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 크레인 사고로 해고된 직원의 부당해고 확인 판결

피고 회사에서 1978년부터 근무하며 모범사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원고가 1994년 7월 4일 작업장에서 17.5톤 크레인 조작 중 2.8톤 크레인을 수리하던 외부 협력업체 직원 F의 머리 부분을 충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원고는 이 사고로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피고 회사는 원고를 해고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 피고의 해고는 무효이며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1978년에 입사하여 1994년까지 피고 회사에 근무한 직원으로, 모범사원 표창을 받기도 함. 17.5톤 크레인 조작 중 사고를 일으켜 해고당함.
• 피고 B 주식회사: 원고 A가 근무하던 회사로, 사고 이후 원고를 해고함.
• 소외 D: 사고 당시 조립4반 작업반장이자 원고의 상사. 2.8톤 크레인 수리를 의뢰하고 원고에게 다른 크레인 작업을 지시했으나, 안전관리 소홀로 징계받음.
• 소외 F: 2.8톤 크레인 제작사인 E 회사의 직원으로, 사고 당시 2.8톤 크레인 위에서 수리 작업을 하던 중 원고가 조작하는 크레인에 부딪혀 사망함.
• 소외 G 과장: 원고가 근무한 작업장의 안전관리자 중 한 명. 안전관리 소홀로 징계받음.

분쟁 상황

1994년 7월 4일, 피고 B 주식회사 군포공장 내 사출기생산과에서 2.8톤 크레인 고장이 발생했습니다. 작업반장 D은 외부 기술자 F에게 수리를 의뢰했고, 원고 A에게는 17.5톤 크레인으로 작업하도록 지시했습니다.

F은 안전모 착용, 전원 차단, 안전표지 설치, 안전관리자 입회 등의 안전 조치 없이 혼자 2.8톤 크레인 위에 올라가 수리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원고 A는 F이 수리 작업을 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17.5톤 크레인을 조작했습니다. 17.5톤 크레인은 2.8톤 크레인 상부로부터 약 20cm 간격으로 지나가며 경보기나 경광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크레인 조작 중 원고는 다급한 외침 소리를 듣고 크레인 진행 방향을 바꾸려 했으나 크레인은 바로 멈추지 않고 미끄러져 F의 머리를 충격하여 F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습니다.

사고 당시 작업반장 D은 원고 등 작업자들에게 F의 수리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다른 작업을 중지시키지도 않았습니다. 피고 회사 또한 17.5톤 크레인에 경보기나 경광등을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 조치를 소홀히 했습니다. F 역시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고 수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사고로 원고 A는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불량한 근무 수행', '회사의 명예 훼손', '법령에 의한 기소', '법령에 의한 유죄 판결', '회사의 제규칙 위반' 등의 사유로 권고사직 처분 후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한편, 사고의 안전관리 책임과 관련하여 작업반장 D은 정직 10일, 안전관리자 G 과장은 감급 징계를 받았습니다.

핵심 쟁점

근로자의 업무상 과실로 인한 사망 사고 발생 시, 회사가 근로자를 해고한 것이 정당한 징계권 행사인지 아니면 징계재량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해고가 무효일 경우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 B 주식회사의 원고 A에 대한 1994년 10월 1일 자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피고는 원고에게 1994년 10월 1일부터 피고가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매월 1,439,154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1, 2심 모두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가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은 것은 회사의 징계 규정상 해고 사유인 '형사소추로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나 '법령에 의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근로 제공이 불가능한 '실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또한, 사고 발생 경위와 관련자들의 과실 정도, 피고 회사의 안전관리 소홀, 다른 안전관리자들에 대한 징계 수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고의 해고는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과도한 조치이므로 무효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따라서 원고는 부당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현행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해고의 정당한 이유

   • 사용자는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습니다. 해고는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박탈하는 가장 극단적인 징벌이므로, 징계 사유가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규정되어 있더라도 해당 사유가 근로자와의 고용 계약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아 심히 부당하거나 현저히 불공평한 경우에만 정당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업무상 과실치사로 벌금형을 받은 것이 회사의 징계 규정에 명시된 '형사소추로 유죄의 확정판결'에 해당하더라도, 이는 근로 제공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신체 구속 상태(예: 실형 판결)를 의미한다고 보아 벌금형으로는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 징계 재량권 남용 금지 원칙

   • 회사의 징계권 행사에는 일정한 재량이 인정되지만, 징계 사유와 징계 처분 사이에 형평성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징계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징계 재량권의 남용으로서 무효가 됩니다.
   • 이 사건에서 법원은 사고 발생 경위, 원고의 과실 정도, 사망자 F 및 작업반장 D 등 다른 관련자들의 과실, 피고 회사의 안전관리 소홀, 원고의 오랜 근무 경력 및 모범적인 근무 태도, 다른 안전관리자에 대한 징계 수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에 대한 해고 조치는 재량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3. 민법 제538조 제1항: 채권자 귀책사유로 인한 이행 불능과 반대급부 청구권

   • 쌍무계약에서 한쪽 당사자의 채무가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자신의 채무를 면하고 채권자에게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이 사건에서는 피고 회사가 부당하게 원고를 해고함으로써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 사용자인 피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으로 보아, 원고는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반대급부)을 피고 회사로부터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1. 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 단순히 근로자가 법규를 위반하거나 유죄 판결(특히 벌금형 등 구속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해고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고는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가장 중대한 징계이므로, 근로 계약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심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한 경우에만 정당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징계 양정의 형평성: 징계의 종류와 수위를 결정할 때는 사고 발생 경위, 근로자의 과실 정도, 회사의 안전관리 소홀 등 사고에 대한 책임 비중, 해당 근로자의 근무 기간 및 평소 근무 태도, 그리고 동일 또는 유사한 사건에서 다른 관련자(예: 관리자)에게 내려진 징계 수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특정 근로자에게만 과도한 책임을 물어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3. 회사의 안전관리 책임: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에 대해 회사는 근로자에게만 전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안전보건관리규정 준수 여부, 위험 방지 조치(경보기, 경광등 설치 등), 작업 지시의 적정성 등 회사의 안전관리 책임이 인정되면 근로자의 징계 수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4. 부당 해고 시 대응: 만약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해고무효확인 소송이나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하여 해고의 무효를 다툴 수 있습니다. 부당 해고가 인정되면 해고 기간 동안 근무하지 못한 임금 상당액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5. 증거 자료 확보: 사고 경위, 안전 조치 미흡 여부, 작업 지시 내용, 평소 근무 실적 및 동료나 상사의 진술 등 부당 해고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