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T튜브 기관절개술을 받은 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재활치료 중 의료진의 T튜브 교체 과정에서 소독솜이 기도 내로 빠져 호흡곤란을 겪고 사망한 사건입니다. 환자의 아들은 요양병원과 응급처치를 담당한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요양병원의 의료과실을 인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했으나, 응급처치를 담당한 병원의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망인 H은 국민건강보험공단 K병원에서 T튜브 기관절개술을 받은 후 2020년 9월 3일 L요양병원(피고 의료법인 J 운영)으로 전원하여 재활치료를 받았습니다. 2020년 11월 12일 10시 49분경 L요양병원 의사가 T튜브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소독솜(베타딘 볼)을 망인의 기도 내로 빠뜨리는 사고가 발생하여 망인은 심각한 호흡곤란을 겪게 되었습니다. 119 신고 후 망인은 같은 날 11시 33분경 M병원(피고 학교법인 I 운영) 응급실로 이송되었습니다. M병원 의료진은 인공호흡기 연결 등 응급처치를 했으나, 소독솜 제거를 위한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당일 시행하지 않고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온 다음 날로 연기하겠다고 망인의 아들인 원고에게 통보했습니다. 망인은 같은 날 15시 51분경 심정지가 발생한 후 17시 54분경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아들인 원고 A는 L요양병원과 M병원의 의료 과실로 인해 망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두 병원의 운영 주체인 피고 의료법인 J과 피고 학교법인 I를 상대로 총 72,924,736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L요양병원 의료진이 T튜브 교체 중 소독솜을 기도 내로 빠뜨린 과실이 망인의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는지 여부와 M병원 의료진이 응급실 내원 즉시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지체한 것이 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각 피고 법인이 소속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가 주요하게 다뤄졌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료법인 J이 원고에게 32,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20년 11월 13일부터 2022년 11월 23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피고 학교법인 I에 대한 청구와 피고 의료법인 J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L요양병원 의료진이 T튜브 교체 중 소독솜을 기도 내로 빠뜨려 망인에게 호흡곤란을 초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여,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피고 의료법인 J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M병원의 경우, 망인의 당시 위중한 건강 상태와 시술 시 사망 위험이 높았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즉시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다음 날로 연기하기로 한 결정은 의료진의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보아 피고 학교법인 I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원고가 청구한 금액 중 일부인 32,000,000원을 피고 의료법인 J이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본 사건에서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며, 이는 의료진이 진료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환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 책임을 지는 법적 근거가 됩니다. 민법 제756조 제1항은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여, 피고 의료법인 J이 L요양병원 소속 의사의 사용자로서 의사의 과실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또한, 의료행위의 특수성상 의료과실과 인과관계의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법원은 의료행위 후 부작용 발생에 관해 주의의무 위반행위를 제외한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행위에 기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합니다. 이는 본 사건에서 망인이 소독솜 유입 후 갑자기 호흡곤란이 악화되어 사망한 점 등을 근거로 요양병원의 과실을 추정한 데 적용되었습니다. 반면, 의사는 진료를 행할 때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 수준 그리고 자신의 지식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 결과를 놓고 과실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의사의 진료 재량권 원칙도 적용되었습니다. 이는 M병원이 망인의 위중한 상태를 고려하여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지연한 것을 과실로 보지 않은 이유가 되었습니다.
의료행위 중 과실이 발생하여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환자 측에서 과실과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지만 의료행위의 전문성으로 인해 간접 사실을 통해 과실 및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특히 요양병원과 같이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에서는 T튜브 교체와 같은 시술 시 이물질이 기도 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해당 의료기관의 운영 주체는 민법 제750조(불법행위) 및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응급상황에서 의료진의 처치 지연이 과실인지 여부는 환자의 당시 건강 상태, 다른 위험 요인, 당시 의료 수준 및 진료 재량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환자에게 중대한 기저질환이 있어 특정 시술 자체가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의학적 판단이 있었다면, 처치 지연이 과실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설명의무 위반은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인해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주로 문제되므로, 사망 원인이 침습행위로 단정하기 어렵거나 침습행위 자체가 없었던 경우에는 설명의무 위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일실수입은 사고 당시 소득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며, 장례비는 실무상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금액을 고려하여 산정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