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이 사건은 A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개최한 임시총회에서, 이전에 상가대표단체로 승인되었던 단체의 지위를 취소하고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 등을 변경하는 내용의 결의를 한 것에 대해, 상가 구분소유자들 및 그 단체가 해당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신청한 가처분 사건입니다. 채권자들은 총회결의가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을 위반하고 상가조합원들의 신뢰를 침해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재건축 사업의 전체적인 공익적 목적과 아파트 조합원들의 막대한 손해를 고려할 때 총회결의의 자율성과 형성의 재량을 인정하고, 상가조합원들의 보호가치 있는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A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2009년 아파트 소유자들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2011년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을 추인하며 상가도 정비구역에 포함했습니다. 2016년 조합은 과반수 상가조합원 동의로 구성된 '종전 상가위원회'를 상가대표단체로 승인했으며, 이 단체는 2012년 V사와 확정지분제 PM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2019년 상가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상가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조합 총회에서 가결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새로운 조합장이 선출된 후, 조합은 임시총회를 통해 종전 상가위원회의 상가대표단체 지위를 배제하고 '채권자 상가위원회'가 상가재건축을 자치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신설하는 결의를 했습니다. 이후 채권자 상가위원회는 V사에 용역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V사는 유치권을 주장하며 사업부지를 점유했습니다. 또한 재건축 시공사들은 공사비 분쟁으로 2022년 4월경 공사를 중단했고, 서울시와 강동구 중재로 합의안이 도출되었으나 채권자 상가위원회의 반대로 상가 부분의 분쟁은 합의되지 않아 공사 재개가 지연되었습니다. 이에 조합은 2022년 10월 15일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이전 상가대표단체 승인 결의를 취소하는 안건(제5호, 제6호) 등을 결의했습니다. 채권자들은 이 총회결의가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을 위반하고 상가조합원의 이익과 신뢰를 침해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임시총회를 통해 이전의 상가대표단체 승인 결의를 취소한 것이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의 본질적 내용을 위반하거나 상가조합원들의 보호가치 있는 신뢰를 침해하여 효력이 없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법원은 채권자들의 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채권자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재건축조합 총회에 새로운 결의로 종전 결의를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자율성과 재량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자율성이 무제한적이지 않고 신뢰보호원칙에 따라 공익적 목적과 기존 신뢰 이익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재건축 공사 중단으로 인한 아파트 조합원들의 막대한 손해와 전체 재건축 사업 재개를 위한 공익적 목적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관리처분계획 변경 요구가 아파트 조합원들에게 감내하기 어려운 손해를 부담하게 할 수 있으며, 이미 확정된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또한,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은 사업 초기 상가조합원 과반수가 참여한 상가단체를 대표로 지정하겠다는 내용으로 해석되며, 사업 진행 중 단순히 가입 조합원 수 변동에 따라 대표단체를 계속 변경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채권자 상가위원회에 소속된 상가조합원들의 보호가치 있는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총회결의 효력을 정지해야 할 보전의 필요성도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채권자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조합 총회결의의 자율성과 형성의 재량: 조합의 총회는 조합의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서 정관 변경이나 관리처분계획 수립·변경 등 총회의 결의사항에 대해 새로운 총회결의로써 종전 총회결의의 내용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자율성과 재량을 가집니다. 이는 조합 운영의 효율성과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보장하기 위함입니다. 신뢰보호원칙: 그러나 이러한 자율성과 재량은 무제한적이지 않습니다. 조합 내부 규범 변경을 위한 총회결의가 적법하려면, 상위법령 및 정관에서 정한 절차와 의결정족수를 갖추고 그 내용이 상위법령 및 정관에 위배되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일단 내부 규범이 정립되면 조합원들은 그것이 존속하리라는 신뢰를 가지게 되므로, 변경을 통해 달성하려는 이익이 종전 규범 존속을 신뢰한 조합원들의 이익보다 우월해야 합니다. 법원은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정도, 신뢰 손상 정도, 신뢰 침해 방법과 규범 변경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하여 신뢰보호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합니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두8918 판결 취지 참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설립 및 운영, 총회 결의 등 재건축 사업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 법률입니다. 본 사안에서도 조합의 총회 결의 절차와 내용의 적법성 판단에 간접적인 배경이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이 '조합 정관이 허용하고 아파트 조합원의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가조합원들의 의사결정 권한을 존중한다는 내용으로 해석되어, 공사 지연으로 인한 아파트 조합원의 막대한 손해와 전체 재건축 사업의 중단 위기라는 공익적 목적이 상가조합원들의 신뢰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재건축 조합의 총회결의는 최고의사결정으로 중요하며, 한번 확정된 결의라도 새로운 총회결의로 변경될 수 있는 자율성이 있습니다. 총회결의 변경으로 인해 기존 약정이나 규범을 믿었던 조합원들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으나, 변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예: 사업 지연 방지, 다수 조합원의 손해 예방 등)이 더 크다고 인정되면 변경 결의가 유효할 수 있습니다.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과 같은 개별 약정은 문구뿐 아니라 약정 체결 경위, 재건축 사업 전체 진행 상황, 다수 조합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석됩니다. 특히, 전체 재건축 사업의 원활한 진행과 다수 조합원의 이익을 저해하는 방식으로는 해석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재건축 사업의 지연은 전체 조합원에게 막대한 손해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사업 지연을 야기하는 주장은 법원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분쟁 시에는 사업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협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가대표단체와 같은 이해관계 단체의 대표성은 사업 초기와 달리 사업 진행 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가입 조합원 수가 변동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대표단체 지위가 계속해서 변경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는 사업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이미 확정된 계획에 따라 상당 부분 사업이 진행되었다면, 나중에 구성된 단체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