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망인 B는 한 정밀화학 회사에서 13년 6개월간 현장직 근로자로 일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사망했습니다. 그의 아내인 원고 A는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공단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고의 남편인 망인 B는 1996년 5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주식회사 C의 정밀화학 생산팀에서 현장직 근로자로 근무하며 폐수 분리, 여과, 포장, 설비 작동, 공정 감시 등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원고는 이 과정에서 망인이 벤젠, 톨루엔 등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촉매 반응 분석을 위해 벤젠이 포함된 표본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옷에 튀어 벤젠에 노출되는 경우가 잦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망인은 2009년 9월 기력 저하, 어지럼증, 구토 증상을 겪다가 같은 해 10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치료 중 2010년 7월 병세 악화로 사망했습니다. 원고는 망인이 백혈병 관련 가족력이 없고 비흡연자였으며 평소 건강했다는 점을 근거로, 유해화학물질 노출이 백혈병 발병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망인 B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병과 사망이 그가 근무했던 공장의 업무 환경, 특히 벤젠 등 유해화학물질 노출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이는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 정당한지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망인의 업무와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병 및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첫째, 망인이 근무한 공정의 공기 중에서 벤젠이 검출되지 않았고 유기과산화물 제조에 벤젠이 직접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둘째, 원료 물질에서 소량의 벤젠이 검출되었으나, 공정 과정에서 외부로 유출되어 망인이 노출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었습니다. 셋째, 품질 검사 시 벤젠이 사용되더라도 현장직인 망인이 실험실에 출입하여 직접 노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넷째, 망인이 근무 중 벤젠에 노출되어 백혈병이 발병했다는 의학적 견해를 인정할 근거가 부족했습니다. 다섯째, 백혈병의 발병 원인이 모두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망인이 비흡연자였고 가족력이 없었으며 건강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작업 환경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의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에 관한 것입니다. 업무상 재해의 정의: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라고 합니다. 여기서 '업무에 기인하여'라는 것은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될 필요는 없지만,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되어야 합니다. 인과관계 입증 책임: 업무상 재해 여부를 다투는 소송에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주장하는 측, 즉 이 사건의 원고와 같은 근로자 측이 이를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 기준: 법원은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자의 직업력, 질병의 특성, 발병까지의 경과, 유해 환경 노출 정도, 의학적 소견, 역학조사 결과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를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이 고농도의 벤젠에 노출되거나 저농도의 벤젠에 만성적으로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 공정 중 벤젠 사용 및 노출 경로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의학적으로 백혈병 발병 원인이 모두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 등이 인과관계 부인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업무상 재해 입증의 어려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특히 발병 원인이 불명확한 질병의 경우, 유해물질 노출과 질병 발생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구체적인 증거로 명확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노출 수준의 중요성: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며, 노출의 빈도, 기간, 그리고 노출된 물질의 농도 등 구체적인 노출 수준이 질병 발병에 충분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업환경 측정 결과나 개인별 노출량 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의학적 전문성 확보: 특정 물질이 특정 질병을 유발한다는 의학적, 과학적 증거와 전문가의 소견이 매우 중요합니다. 역학조사나 진료기록 감정 등을 통해 해당 질병의 발병 원인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백혈병의 경우 1ppm을 초과하는 벤젠 노출 연구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다양한 증거 수집: 근무 기간 동안의 작업 내용, 취급 물질, 작업 환경 측정 기록, 동료 근로자의 증언, 안전 교육 내용, 개인의 건강 검진 기록, 질병 진단 전후의 의료 기록 등 업무 관련성을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폭넓게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업무적 요인 배제: 해당 질병의 다른 발병 원인(유전적 요인, 생활 습관, 기저 질환 등)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도 업무 관련성 주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