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원고는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속아 총 9억여 원을 사기범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이 돈 중 상당 부분이 피고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가상계좌로 입금된 후 가상화폐 구매에 사용되어 반환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 가상화폐 거래소가 이상거래 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보이스피싱 범죄를 방조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3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에게 이상거래 방지에 대한 법령상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없으며, 설령 의무가 있더라도 피고의 과실과 원고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8년 2월 5일, 금융감독원 팀장을 사칭한 성명불상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본인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었다는 거짓말에 속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C 명의 농협은행 계좌로 3억 2천만 원, D 명의 IBK기업은행 계좌로 4억 6천 7백 2십 3만 9천 6백 8십 1원, E 명의 IBK기업은행 계좌로 1억 5천 2백만 원 등 총 9억 3천 9백여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이 중 D 명의 계좌로 입금된 4억 6천 7백 2십 3만 9천 6백 8십 1원은 피고 B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F의 D 명의 가상계좌로 다섯 차례에 걸쳐 이체되었습니다. 또한 E 명의 계좌로 입금된 3억 6천 1백만 원도 F 거래소의 E 명의 가상계좌로 세 차례에 걸쳐 이체되었습니다. D과 E 명의 F 가상계좌로 입금된 금원은 성명불상자에 의해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구매하는 데 사용되었고, 구매된 가상화폐는 성명불상자의 전자지갑 주소로 이체되어 회수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가상화폐 거래소로서 부정거래나 보이스피싱을 방지하기 위한 의심거래 입출금 및 거래 정지 정책을 시행하지 않거나 부적절하게 시행하여, 명백한 이상거래를 허용함으로써 성명불상자의 보이스피싱 범죄를 방조하여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민법 제760조 제3항(공동불법행위 책임)에 따라 피고에게 총 손해액 중 일부인 3억 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사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 자금의 이상거래를 방지할 주의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 가상화폐 거래소의 조치 미흡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손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법원은 피고 가상화폐 거래소에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방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760조 제3항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교사자나 방조자는 공동행위자로 본다.' 이 조항은 어떤 불법행위가 일어났을 때, 직접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뿐만 아니라 그 불법행위를 하도록 시키거나(교사) 돕는 사람(방조)도 함께 책임을 지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민사 소송에서는 방조의 경우, 그 행위가 불법행위를 더 쉽게 저지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 직접적인 행동이 아니어도 방조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과실, 즉 부주의로 인해 불법행위를 도운 경우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이때의 과실은 '불법행위를 돕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을 의미합니다.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의 판단 기준 및 상당인과관계: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을 인정하려면, 방조 행위와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어떤 행위가 있었고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넘어, 그 행위가 없었다면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판단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법원은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 거래소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것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는지(예견가능성), 가상화폐 거래소의 부주의한 행동이 실제로 피해 발생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피해자가 해당 거래소를 얼마나 신뢰했는지, 그리고 피해자 스스로 피해를 쉽게 막을 수 있었는지 등을 고려합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피고 가상화폐 거래소가 금융기관이 아니므로 법령상 '이상거래를 방지해야 할 구체적인 의무'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가 기본적인 보이스피싱 예방 안내 조치를 취하고 있었으므로, 그 이상의 구체적인 이상거래 방지 의무를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설령 피고에게 이상거래 방지 의무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보이스피싱 사기범에 의해 원고가 직접 속아 송금한 시점에서 이미 금원은 사기범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었고, 피고가 이상거래 방지 조치를 취했더라도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의 과실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