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피고인 A는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제안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거하여 전달하는 '현금수거책'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피고인은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조직원들의 기망 행위에 속은 피해자 E, L, M, Q로부터 각각 500만 원, 1,005만 원, 1,300만 원, 1,000만 원을 교부받는 등 총 4회에 걸쳐 합계 3,805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의 실체와 전모를 정확히 몰랐다고 하더라도, 비정상적인 채용 및 업무 수행 방식, 과거 사기 관련 조사 전력 등을 미루어 볼 때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22년 11월경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고액 일당을 미끼로 한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성명불상의 조직원들과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조직원들은 피고인에게 중고 휴대폰을 구입하여 텔레그램을 설치하고 지시에 따르도록 했습니다. 조직원들은 피해자 E에게 "F은행 G 대리"를 사칭하여 저금리 대환 대출을 제안하며 기존 대출 상환 명목으로 50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피해자가 200만 원만 있다고 하자 200만 원을 보내면 300만 원을 빌려주겠다고 속여 200만 원을 송금받은 후, 다음 날 500만 원을 송금해 주고 이를 현금으로 인출하여 'H카드 직원'에게 상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2022년 12월 9일 서울 중랑구에서 피해자 E로부터 현금 500만 원을 직접 전달받았습니다. 피해자 L에게는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여 정부 지원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기존 대출 상환을 요구하고 악성 앱을 설치하게 한 후, 피고인은 2022년 12월 16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동 주민센터 주차장에서 피해자 L로부터 현금 1,005만 원을 전달받았습니다. 피해자 M에게는 N저축은행 및 O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하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인 후, 기존 대출 약관 위반을 빌미로 형사처벌 및 금융업무 정지를 경고하며 기존 대출 상환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2022년 12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노상에서 피해자 M으로부터 현금 1,300만 원을 전달받았습니다. 피해자 Q에게는 'N은행 직원 R'을 사칭하며 저금리 대출을 제안하고 앱 설치를 유도했습니다. 이후 O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하여 기존 대출 상환 없이 N은행 대출을 신청하면 약관 위반이므로 직원을 만나 상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2022년 12월 16일 포천시 S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피해자 Q로부터 현금 1,000만 원을 전달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조직원들의 텔레그램 지시에 따라 현금을 받은 후 피해자 앞에서 세어보지 않고 다른 장소로 이동한 뒤, ATM에서 100만 원씩 여러 명의 계좌로 분산 송금했으며, 조직원들은 송금 완료 후 관련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진행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 A가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와, 만약 직접적인 인지가 없었더라도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동정범' 관계에서 사기 범행을 저질렀는지 여부였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이 단순히 채권 추심 보조 업무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기의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핵심적인 부분인 현금 수거에 해당하며, 비정상적인 채용 절차와 업무 지시 방식, 그리고 피고인의 과거 사기 관련 조사 전력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고 있음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를 외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사기 범행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고,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의 '공동정범'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심각성과 피해 회복 노력이 없는 점을 고려하여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은 '사기죄'와 '공동정범'에 대한 판단을 핵심으로 합니다.
고액의 수당을 약속하며 특별한 자격이나 경력 없이, 대면 면접 없이 채용하는 업무는 보이스피싱 등 불법 범죄와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텔레그램 등 익명성이 보장되는 메신저로만 업무 지시를 내리고, 실제 회사명이나 담당자의 신원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경우 더욱 의심해야 합니다. 현금을 직접 수거하거나, 수거한 현금을 다시 여러 계좌로 분산하여 무통장 입금하도록 지시하는 업무는 십중팔구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이 있습니다. 시중 은행이나 ATM 등에서 보이스피싱 예방 문구를 반드시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지시는 즉시 거절해야 합니다. 채권 추심, 대출 상환 등 정상적인 금융 업무는 대부분 계좌 이체나 정식 서류 절차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현금을 직접 전달하라고 요구하거나, 특정 앱 설치를 유도하는 경우는 사기를 의심해야 합니다. 피해금을 수거한 후 영수증을 교부하지 않거나, 신분 확인 없이 현금을 주고받는 행위는 정상적인 거래로 볼 수 없습니다. 과거에 유사한 사기 관련 문제로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더욱 신중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의심스러운 제안을 거절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