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는 우측 얼굴과 손의 감각 변화 증세로 피고 병원에 내원하여 비파열성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두 차례의 추적 관찰 후 개두술 및 클립결찰술을 받았으나, 수술 직후 의식 저하와 함께 뇌출혈이 발생하여 두 차례의 응급 혈종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뇌출혈로 인해 우측 편마비와 언어장애를 얻게 되었고, 피고 병원 의료진의 수술상 과실과 제3차 수술 지연 과실을 주장하며 총 5억 1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2016년 4월 우측 얼굴과 손 감각 변화로 피고 병원에 내원하여 좌측 후대뇌동맥 영역의 비파열성 뇌동맥류를 진단받았습니다. 약 1년 뒤 2017년 5월, 뇌동맥류의 크기 변화는 없었으나 나이, 기저질환 등을 고려하여 뇌동맥류 클립결찰술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2017년 5월 29일 약 3시간 30분에 걸쳐 제1차 뇌동맥류 클립결찰술을 받았으나, 수술 직후 의식 저하 및 우측 팔다리의 편측 위약감이 발생했습니다. 뇌 CT 촬영 결과 좌측 전두엽 뇌내출혈, 섬엽 부위 출혈, 지주막하출혈, 뇌부종이 확인되어 같은 날 약 2시간에 걸쳐 응급 제2차 개두술 및 좌측 전두엽 혈종제거술을 시행했습니다. 이후 뇌출혈이 증가하고 뇌부종이 심해져 다음 날인 5월 30일 약 25cc의 혈종을 제거하는 제3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제3차 수술 후 뇌혈관 조영술 결과, 뇌동맥 결찰술의 클립이 밀려 뇌동맥류 경부 일부가 다시 관찰되는 소견이 확인되었습니다. 원고는 현재 뇌출혈로 인한 우측 편마비와 언어장애를 겪고 있으며 뇌병변장애 3급, 언어장애 4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제1차 수술 시 뇌출혈 및 뇌부종을 유발했고 뇌동맥류 결찰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제2차 수술 시 지혈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배액관을 삽입하지 않았고, 제3차 수술이 지연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뇌동맥류 수술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을 저질렀는지, 구체적으로 제1차 수술(뇌동맥류 결찰술) 중 과도한 뇌 조직 및 혈관 견인으로 뇌출혈을 유발했는지 또는 뇌동맥류 결찰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제2차 수술(혈종 제거술)에서 지혈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배액관을 삽관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는지, 그리고 제3차 수술(혈종 제거술 및 뇌실액 배액술)이 지연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의료진의 행위와 원고가 입은 뇌출혈 및 현 장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도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원고가 주장하는 수술상의 과실이나 수술 지연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제1차 수술과 관련하여 뇌동맥류 수술은 고난이도 수술이며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어 의료진의 과실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고, 뇌출혈 발생 부위가 동맥류 결찰 부위와 인접하지 않아 인과관계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제2차 수술의 지혈 조치 및 배액관 미삽입에 대해서도 당시 의료 수준에서 합리적인 조치였거나 잘못된 수술 방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3차 수술 지연 주장에 대해서도 수술 후 환자 상태 감시 및 재출혈 확인 후 수술까지의 시간이 통상적인 범위 내였다고 보아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 없다고 보아 최종적으로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의료 과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으로,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제750조)이 주요하게 적용됩니다. 법원은 의료상 과실의 존재와 그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책임에 대해 판시했습니다.
증명책임 완화의 원칙: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등)에 따르면, 의료 과실과 결과 사이에 의료행위 외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이 증명되면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합니다. 그러나 이는 과실 자체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까지 면제하는 것은 아니며, 의료상 과실이 부정되면 청구는 배척될 수밖에 없습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 등).
의사의 진료 재량: 의사는 환자의 상황, 당시 의료 수준, 자신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한 진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진료 결과가 예상과 다르더라도 그것만을 이유로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개연성에 의한 인과관계 추정의 한계: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의료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없다는 간접 사실을 증명하여 의료 과실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확보되지 않는 사정을 가지고 막연히 중대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등).
합병증 발생과 과실 추정: 의료행위로 후유장해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 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했음에도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거나, 그 합병증으로 이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그 증상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는 한, 후유장해 발생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 등).
이러한 법리에 따라 이 사건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각 수술상의 과실과 수술 지연 과실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으나, 해당 의료행위들이 당시의 의료 수준과 의사의 재량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고, 발생한 뇌출혈 및 후유장해가 수술 자체에 내재된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뇌동맥류 수술과 같은 고난이도 의료행위는 아무리 숙련된 의료진이라 하더라도 수술 자체에 내재된 위험성과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비록 의료행위 후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의료 과실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술 결과가 나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행위가 있었고 그 행위와 나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의료행위의 특성상 일반인이 이러한 과실과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전문적인 의학적 판단과 증거 자료(진료기록, 감정 결과 등) 확보가 중요합니다. 수술 전 의료진으로부터 수술의 위험성과 발생 가능한 합병증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궁금한 점은 반드시 질의하여 설명을 듣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 상태 변화가 의심될 경우,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증상을 알리고 필요한 검사나 조치를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