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피고 회사에 편집국 산업1부 부장으로 근무하던 원고가 회사의 전보명령으로 편집위원으로 발령받았으나, 원고는 이 전보명령이 업무상 필요성이 없고 부당한 인사권 남용이라고 주장하며 무효 확인을 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전보명령 당시 원고의 비위 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고 원고에게 상당한 직업상 불이익이 있으며 사전 협의 절차도 미흡했으므로, 전보명령은 인사권 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원고 A는 2015년 8월 5일 피고 회사에 편집국 선임기자로 입사한 후 같은 해 10월 7일 편집국 산업1부 부장으로 발령받았습니다. 산업1부 부장은 약 14명의 소속 기자를 지휘하며 취재 지시, 기사 작성, 출고, 기자 평가 등의 권한을 가집니다. 2016년 6월 하순경 피고 회사 취재본부 소속 기자들로 이루어진 D협회 E지회는 경영진에게 원고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피고 회사의 본부장은 6월 27일경 원고에게 사과를 제안했으나 원고는 사실관계 조사를 요구하며 거부했습니다. 7월 4일에는 D협회 E지회 대표자가 피고 회사에 원고의 리더십 부족, 폭언, 성희롱 혐의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때까지도 구체적인 언행의 내용이나 상대방은 특정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피고 회사 대표이사는 원고에게 부장단 회의에서 유감 표명을 권유했으나 원고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조사를 요구하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피고 회사는 2016년 7월 8일 원고를 편집국이 아닌 별도 건물에서 근무하며 소속 기자도 없고 중요 정보에 접근할 수 없으며 취재, 기사 작성 권한이 없는 '편집위원'으로 발령하는 전보명령을 내렸습니다. 이후 피고 회사는 원고의 부적절한 언행 사례를 수집하여 2017년 1월 16일 원고에게 성희롱 발언 6건, 폭언 5건 등을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전보명령이 부당하다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회사의 전보명령이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불이익, 협의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또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6년 7월 8일자 전보명령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재판부는 전보명령 당시 원고의 폭언이나 성희롱 등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소문이나 정황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비위 사실이나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회사의 '직장질서 유지'라는 업무상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가 편집위원으로 전보되면서 급여나 출퇴근 거리의 변화는 없었으나, 기사 작성 및 출고 재량권, 중요 회의 참여 및 정보 접근 권한, 소속 기자 지휘권 등 기자로서의 핵심적인 권한과 직위상 상당한 불이익과 박탈감을 겪게 된 점을 인정했습니다. 더 나아가, 회사가 전보명령 이전에 원고와 충분히 협의하거나 비위 사실을 구체적으로 조사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명령을 내렸고, 원고는 공식 조사를 요구하며 기다리던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전보명령은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최종 결론 내렸습니다.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사용자(회사)의 인사권에 속하며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재량이 인정됩니다. 그러나 그 전보가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규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할 경우에는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등)에 따르면, 전보명령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비교, 교량하여 업무상 필요성이 크지 않은데 근로자에게 큰 불이익을 주며 협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면 그 전보명령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근로자에게 전보명령을 내릴 때는 '업무상의 필요성'이 명확해야 합니다. 단지 소문이나 막연한 불만만으로는 충분한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전보로 인해 근로자가 받는 '생활상의 불이익'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급여나 출퇴근 거리뿐만 아니라 직위의 변경, 업무 내용의 변화, 권한 및 책임의 축소 등 직업 생활 전반에 걸친 불이익 또한 중요하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전보명령을 내리기 전에 근로자와 '성실한 협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예상되는 전보의 경우, 그 이유와 필요성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등의 절차가 없으면 인사권 남용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징계성 전보의 경우, 징계 사유가 되는 비위 사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확인 없이 이루어진 전보는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회사는 징계와 전보의 목적과 절차를 명확히 구분하여 처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