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 행정
피고들은 원고들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과정에서 이 사건 회사의 주식을 세법상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취득하여 이익을 얻었다며 증여세를 부과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유상증자가 심각한 재정난을 겪던 회사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특수관계 없는 당사자들이 합리적인 협상으로 주식 인수가액을 결정한 것이므로,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어 증여세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 회사는 2012년부터 은행 관리를 받고 2015년에는 자본잠식률 50%를 초과하며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약 103억 8,300만 원 많은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이에 채권단인 '이 사건 협의회'는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을 추진하며 무상감자, 출자전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자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고들(A, B, C, D)이 투자자로 참여하여 '이 사건 협의회'와 협상 끝에 2016년 10월 25일 주당 3,000원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주식(이 사건 주식)을 취득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 각 세무서장은 원고들이 이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의 세법상 시가(약 6,289원)보다 낮은 3,000원에 주식을 배정받음으로써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에게 총 5억 5,464만 3,680원의 증여세(가산세 포함)를 부과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이 사건 유상증자가 특수관계 없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해 합리적으로 이루어진 거래이며,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시 세법상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한 경우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되는지 여부, 특히 특수관계인이 아닌 당사자 간의 거래에서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회사의 심각한 재정 악화와 워크아웃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결정된 주식 인수가액이 과연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들에게 부과된 증여세(가산세 포함)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한다는 제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항소 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유상증자가 특수관계 없는 원고들과 채권단인 '이 사건 협의회' 사이에서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워크아웃 과정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았습니다. 주식의 인수가액 3,000원은 상반된 이해관계 속에서 당시 회사의 재무 상태, 회계법인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경영 판단 하에 결정된 것이므로, 세법상 산정된 시가(6,289원)보다 낮은 가격이었더라도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거래는 증여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피고들의 증여세 부과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구 상증세법')과 관련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구 상증세법 제39조 제1항 제1호 다목 (증자에 따른 이익의 증여): 이 조항은 법인이 신주를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발행할 때 주주 등이 아닌 자가 신주를 직접 배정받음으로써 얻은 이익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즉, 주식을 싸게 받아 이득을 얻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구 상증세법 제60조 및 제63조 (상장주식의 시가 평가): 재산의 가액은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에 따르도록 합니다. 코스닥 상장주식의 경우, 평가기준일 이전·이후 각 2개월 동안 공표된 매일의 거래소 최종 시세가액의 평균액을 시가로 보는데, 증자 등 특별한 사유로 평균액이 부적당하면 특정 기간의 평균액을 시가로 정하도록 합니다. 법원에서 '시가'는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의미하며, 이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도 시가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합니다.
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과세제도 (구 상증세법 제2조 제6호): 2003년 개정 상증세법은 '증여'의 개념을 확장하여, 민법상 증여뿐만 아니라 재산의 직접·간접적인 무상이전, 타인의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 증가 등 경제적 실질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거래·행위까지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는 변칙적인 상속·증여를 방지하고 공평과세를 실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 법리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2호 및 제3호, 제35조 제2항): 상증세법은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거래에 대해서는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등한 당사자들 사이에서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거래까지 기계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하여 실질과세원칙 및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법원은 기업의 지배주주가 지위를 악용했는지, 대등한 당사자 간의 거래인지,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발행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증여로 볼 만한 이익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 존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회사의 심각한 재정난으로 인한 워크아웃 또는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을 취득할 경우, 비록 세법상 산정된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인수하더라도 항상 증여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수관계가 없는 당사자들이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협상 과정을 거쳐 합리적으로 주식 인수가액을 결정한 경우,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어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회사의 실제 재무 상태(자본잠식률, 부채 등), △유상증자의 목적(경영정상화, 채권 회수 등), △당사자 간의 관계(특수관계 여부), △인수가액 결정 과정의 투명성 및 합리성(회계법인 평가, 공개매각 절차 참여 여부 등), △이해관계의 상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따라서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거래의 모든 과정을 면밀히 기록하고 관련 자료를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며, 과세 당국의 유권해석이나 심사 청구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