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 B는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피해자 H을 간음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이에 불복하여 항소했습니다. 한편 검사는 술에 취한 피해자 G을 간음한 혐의로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 A에 대해 사실오인을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 B의 항소를 기각하여 원심의 유죄 판결을 유지하고, 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항소도 기각하여 원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피고인 B는 술에 취한 피해자 H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으며, 피해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알코올 블랙아웃' 현상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H은 사건 당시 술에 취해 반복적으로 구토하고 침대에 누워있었으며, 나중에 깨어났을 때 나체 상태로 팬티를 거꾸로 입는 등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122%였습니다. 피해자는 생리 중 생리컵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성관계에 동의할 리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상태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피고인 A의 사건에서는 검사가 술에 취한 피해자 G을 간음했다고 주장했으나, 피해자가 호텔로 이동하는 CCTV 영상에서 비교적 정상적인 보행 자세를 보였습니다. 또한 피해자는 112 신고 시 성범죄 피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과거에도 술 마시고 부분적인 기억 상실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피고인 A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으며 합의에 의해 성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의 경우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대한 판단 기준과 그 범위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술에 만취한 피해자가 성관계 당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나 행동 제어 능력을 상실했는지 여부와, 이와 관련하여 '알코올 블랙아웃' 현상과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피고인의 성관계 합의 주장,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취한 상태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도 중요한 판단 요소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 B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피고인 B에 대한 원심의 유죄 판단(징역 2년 6개월)이 정당하며, 피고인 A에 대한 원심의 무죄 판단 또한 정당하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피고인 B는 징역 2년 6개월의 형이 확정되었고, 피고인 A는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 B에 대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며 피고인 B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반면 피고인 A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는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로써 피고인 B는 술에 취한 피해자를 간음한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형이 확정되었고, 피고인 A는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본 사건은 형법 제292조(미수범) 제1항 및 제297조(강간)에 규정된 준강간죄의 성립 요건인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의 판단에 관한 것입니다.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합니다.
**'심신상실'**은 정신 기능의 장애로 인해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이나 약물 등으로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를 말합니다.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외의 다른 원인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술이나 약물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 능력과 대응·조절 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를 포함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상태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음주 후 기억 장애 경험 여부 등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를 구분할 수 있는 여러 사정들을 면밀히 살펴봅니다. 또한 CCTV 영상, 목격자 진술, 피해자의 당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피해자의 연령·경험,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피고인 진술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 등 모든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피해자가 '알코올 블랙아웃' 때문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피해자가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나,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성관계에 동의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된다면 준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등 참조).
본 판례에서 피고인 B의 경우, 피해자 H이 반복적인 구토, 대화 불능, 나체 상태에서 상황 인식 불가 등 명백한 비정상적인 상태였고 혈중알코올농도가 0.122%로 높았던 점 등이 인정되어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으로 유죄가 확정되었습니다. 반면 피고인 A의 경우, 피해자 G이 이동 시 비교적 정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성범죄 신고를 하지 않는 등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이는 구체적인 상황과 증거에 따라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성관계는 동의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상대방이 술에 만취하여 의식을 잃었거나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성관계를 시도하는 것은 준강간죄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절대 삼가야 합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해 반복적인 구토를 하거나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명백히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이는 항거불능 상태의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성관계 후 피해자가 자신이 놓인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는 등의 모습은 알코올의 영향이 증대·심화된 상태였음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알코올 블랙아웃' 현상이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나 행동 제어 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준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기억을 못 한다는 이유만으로 심신상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성관계에 대한 동의는 명시적이고 자발적이어야 하며, 상황과 정황상 동의했다고 볼 수 없는 경우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인지해야 합니다. 사건 직후의 병원 진료 기록, 112 신고 내용, 당시 주변 사람들의 진술 등은 피해자의 의식 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됩니다.