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뇌출혈 수술 후 저산소증을 겪던 환자가 폐출혈로 사망하자, 유족들이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적절한 조치가 늦어져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유족들은 의료진이 저산소증 원인 감별과 폐출혈 진단을 늦게 했고, 고혈압 치료가 폐출혈을 유발할 수 있음을 간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 변화에 따라 적절한 검사와 조치를 취했으며,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이나 지연이 없었고, 폐출혈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망인 E는 2017년 3월 12일 뇌지주막하출혈로 피고 병원에서 뇌혈관 클립결찰술 및 뇌실외 배액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3월 16일 새벽 00:00경 산소포화도가 84%로 떨어지는 호흡 이상 증상을 보였습니다. 이후 의료진은 산소 투여, 동맥혈가스분석, 흉부 엑스레이, CT 촬영 등 여러 검사를 진행하고 순환기내과, 호흡기내과 등과 협진을 요청했습니다. 같은 날 흡인액에 혈액이 섞여 나오는 증상과 함께 폐출혈이 의심되어 비타민 K, 트라넥사민 등 지혈제를 투여하고 고유량 산소요법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망인은 계속적인 폐출혈과 저산소증을 겪다가 2017년 3월 30일 04:12경 폐출혈을 직접 사인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망인의 저산소증 원인 감별 및 폐출혈 진단과 치료를 지연하고, 고혈압 관리에 부적절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의료 행위에 과실이 없으며, 의료 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환자의 산소포화도 저하 직후 간호사가 산소 투여를, 담당의사가 동맥혈가스분석검사, 흉부 엑스레이, 감염 감별 검사, 폐 CT 등을 지시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보았습니다. 직접 진찰이 없었다 해도 추가 조치가 필요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저산소증 원인 감별을 위해 엑스레이 촬영 및 협진 요청을 즉시 진행했으며, 폐렴 등 질환 감별 검사와 산소 투여 등의 조치를 취했으므로 적극적인 조치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폐출혈 진단은 흉부 엑스레이, 폐 CT 판독 결과와 흡인액에 혈액이 섞여 나오는 양상 등을 종합하여 약 6시간 후인 오전 09:35경 이루어졌는데, 이는 의심되는 질환 감별 검사를 진행하면서 환자 상태를 관찰한 것이므로 현저히 늦은 과실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폐출혈의 원인이 고혈압 외에 다른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어, 의료진이 고혈압 치료로 인한 폐출혈을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습니다.
비타민 K, 트라넥사민 등의 지혈제가 폐출혈 초기에 투여된다고 해서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는 증거가 없고, 원인 질환이 치료되지 않는 이상 폐출혈로 인한 폐경화는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해당 약물 투여가 늦어졌더라도 사망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은 의료진의 의료 행위에서 과실(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의료행위의 특성상 의사에게는 환자의 생명과 신체의 건강을 관리하는 전문가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가 요구됩니다. 이는 진료 당시의 의학 수준과 의료 환경, 환자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의미합니다.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 및 인과관계: 법원은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서, 의사의 과실 여부는 '의사가 의료행위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특히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의사가 진찰 당시의 증상, 병력,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필요한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 등을 판독하여 질병의 확진 및 향후의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였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봅니다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3다50462 판결 등).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료진이 환자의 호흡 이상 발생 후 산소포화도 저하에 대해 즉시 산소 투여, 동맥혈가스분석, 흉부 엑스레이, CT 검사 등을 지시하고, 타과 협진을 요청하는 등 필요한 검사와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하여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았습니다.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합니다. 의료행위의 특성상 의사의 과실과 환자의 악결과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대법원은 '의료행위에 있어서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의학적 지식에 기초한 경험칙과 논리칙에 따라 증명할 수 있는 정도로 입증되면 족하고, 반드시 의학적으로 모든 가능한 원인을 배제한 완벽한 증명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다72769 판결 등), 해당 사안에서는 폐출혈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지혈제 투여가 늦어졌더라도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의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즉, 의료진의 행위가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과실이 있었더라도 사망이라는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리가 적용된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산소포화도 저하 등 위급 상황 발생 시 의료진의 초기 대응이 신속하고 적절했는지 진료 기록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환자의 상태 변화에 대한 검사 지시, 협진 요청, 약물 처방 등 일련의 조치들이 의학적 표준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특정 증상의 원인 감별 과정에서 의료진이 충분한 시간 내에 필요한 검사(예: 엑스레이, CT, 혈액 검사 등)를 시행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히 다음 단계의 치료를 진행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진단이 늦었다는 주장을 할 때는 단순히 시간 경과만이 아니라, 해당 시간 내에 추가적인 진단을 위한 명확한 의학적 근거나 증상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간과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존 치료 방식(예: 고혈압 치료)이 새로운 합병증(예: 폐출혈)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해당 치료가 의학적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고,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특정 약물 투여 지연이 환자의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주장하려면, 해당 약물이 투여되었다면 결과가 확연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의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