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교통사고 후 요양을 위해 피고 C가 운영하는 G의원에 입원했던 망인 D이 천식 발작을 일으켰으나, 의원 측의 응급대처 시스템 미비로 적절한 조치를 제때 받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 사건입니다. 망인의 배우자와 아들인 원고들은 피고 의원의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피고가 의료법상 당직 의료인 배치 의무는 없지만 입원실을 운영하는 의사로서 긴급상황 대비 비상체계 마련 의무를 위반했음을 인정하여 원고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망인 D은 2015년 8월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입고 여러 병원을 거쳐 2016년 1월 피고 C가 운영하는 G의원에 입원했습니다. 망인은 만 76세의 고령으로 폐 상태가 좋지 않아 전신마취 수술 대신 보존적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과거 천식 이력이 있었음에도 피고 의원 측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6년 3월 13일, 망인이 천식 발작으로 인한 호흡 곤란을 겪었으나, 피고 의원에는 입원 환자들의 긴급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당직 의료진이나 비상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망인은 직접 아들인 원고 B에게 연락했고, 원고 B의 연락을 받은 망인의 동생 I이 피고 의원에 도착하여 피고에게 알린 후에야 119에 신고가 이루어졌습니다. 119 구급대가 도착하여 망인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망인은 응급 조치를 제때 받지 못하고 결국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의료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의사가 망인의 천식 질환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또는 인지할 수 있었는지 여부 및 그에 대한 적절한 진단, 치료, 간호, 전원 조치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인 피고 의원이 의료법상 당직 의료인 배치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원 환자 관리를 위해 긴급 상황에 대비한 최소한의 비상 체계를 마련할 의무가 있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피고 의원의 긴급 상황 대응 미비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제1심 법원은 피고가 망인의 천식 질환을 사전에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천식 관련 진단 및 치료 과실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입원실을 운영하는 의사로서 의료법상 당직 의료인 배치 의무는 없지만, 입원 환자들의 긴급 상황에 대처할 최소한의 비상 체계를 마련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망인이 고령이고 폐 기능이 저하된 교통사고 환자이며 호흡기 질환까지 호소하는 등 긴급 상황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환자였으므로, 이에 대비한 인력 배치나 긴급호출, 비상연락 등의 체계를 마련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피고의 의료상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피고는 망인 본인에 대한 위자료 1,000만 원,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 A에게 위자료 500만 원, 망인의 아들인 원고 B에게 위자료 3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 A에게 총 1,100만 원(=망인 위자료 600만 원 + 원고 A 위자료 500만 원), 원고 B에게 총 700만 원(=망인 위자료 400만 원 + 원고 B 위자료 300만 원) 및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16년 3월 13일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19년 10월 24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원고들과 피고 양측이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제1심 판결을 유지하여 피고는 원고 A에게 1,100만 원, 원고 B에게 700만 원 및 각 금원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의 의무와 의료인의 주의의무가 핵심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의료법 제3조 (의료기관의 종별), 제36조 (준수사항), 의료법 시행규칙 제34조 (시설기준 등): 의료기관은 종합병원, 병원, 의원 등으로 구분되며, 각 종별에 따라 시설 기준과 역할이 다르게 규정됩니다. '병원'은 30명 이상 수용 가능한 입원실을 요구하는 반면, '의원'은 29명 이하의 입원실을 둘 수 있도록 하여 규모와 책임의 차이를 두었습니다.
의료법 제41조 (당직의료인), 의료법 시행규칙 제39조의9 (당직의료인의 배치기준): 이 법령들은 '각종 병원'에 한하여 당직 의료인을 두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의원'급 의료기관은 당직 의료인을 필수적으로 배치할 의무가 없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리 적용 (의료인의 주의의무): 법원은 피고 의원이 의료법상 당직 의료인 배치 의무는 없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입원 환자를 수용하여 진료하는 의료기관의 운영자는 비록 의원급일지라도, 입원 환자가 건강이 허약하여 지속적인 보호와 관찰이 필요하며 긴급 상황 발생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료법이 명시하는 최소한의 규정을 넘어선 '의료인의 기본적인 의무'로서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상 체계는 마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망인의 경우 고령, 폐 기능 저하, 교통사고 환자라는 특성상 다른 환자보다 긴급 상황 발생 가능성이 높았으므로, 피고는 이러한 취약성을 인지하고 대비했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의무 위반은 의료상 과실로 인정되며, 이로 인해 환자가 적시에 응급 조치를 받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 과실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되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합니다.
입원 환자를 수용하는 요양병원이나 의원에서는 의료법상 당직 의료인 배치 의무가 없더라도, 환자의 건강 상태와 고령 등을 고려하여 긴급 상황에 대비할 최소한의 비상 연락망이나 응급 대응 인력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고령이거나 기저 질환이 있는 취약한 환자의 경우, 의료기관은 더욱 높은 수준의 주의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환자 측은 입원 시 기존 질환이나 특이 사항(예: 천식, 고혈압, 특정 약물 알레르기 등)을 의료기관에 명확하게 알리고, 필요하다면 관련 의무기록 사본 등을 직접 제출하여 의료 기록에 정확히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는 긴급 상황 발생 시 의료기관에 즉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미리 확인하고, 비상 호출 벨 설치 여부나 당직자 연락처 등을 파악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의료기관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 사망한 환자 본인 및 유족들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자료 액수는 사건 경위, 의료기관의 과실 정도,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