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피고 회사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원고 A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고, 그의 배우자인 원고 C 또한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의식불명 상태에 이른 사건입니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가 근로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었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회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원고 A에게 위자료 3,000,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원고 C의 감염과 피고 회사의 과실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C 및 국민연금공단(원고 C의 승계참가인)의 청구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2020년 5월, 피고 회사가 운영하는 물류센터에서 대규모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피고 회사는 정부의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근로자 간 간격을 유지하고, 구내식당에 투명 격벽을 설치하며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는 등 감염 예방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으나, 역학조사 결과 식당 칸막이 부재, 밀집 식사, 작업장 내 근로자 간 거리 미확보, 관리자들의 마스크 착용 불량 등 방역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로 인해 피고 회사 근로자인 원고 A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고, 동거 가족인 원고 C 또한 감염되어 심정지 후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 A과 C, 그리고 C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한 국민연금공단이 피고 회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회사(사업주)가 근로자에게 감염병 예방을 위한 안전배려의무를 다했는지, 피고 회사의 의무 위반과 원고 A의 코로나19 감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나아가 원고 A의 감염으로 인한 배우자 원고 C의 감염 및 중증 상태에 대해서도 피고 회사에 책임이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회사 물류센터의 구내식당에 칸막이가 없고 대규모 인원이 밀집하여 식사했으며, 작업장 역시 근로자 간 최소 거리 유지가 어렵고 관리자들도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등 정부의 코로나19 거리두기 지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집단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피고 회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원고 A이 물류센터 작업 중 코로나19에 감염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 A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3,000,000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원고 A의 배우자인 원고 C의 감염에 대해서는 원고 C의 평소 생활 반경이나 감염 직전 이동 경로를 확인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원고 A으로부터 감염되었다는 구체적인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으며, 단순히 동거가족이라는 사실만으로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 회사가 근로자의 감염은 예측할 수 있었을지라도 동거가족인 원고 C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될 것까지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원고 C과 국민연금공단의 청구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에 관한 법리를 다루었습니다.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민법 제750조 관련): 사업주(사용자)는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안전한 인적·물적 환경을 조성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는 의무를 집니다. 이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상황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준수, 마스크 착용 관리, 작업장 및 휴게 공간의 위생·환기, 식사 환경 개선 등을 포함합니다. 법원은 피고 회사가 이러한 의무를 소홀히 하여 원고 A의 감염을 초래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 (민법 제750조): 타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자는 그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법한 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피고 회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없었더라면 원고 A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상당인과관계: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하려면 위법한 행위와 피해가 발생할 개연성, 위법행위의 태양(방식), 침해된 이익의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률적으로 합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C의 감염 및 중증 손해에 대해서는 피고 회사의 과실과의 직접적인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아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 (제3자에 대한 대위): 국민연금공단이 제3자(이 사건에서는 피고 회사)의 행위로 인해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여 이를 지급한 경우, 그 급여액의 범위 내에서 수급권자(이 사건에서는 원고 C)가 제3자에게 갖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신 행사(대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원고 C이 피고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으므로, 국민연금공단의 대위권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