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 A는 2022년 10월 5일 술자리에서 만난 피해자 F가 술에 취해 잠이 들자 성관계를 하였다는 준강간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였으나, 피해자가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 A와 피해자 F는 2022년 10월 5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 객실에서 지인 D와 E의 주선으로 처음 만나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술자리 중 피해자는 와인 1병 가량을 마셨으며, 피고인이 유부남이고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D와 E는 먼저 방으로 들어갔고, 피고인과 피해자는 거실에 남아 술을 마시다 호텔 객실 내 방에서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피해자는 다음날 아침 나체 상태로 잠에서 깨어나 성관계 사실을 인지했으며, 자신이 피고인으로부터 성적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피해자는 당시 성관계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피해자가 성관계 당시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그리고 피고인이 그러한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하였는지 여부입니다. 준강간죄의 성립을 위해서는 검사가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와 피고인의 고의를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합니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합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성관계 당시 자고 있었거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 및 피고인이 이러한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해 간음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성관계 후 피해자가 피고인과 전화번호를 교환한 정황, 성관계 직전까지도 메신저 대화를 통해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점, 피해자가 마신 술의 양, 월경 예정일에 대한 대화 내용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만으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법 제299조 (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한 자는 형법 제297조(강간) 및 제298조(강제추행)의 예에 의하여 처벌됩니다. 본 사건에서는 이 조항의 적용 여부가 핵심이었습니다. 여기서 '심신상실'은 정신기능 장애로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를,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로 인정될 수 있고, 의식은 있으나 알코올 영향으로 의사 형성 능력이나 저항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 등의 판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는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며, 유죄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거에 의해야 합니다. 본 판결은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법 제58조 제2항 (판결의 공시):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피고인의 청구가 있거나 피고인의 동의가 있으면 판결 요지를 공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고인의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입니다.
술자리에서의 주의: 술에 취해 의식을 잃거나 판단 능력이 저하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처음 만난 사람과의 술자리에서는 더욱 경계하고, 자신의 주량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합의 여부 확인: 성관계는 명확한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며, 상대방이 술에 취해 의사 표현이 불분명한 상태에서는 성관계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상대방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명확한 동의를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억 상실과 증거: 피해자가 성관계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이 자체가 곧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의 행동이나 대화 내용 등 객관적인 증거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량과 평소 습관: 자신의 평소 주량이나 술 마시는 습관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신체적인 특성이나 복용하는 약물이 술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조절해야 합니다. 신고 시점 및 증거 보존: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될 경우, 가능한 한 빨리 수사기관에 신고하고, 증거 보존을 위한 조치(예: 해바라기센터 방문, 옷가지 등 임의 제출)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