'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법인이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자산을 분배했을 경우, 그 재산을 분배받은 주주 등은 분배받은 재산 한도 내에서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 국제 거래 및 해외 법인 설립 시에는 각국의 세법, 조세조약 그리고 한국 세법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수적이며 단순히 법인 설립지를 조세피난처로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조세회피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오히려 예측하지 못한 세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