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심방세동으로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가 시술 후 심부전 악화로 사망하자, 환자의 자녀들이 병원과 주치의를 상대로 의료상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시술 중 발생한 심낭압전이 통상적인 합병증이었고 의료진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으며 사망과의 인과관계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의료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환자 본인이 아닌 딸에게 시술의 위험성 등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은 점에 대해서는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800만 원(자녀 4인에게 각 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망인 G은 2013년 뇌수술 후 심장세동 치료를 위해 항부정맥제를 복용하며 피고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2017년 7월 19일, 망인은 호흡곤란, 두통, 메스꺼움 등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했고, 심부전 및 심방세동으로 진단받았습니다. 주치의인 피고 F은 약물 치료에도 심방세동이 재발하자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이 사건 시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17년 7월 25일 시술 중 심낭출혈과 심낭압전이 발생하여 심낭천자술, 수혈 등 응급처치가 이루어졌고, 망인은 회복되어 7월 27일 퇴원했습니다. 그러나 망인은 7월 30일, 8월 1일, 9월 18일, 9월 26일 등 반복적으로 호흡곤란, 다리 통증, 심부전 악화 등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했으며, 심낭출혈이나 심낭압전 소견은 더 이상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지속적인 심부전 악화와 신장 기능 저하로 인해 망인은 2017년 10월 11일 심부전으로 인한 주요 장기부전 등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자녀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시술상 과실과 시술 전후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 과정에서의 의료상 과실 여부와 사망과의 인과관계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시술의 위험성 및 합병증 등에 대해 환자 본인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여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각 2,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7년 10월 11일부터 2020년 10월 21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의료상 과실 및 기타 손해배상)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 중 9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각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의료상 과실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환자 본인이 아닌 보호자에게만 시술 관련 설명을 한 것은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아 이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일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의료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크게 의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 두 가지 쟁점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의료상 과실 관련 법리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의 상황, 당시의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봅니다. 즉, 의료행위의 결과만을 가지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또한 의료행위로 인해 합병증이나 후유장해가 발생했더라도, 그것이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했음에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거나 2차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것이라면, 합병증 발생 사실만으로 의료행위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 등).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 시 발생할 수 있는 심낭압전이 의료진의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1~2%의 빈도로 발생 가능한 합병증임을 인정했고, 피고 F 등 의료진이 합병증 발생을 발견한 후 신속하고 적절하게 심낭천자술, 수혈 등 조치를 취하여 합병증이 적절하게 치료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망인의 사망 원인이 기존 질환인 심부전의 악화로 판단되어 시술 및 합병증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의료상 과실 주장은 기각되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관련 법리 의료법과 관련 판례에 따르면, 의사는 의료행위를 하기 전에 환자에게 해당 의료행위의 내용, 예상되는 결과, 발생 가능한 합병증 및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이를 이해하고 의료행위를 받을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설명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의 전제조건이 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명의 상대방은 환자 본인이어야 하며, 승낙 또한 환자 자신이 하여야 합니다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5671 판결 등). 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했다는 점은 의사 측이 증명해야 합니다.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환자의 심신에 중대한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거나, 의사로부터 설명을 들은 보호자가 환자에게 그 내용을 다시 설명했다는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지 않는 한, 환자 본인에게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은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시술동의서에 망인의 서명이 없고 딸(원고 B)만 서명했으며, 망인에게 직접 설명하는 것이 심신에 중대한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다거나 딸이 망인에게 다시 설명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피고들이 망인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망인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800만원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사후적으로 합병증 발생 사실을 상세히 알리지 않은 것은 시술을 받을지 여부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와 무관하며, 환자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의료 시술을 받기 전에는 환자 본인이 직접 시술의 목적, 방법, 예상되는 결과, 발생 가능한 합병증 및 부작용, 시술 후 주의사항 등에 대해 의료진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환자 본인이 직접 설명을 듣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예: 의식 불명, 정신적 제약 등)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의료진이 환자의 가족이나 대리인에게만 설명하고 환자 본인에게 직접 설명하지 않았다면 추후 설명의무 위반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의료 시술 과정에서 합병증이 발생했더라도, 해당 합병증이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통상적으로 발생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고, 의료진이 합병증 발생 후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처치를 취했다면 의료상 과실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의료행위 후 환자의 건강이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르렀을 때, 의료진의 과실과 환자의 악결과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되어야 의료상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기존 질환의 악화 등 다른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