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계약 위반 이득 환수 통보 사건

주식회사 A는 조달청과의 다수공급자계약에서 정한 우대가격 유지의무를 위반하여 제품을 납품했다는 이유로 조달청으로부터 약 18억 6천만 원의 환수 통보를 받았습니다. 주식회사 A는 이 환수 통보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조달청의 환수 통보가 계약당사자로서의 권리 행사이며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항소인: 주식회사 A (상하수관 제조 등을 주요 사업 목적으로 하는 상사법인)
• 피고/피항소인: 조달청장 (조달물자 구매, 물류관리, 공급 등 조달사업을 수행하는 중앙행정기관)

분쟁 상황

주식회사 A는 2007년 11월 27일부터 조달청과 다수공급자계약을 체결하고 'D 및 B' 등의 제품을 수요기관에 납품해왔습니다. 조달청은 주식회사 A가 2016년 1월 4일부터 2019년 11월 30일까지 공급한 제품 중 일부가 계약가격보다 낮은 시장거래가격으로 판매되어 다수공급자계약 특수조건상의 '우대가격 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조달청은 2022년 11월 15일 주식회사 A에 대해 부당이득금 1,860,294,280원을 환수한다는 통보를 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이 환수 통보가 행정청이 우월한 지위에서 내린 '행정처분'에 해당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반면 조달청은 이 통보가 다수공급자계약의 특수조건에 따른 것으로, 계약상 채무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 이행 최고에 불과하며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조달청이 다수공급자계약 상대방에게 우대가격 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부당이득금 환수를 통보한 행위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조달청의 환수 통보가 행정청이 우월한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 계약의 일방 당사자로서 대등한 지위에서 계약에 근거하여 채무 불이행을 주장하며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사 통지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해당 소송은 행정소송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결론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의 항소를 기각하고, 조달청의 환수 통보는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이를 다투는 행정소송은 부적법하다는 제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본 판례에서는 조달청의 환수 통보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1.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처분 등의 정의)​: 이 조항은 '처분'을 '행정청이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 집행으로서 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거부, 기타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조달청의 환수 통보가 이러한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2. 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등의 법리: 대법원은 어떤 행위가 '처분'에 해당하는지는 관련 법령의 내용,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상대방에게 미치는 불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 특히, 행정청이 우월한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행하는 공권력 행사여야 하며, 계약의 일방 당사자로서 대등한 지위에서 계약에 근거하여 행하는 의사표시는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3. 다수공급자계약 특수조건: 주식회사 A와 조달청이 체결한 계약에 포함된 조건으로, 우대가격 유지의무 및 그 위반 시 부당이득금 환수 등의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법원은 이 특수조건이 양 당사자의 명시적 합의로 계약의 일부로 편입된 것으로 보았으며, 이에 따른 환수 통보는 계약상 권리 행사로 해석했습니다.
4.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조달청의 조달사업 근거 법률이지만, 본 사건의 환수 통보 자체는 이 법률에 근거한 공권력 행사가 아닌 계약상 의무 이행 요구로 판단되었습니다.
5.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 공법상 제재조치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이는 환수 통보 자체의 처분성과는 별개로 보았습니다.
6.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및 민사소송법 제70조(병합심리)​: 법원은 이 사건 통보를 처분으로 보지 않더라도, 원고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등 민사소송의 형태로 제기하여 충분히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언급하며, 소송 절차상 원고에게 과도한 불확실성이나 부담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참고 사항

공공기관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분쟁은 그 법적 성격에 따라 다루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1. 계약 관계 명확화의 중요성: 공공기관과의 계약 시, 계약서 및 관련 특수조건 등 계약 조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우대가격 유지의무 등 의무 사항은 계약상 중요한 부분이므로 정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2. 행정처분과 계약상 청구의 구분: 공공기관의 행위라도 항상 행정처분으로 간주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공공기관이 일반 사인과 대등한 위치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에 근거하여 권리를 주장한다면, 이는 민사상 계약 관계에서 발생하는 청구로 보아야 합니다.
3. 분쟁 해결 방식의 선택: 공공기관의 청구가 행정처분이 아니라 계약상의 청구라고 판단될 경우, 행정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예: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을 통해 다투어야 합니다.
4. 행정조사와 처분성: 공공기관이 행정조사를 통해 특정 사실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계약 위반을 주장하더라도, 그 조사 자체가 바로 행정처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조사 이후의 조치가 공권력 행사인지 계약상 권리 행사인지입니다.
5. 절차적 형식의 오해 방지: 공공기관이 공문서 형식을 사용하거나 일정한 절차(예: 의견 제출 기회 부여)를 거쳤다고 해서 반드시 그 행위가 행정처분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질적인 법적 효과와 근거 법령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